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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도서] 중국행 슬로 보트 -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집 [절판] |
|   | 무라카미 하루키가 1980년 봄부터 1982년 여름에 걸쳐 발표한 일곱개의 단편을 연대순으로 수록하여 엮은 첫 단편집. 스타일과 모티프 등 모든 하루키 작품의 표현양식이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편모음으로 소재나 테마에 얽매이지 않고 제목부터 정한 후,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는 하루키 특유의 자유분방한 글쓰기의 묘미를 보여주는 주옥같은 작품들이다. |
 지은이 ㅣ 무라카미 하루키
1949년 일본 효고현에서 출생했고, 와세다 대학교 연극과를 졸업했다.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상」지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1982년 첫 장편 <양을 둘러싼 모험>으로 제4회 노마문예신인상을 수상했고, 1985년 <세상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다니자키 문학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소설 <양을 둘러싼 모험>(노마 문예신인상 수상), <노르웨이의 숲>, <댄스 댄스 댄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태엽 감는 새 연대기>, <렉싱턴의 유령> 등이, 에세이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떻게 단련되었는가>, <슬픈 외국어> 등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은 여러 나라 국어로 번역되었으며, 특히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대중적 인기와 함께 문학적 평가가 높다. |
 | 중국행 슬로보트 가난한 아주머니 이야기 뉴욕 탄광의 비극 캥거루 통신 오후의 마지막 잔디밭 땅속에 묻힌 그녀의 작은 개 시드니의 그린 스트리트 역자의 말 ㅣ 하루키 몸속에 흐르는 파워 / 김춘미 |
 감독관은 교단 위에 올라서더니 우선 시험지 다발을 교탁 위에 올려놓은 다음 달그락 소리를 내면서, 그 옆에 지팡이를 세워놓았다. 그리고 모든 자리가 다 차 있는 것을 확인하자, 기침을 한 번 하고 흘낏 손목시계를 보았다. 그리고 몸을 지탱하듯이 두 손으로 교탁을 짚은 채 얼굴을 똑바로 들고, 한참 동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침묵.
십오 초 정도 침묵이 계속되었다. 긴장한 초등학생들은 숨을 죽이고 교탁 위의 시험지를 바라보고, 다리가 불편한 감독관은 가만히 천장 귀퉁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엷은 쥐색 양복에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보고 나면 다음 순간 어떤 색이었는지 또 어떤 무늬였는지 곧 잊어버릴 만큼 특징 없는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그는 안경을 벗어 손수건으로 천천히 닦고, 그리고 다시썼다.
"제가 이 시험을 감독합니다." 제가, 라고 그는 말했다. "시험지를 나누어주면, 책상 위에 엎어놓은 채로 두세요. 절대로 보면 안 됩니다. 두 손은 무릎 위에 똑바로 올려놓으세요. 제가 시작, 이라고 하거든 뒤집어서 그때부터 풀기 시작하세요. -p. 19- |
  | << 이색소재 7편 담은 첫 단편집 >> [세계일보 / 조 정진 기자] | | ‘상실의 시대’ ‘카프카의 해변’ 등으로 한국에서도 폭 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의 인기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첫 단편집 ‘중국행 슬로 보트’(김춘미 옮김·문학사상사)가 번역돼 나왔다.
‘중국행…’은 하루키가 1980∼82년에 발표한 표제작을 비롯해 ‘가난한 아주머니 이야기’ ‘뉴욕 탄광의 비극’ ‘캥거루 통신’ ‘오후의 마지막 잔디밭’ ‘땅속에 묻힌 그녀의 작은 개’ ‘시드니의 그린 스트리트’ 등 일곱 편의 단편소설을 싣고 있다. 이 책은 서로 다른 소재와 주제, 표현기법을 담고 있어 하루키의 작품세계를 전체적으로 그려낸 지도와도 같다. 이를테면 ‘가난한 아주머니 이야기’에서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일각수’의 동상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고, ‘땅속에 묻힌 그녀의 작은 개’에서는 ‘양을 쫓는 모험’ ‘댄스 댄스 댄스’의 이루카호텔과 유사한 분위기를 풍기는 조용한 호텔이 배경이 된다.
