내가 사랑한 북한 병사 오경필은 나라의 적이었다! 이 영화를 게이 영화라고 주장하기는 어렵지만, 동성간의 유대가 영화의 일차적 요소로서 욕망과 전복의 서사를 이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도 없다. 비밀리에 주고받는 친밀한 우정,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장 소령의 시선에는 역사의 유령을 애도하고 민족을 새롭게 통합해 보려는 욕망이 깃들어 있다. 이것이 바로 이 영화가 분단의 모순, 아버지의 과거를 상상하는 방식이다.
권은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이론과 대학원 졸업. 현재 순천향대, 성균관대 강사.
주요 논문으로 <한국형 블록버스터에서의 민족주의와 젠더>등이 있다.
김경현
USC 영화학 박사. UC 어바인(Irvine) 동아시아 어문학과 문화 이론. 한국학 담당 교수.
저서 <한국 영화 남성상 재구축> 출간 예정.
문재철
연세대학교 전자공학과 졸업.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박사. 현재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강사.
옮긴 책으로 <왜 대중영화인가>등이 있다.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전문연구원.
백문임
연세대학교 국문학 박사. 현재 연세대, 성공회대, 영상원 강사.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전문연구원.
저서로 <춘향의 딸들, 한국 여성의 반쪽짜리 계보학>등이 있다.
변재란
엔세대학교 영문과 졸업.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박사. 현재 순천향대학교 전임 강사.
주요 저서로 <여성 여화인 사전>(공저)등이 있다.
요모타 이누히코
메이지가쿠인대학교 영화사 및 비교 문학과 교수.
주요 저서로 <일본 영화의 이해>등이 있다.
- '영화와 시선'을 펴내며
- 책을 펴내며
1. 새로운 방식으로 분단을 상상하기 - 문재철
2. 분단의 분절 - 요모타 이누히코
3. '한국형 블록버스터' <공동경비구역 JSA>에서의 민족주의 - 권은선
4. "남자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는 사람" - <쉬리>와 <공동경비구역 JSA>의 일탈자, 국가 안보, 블로버스터의 미학 - 김경현
5. '탈이념'의 정치학 - <쉬리> <간첩 리철진> <공동경비구역 JSA> - 백문임
6. 지뢰밭 위에서의 위험한 놀이 - <쉬리> <간첩 리철진> <공동경비구역 JSA> - 변재란
- 감독 인터뷰
- 주석
'한국형 블록버스터' <공동경비구역 JSA>에서의 민족주의 - 권은선
빗장쳐진 민족
국제 질서의 재편에 따라 '탈냉전' 혹은 '탈분단' 시대의 역사적 도정에 들어섰으며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여 민족 통일에 대한 염원이 더욱 고조된 2000년, 남한의 '민족적 상상력'속에는 두 가지의 지배적인 민족 이미지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0여년에 걸쳐 유지되어 온 분단의 장벽을 넘어 남과 북의 두 정상이 만난 '역사적 6.15 남북 정상 회담'에서의 두 정상의 포옹 장면이 그 하나라면, 또 다른 민족 이미지는 <쉬리>에 이어서 민족 분단 현실을 소재로 채택하면서 '한 민족, 두 개 국가'의 민족적 비극을 현재화한 <공동경비구역 JSA>, 그 중에서도 분단의 비극을 압축적으로 요약하는 마지막 장면이 차지하고 있다. 실재의 층위에서 그리고 재현의 층위에서, 때로는 두 층위를 넘나들면서, 이 민족 이미지들은 서로 몸을 섞고 상호 교차적으로 의미를 교환하면서 남한의 대중들, 즉 '민족'성원들의 마음을 흔들고 '민족'에 대한 상상의 방향을 강력하게 지시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전 지구적 지배에 대한 지역적인 저항이자 '한국적' 번역인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새로운 형식 체계의 등장과 더불어서, '한국 영화'는 1990년대 말, 특히 IMF체제 이후, 남한에서 (재)부상한 문화적 민족주의의 주요한 장이 된다. <쉬리>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유령> 그리고 <공동경비구역 JSA>등의 '한국형 블로버스터' 영화들은 식민지 경험이나 민족 분단 등 한국 근현대사에 기입된 역사적 계기들을 영화적 공간으로 끌어들이고 서사화함으로써, 즉 그 스스로 민족 서사를 구성하고 민족에 대한 의미들을 생산해 냄으로써 1990년대 말 이후 민족 정체성 형성 및 민족주의의 강화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