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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도서] 그리고 영화는 계속된다 - 조혜정의 시네마테크 [절판] |
|   | 감독이 탄 차가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다 힘에 부쳐 미끄러져 내리자 그 곁을 지나쳤던 무거운 짐을 진 청년이 차를 밀어주곤 다시 짐을 지고 고개를 올라간다. 내려갔던 차는 힘차게 언덕길을 올라 앞서가던 청년을 태운 뒤 떠난다. 롱쇼트로 찍혀진 이 라스트는 삶이라는 길고 험한 여정에서 서로의 도움과 의지가 바로 인간을 지탱하게 해주며 삶이 계속될 수 있는 이유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무거운 짐을 지고 가파른 길을 올라가는 청년에게서 시지푸스의 신화에서처럼 힘겨운 삶의 무게가 느껴지지만 그 흥겨움을 묵묵히 참고 견디며 또한 서로 돕고 의지하는 모습에서 삶은 진정 아름답다. |
 조혜정
조혜정은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영화학을 전공, '미국정기 여오하정책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수원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교수로 있다.
1991년 월간 '영화예술'신인평론에 당선된 이래 전자신문, 디지털 타임즈 등에 영화평 기고, DCN-TV, PBC-TV, KBS, SBS, CBS라디오의 영화관련 프로그램에서 고정출연하는 등 활발하게 평론활동을 해왓으며, 현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및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회원으로 있다. 제23회 청룡영화제, 제39회 대종상 영화제, 제8회 춘사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활동했고, 현재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등급분류 위원이다. |
 - 서문
1. 역사 앞에서 / 개인의 삶에 드리운 역사의 진한 음영
2. 사랑과 결혼에 관한 몇 가지 시선
3. 삶, 그 불가해한 여정 그리고 성장의 비밀
4. 가족의 초상 / 여성의 삶, 여성의 시선
5. 어둠의 세계, 두렵고 치명적인 매혹
6. 현실과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
7. 구도에로의 영원한 순례
8. 예술가의 초상 혹은 열정의 이름으로
9. 미래와의 조우 / 누벨 이마주 / 판타지 스펙터클 |
 낮은 목소리 (175 P)
인간의 고통에 무심한 시간 속에서 잊고자 했지만 잊을 수 없었던 참담한 기억을 지닌 사람들, 그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나눠 갖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까맣게 잊고 사는 사람들의 망각과 무감각을 일깨우는 사람들. 그들의 낮은 그러나 힘 있는 목소리가 모아진 영화가 바로 <낮은 목소리>이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는 번영주 감독에 의해 일본군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에 관한 16mm영화로 만들어졌다. 번영주 감독은 이미 매매춘에 관한 보고서격인 다큐멘터리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을 만들어 주목을 받은 바 있는데, <낮은 목소리>는 아시아 여성의 삶이라는 일련의 주제의 연장선상에 서 있는 것으로 부제 역시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2>이다.
영화에는 십대의 어린 나이에 강제로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고통과 모멸 속에 한 평생을 살아온 할머니들의 모습이 들어 있다. 그들의 눈물과 분노의 한숨과 고통이 어려 있고, 밥 짓는 일 청소 시장보기 등 일상의 잡사들이 고즈넉하게 들어 있으며, 서투른 그림 속에 응어리를 녹여내고 꿈과 희망을 실어 보내는 할머니들의 질박한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 멋 부리지 않고 과장하지 않으며 남루한 그대로 , 흐트러진 모습 그대로 '있는 그대로의'진실을 담고자 노력한 흔적을 보여준다. 깊에 주름이 패인 할머니들의 얼굴과 움푹한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 화투장이 반들반들 닳아질 만큼 혼자서 재수패를 떼는 할머니의 외로움과 툭툭 붉어진 손가락 마디, '이렇게 살면 뭐하노, 차라리 자살하고 싶은 마음 뿐'이라며 쓰게 담배를 빠는 모습, 창피해서 고국에 돌아갈 수 없었던 중국거주 조선인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의 망향의 노래... |
  | << 영화는 보고, 일고, 공유하는 기쁨을 주는 책 >> | | 영화를 본다는 것은 거의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영화를 읽는다는 것은 흥미로운 긴장과 발견의 쾌감을 준다. 그리고 영화를 누군가와 공유한다는 것은 소통의 진정한 기쁨을 맛보게 한다.
현재 영화평론가이자 수원대학교 연화연극학부 교수인 저자가 영화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한 흔적들이 실려있는 [조혜정의 시네마테크-그리고 영화는 계속된다]는 바로 영화를 보고, 읽고, 공유하는 기쁨을 주는 책이다. 이 책에는 1백 여 편의 영화평이 '역사 앞에서 ; 개인의 삶에 드리운 역사의 진한 음영' '사랑과 결혼에 관한 몇 가지 시선' '삶, 그 불가해한 여정 그리고 성장의 비밀' 등 9개의 테마로 분류되어 수록되었다. 각각의 글들에는 영화 스틸이 들어가 있어 글의 정서나 감수성이 시각적으로 연결되도록 했고, 감독과 배우 그리고 수상실적을 앞머리에 뽑아놓아 가독률을 높였다.
이 책의 특징이자 미덕은 우선 영화 선택의 폭이 넓다는 점이다. 시기적으로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와 <아귀레, 신의 분노>와 같은 70년대 영화부터 <취화선> <마이너리티 리포트>같은 최근작까지 넓게 아우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율리시즈의 시선> <희생>같은 이른바 예술영화/작가영화는 물론 <스타워즈 에피소드2>같은 할리우드 대중오락영화까지 두루 섭렵하고 있다. 또 지역적으로도 한국, 일본, 이란, 중국, 홍콩, 대만 등 아시아 및 아랍지역 그리고 유럽과 미국을 망라한다. 장르적으로도 <화양연화>나 <인디안썸머>같은 멜로드라마로부터 <엑소시스트>나 <소름>같은 공포영화, 그밖에 SF나 판타지영화도 빠지지 않는다.
이 같은 다양한 영화들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면서 평론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두 번째 미덕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전문적이고 이론적인 평론이라기보다는 평론과 에세이가 결합한 형태로 보인다. 저자는 서문에서 영화평론은 대중과 작품 사이의 매개자 또는 연결자 역할을 해야 하며, 영화의 결을 드러내고 의미를 새롭게 밝히며 영화를 통해 소통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독자/관객과 편안하게 영화이야기를 한다는 기분으로 때로는 영화를 통해 내면의 이야기를 고백하는 심정으로 글을 썼다고 적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의도는 영화를 통한 대중과의 소통이라는 목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화는 현실의 재현이든 꿈과 상상력에 관한 판타지든 인간의 삶에 관한 기록이다. 아무리 디지털 합성에 의해 만들어진 배우가 등장하는 영화라도 그 것에서 인간의 흔적과 인간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면 영화라는 프리즘 속에 투영된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 인간이 존재하는 한 영화(이야기)는 계속되는지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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