‘중국행 슬로 보트’에서 ‘나’는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보다가 중국인에게 생각이 미친다. 그가 알고 있는 중국인은 초등학교 때 치른 모의고사의 감독관, 학창시절 아르바이트 하다 만났던 여대생, 그리고 28세가 되었을 때 우연히 마주친 백과사전 외판원이 된 고교 동창생, 이렇게 세 사람이다. 이 세 사람과의 만남과 헤어짐은 ‘나’에게 ‘나 자신의 지구’나 ‘나 자신의 우주’를 느끼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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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중국행 슬로 보트 >> | | 왜 '중국행' 슬로 보트인가 - 하루키만의 독특한 개인주의
이 단편집의 제목이자, 단편집에 들어있는 단편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중국행 슬로보트'라는 표현은 소니 롤린스의 연주로 유명한 '온 어 슬로 보트 투 차이나 On a Slowboat to China'에서 빌려온 것이다.
단편 '중국행 슬로 보트'에서 '나'는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보다가 중국이에게 생각이 미친다. 그가 알고 있는 중국인은 초등학교 때 치른 모의고사의 감독관,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 하던 곳에서 만났던 여대생, 그리고 28세가 되었을 때 우연히 마주친 백과사전 외판원이 된 고교 동창생, 이렇게 세 사람이다.
이 세 사람과의 우연과, 우연이 겹친 것 같은 만남과 헤어짐은 '나'에게 '나 자신의 지구'나 '나 자신의 우주'를 느끼게 한다. 사실 이 작품 속에서의 중국'은 '나'가 갈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는 곳이다. 하지만 '나'는 "언젠가 모습을 나타낼지도 모르는 중국행 슬로보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 단편소설에는 하루키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철저한 개인주의가 깔려 있다. 하루키의 개인주의는 '차별하지 않는' 개인주의다. 일본인으로서는 독특하게도 거부감 없이 미국문학을 받아들였듯이, 하루키는 차별 없이 중국인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러한 '차별하지 않는' 개인주의가 하루키 문학의 가장 큰 매력인 허무하고 공평무사한 시각을 창조해낸 밑바탕이 된 것이다.
깊은 애정을 갖고 단숨에 써내려간 이색적인 작품들
하루키는 자신이 작품을 쓸 때 제목부터 우선 정해놓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제목을 생각한 후, 일단 첫 장면을 쓰기 시작하면 그 뒤의 스토리는 저절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그는 주제나 소재에 얽매이기 이전의 이미지를 더듬어, 그만의 독특한 문장을 만들어 낸다.
이 단편집에 있는 많은 작품들이 이러한 방식을 통해 써졌다. 특히 '중국행 슬로 보트'와 '뉴욕 탄광의 비국'은 연주에서 제목의 모티프를 얻어 써내려간 작품들. 문단에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인으로서의 하루키가 자신의 상상력을 한껏 발휘하여 쓴 작품인 만큼 하루키 자신도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캥거루 통신'과 '오후의 마지막 잔디밭'은 하루키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며, 발표 당시에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었던 단편들이다. 또한 '땅 속에 묻힌 그녀의 작은 개'는 하루키의 마음속에 떠오른 몇몇 심상들을 그려낸 작품이고, '시드니의 그린 스트리트'는 어린이를 위하여 기획된 소설집에 실린 작품으로서, 제목이 떠오르자마자 단숨에 신나게 써내려갔다고 하루키는 말한다.
이렇듯 <중국행 슬로 보트>에 담겨 있는 일곱 개의 작품들은 각각 그 출발점도, 담고 있는 내용과 분위기도, 또 주제도 다르지만 하루키의 작품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이미지를 품고 있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현실과 전혀 다르면서도, 왠지 모르게 현실과 가장 닮아 있는 것 같은 그의 단편들을 읽어나라다 보면, 조금쯤 우습기도 하고 조금쯤 서글퍼지기도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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