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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도서] 천개의 거울 - 김용희의 영화읽기 [절판] |
|   무의미한 삶을 이겨내려는 수많은 몽상가들이 다다르고자 했던, 현실 너머 판타지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문학평론가 김용희의 독특한 시각!
벤야민이 말하듯 영화를 보는 것은 그 자체가 관객들을 집단적으로 때리고 대중을 강간하는 마조히즘이다. 영화는 어떤 숭배를 위해 수모를 강요하는 파시즘의 수단인지 모른다. 관객들은 매 맞기 위해 영화를 보러간다. 그러나 우리는 죽지 않고 이렇게 변증법적으로 살아남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환각이 없이 어떻게 이 끔찍한 현실을 견뎌낼 수 있는가. 어떻게 권태와 공호를 살아갈 수 있겠는가. 영화는 수천 개의 거울로 만들어진 공중정원인 것이다. 단 한 개의 거울로 현실을 비추는 미메시스의 거울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재반사하여 만들어지는 빛의 정원, 이미지의 반사로 만들어진 공중정원이다. 대상을 비추면서 스스로의 빛 속에서 소멸되는 빛의 소용돌이, 이미지의 춤이다. |
 김용희
이화여자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평론 <생명을 기다리는 공격성의 언어:김기택론>으로 등단하였다. 논문집 <현대시의 어법과 이미지 연구>, 문학평론집 <기호는 힘이 세다>, 문학평론집 <천국에 가다>외 소수의 평론과 논문이 있다.
현재 평택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문학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
 [1] 천 개의 거울로 둘러싸인 공중정원
- 판타지 소설과 영상의 접점, <반지의 제왕>
[2] 싸우지 않고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알 수 있으랴
- 검은 웃음, 최근 한국의 조폭영화
[3] 앨리스, 나를 데려가 줘
- 영화의 백일몽, 에로스와 포르노
[4] 슬픈 열대
- 괴물은 우리 안에 있다, <오아시스>
[5] 탈수된 낭만, 참을 수 없는 지겨움, 결혼
- 반복된 일상을 넘어서, <결혼은, 미친짓이다>
[6] 시간의 역류, 이미지의 환생
- 시간과 이미지에 관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7] 소비시대 새로운 종교, '여성성'의 매혹과 함정
- 여성성과 대중성의 접촉과 중독 |
 슬픈 열대 (112 ~ 113 P)
어둠이 깃든 초원의 숙영지에서는 모닥불이 타오르고 있다. 엄습해 오는 추위를 막아줄 유일한 모닥불 주위에 종려나무와 나뭇가지를 꽂아 허술한 병풍을 만든다. 조그만 물건들이 가득 든 등초롱을 곁에 둔채 그들은 꼭 껴안고 누워 있다.
남아메리카를 여행하던 민족한자 레비스트로스는 가물거리는 불 옆에서 빈털터리로 누워 벌거벗은 채 떨고 있는 듯한 남비콰라인 부부를 본다. 이 인디언의 양영장면은 문든 서글픈 몽상으로 우리를 몰아간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를 세상으로부터 구원해주고 위로해주고 지주가 되어줄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설사 대지의 흙먼지에 뒤덮이게 될지라도.
서로에 대한 무한한 친절과 세상에 대한 깊은 무관심, 그리고 소박하면서 동물적인 만족감으로 포옹하고 있는 이들은 잃어버린 어떤 결합을 보여주고 있다. 속삭임과 웃음, 그것은 절대적인 평정을 드러낸다. 불안과 놀라움으로 범람하는 현대사회를 비웃듯이.
이창동의 영화 <오아시스>는 이러한 영혼의 방문이라 할 만하다. 기계와 욕망으로 과잉된 문명의 문앞에 덩그러니 무죄한 벌거숭이 남녀를 데려다 놓는다. 자본주의 현대생활이 필사적인 속도와 광적인 리듬으로 가득찰 때 이들은 오직 서로 엉겨붙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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