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에 웬 도깨비? 물리학은 객관적인 사실과 실험 등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우리가 믿고 있는 모든 과학적 법칙들의 발견은 인간의 상상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즉 인간의 상상력(또는 직관력)이 없었다면 현재의 여러 법칙들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해서 인간들이 만물의 법칙을 발견하고, 그 사실들을 이론으로 세울 수 있었는지를 알려 준다. 난로 위에서 주전자가 언다? 진즈에 따르면 시뻘겋게 달궈진 난로 위에 주전자를 올려놓으면 물이 끓기는커녕 오히려 그 반대로 얼어 버릴 수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러한 일은 불가능하다. 탁자 위에 올려진 뜨거운 커피가 점차 식기는 해도 주변의 열을 빼앗아 저절로 끓어올랐다는 이야기는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 그런데 맥스웰의 도깨비는 이 일을 가능하게 한다.
저자 - 츠즈키 타쿠지(都筑卓司) 1928년에 하마마츠(浜松)에서 태어났으며, 카이군헤이학교(海軍兵學校), 큐세이이치고(舊制一高)에서 도쿄대학(東京大學) 문리과로 진학하여 같은 대학원에서 통계역학을 전공했다. 물리학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쌓은 뒤, 요코하마 시리츠(橫浜市立)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같은 대학에서 명예교수로 임명되었다. 블루 백스(BLUE BACKS)의 작품을 17권(공저 1권 포함)이나 저술하였다. 물리학의 대가라 칭할 만하다. 아쉽게도 2002년 7월에 세상을 떠났다.
역자 - 김현영 수원대학교를 졸업하고 중어중문학을 전공했다. 번역가 전문양성기관 트랜 스쿨에서 일본어 번역 과정을 이수했다. 현재 (주)엔터스코리아의 전속 일본어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는 『중국인의 말 1, 2』, 『확실히 배우는 중국어』, 『산수, 수학 랜드』, 『바다의 아시아 2, 5』, 『1분 조례』 등 다수가 있다.
프롤로그
제1장 영구기관 이야기 제2장 에르고드 가설 제3장 확률에서 물리법칙으로 제4장 질서 붕괴 제5장 왜 공기는 쌓이지 않는가? 제6장 엉터리 세계 제7장 구세주는 도깨비
에필로그
<< 맥스웰의 도깨비의 등장 >>
한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은 물과 섞인 술 때문에 울고 있었다. 이때 나타난 것이 채 1cm도 안 되는 난쟁이들이었다. 그들은 육안으로 살피기 어려운 매우 작은 분자를 볼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작은 난쟁이들은 불쌍한 소년을 도와주기 위해 술과 물을 분리해 준다고 제안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술병을 구멍이 뚫린 판으로 반을 나누었는데, 그 구멍을 통해 오른쪽은 물, 왼쪽은 술을 채울 작정이었다. 그들은 술병 속의 오른쪽에서 술 분자가 오면 창을 닫고 물분자가 오면 창을 열었으며, 왼쪽에서 술 분자가 오면 창을 열고 물분자가 오면 창을 닫는 일을 반복하였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술과 물을 정확히 분리해냈다. 이 같이 신비한 일을 하는 난쟁이들이 다름 아닌 맥스웰의 도깨비(Maxwell's Demon)이다.
맥스웰의 도깨비에 대한 역설
맥스웰의 도깨비는 영국의 물리학자인 제임스 클럭 맥스웰(Maxwell, James Clerk, 1831～1879)이 열역학 제2법칙을 깨뜨릴 수 있는 가상적인 존재로서 발견했다. 이후 현대물리학에서는 상당히 알려진 역설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하면 열평형상태에 있는 물체 내에서는 저절로 열이 이동하여 온도차가 생기는 일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기체를 넣은 상자를 좌우로 나눈 후, 칸막이를 만들어 작은 구멍을 뚫고 거기에 도깨비를 배치하여 놓는다고 가정하면, 이 도깨비는 속도가 큰 분자만을 왼쪽에서 오른쪽 칸으로 가도록 하고, 속도가 작은 분자는 반대가 되도록 제어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오른쪽 칸에는 속도가 큰 분자가 모여 열이 올라가고 왼쪽 칸에는 속도가 낮은 분자가 옮겨와서 열이 떨어진다. 그러나 이 도깨비는 맥스웰이 속도분포법칙을 만들 때 생각해 낸 가상적 존재로서 실제로는 있을 수 없으므로 열역학 제2법칙은 항상 성립한다.
<< 맥스웰의 도깨비에 대한 21세기의 기대 >>
'열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른다', '에너지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간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쪽과 저쪽을 평준화하고자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에너지의 흐름이 일어나려면 열의 격차가 있어야 한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격차가 크면 클수록 질서가 있다고 일컫는다. 그런데 현대는 점점 질서를 깨뜨리는 과정 위에 있다. 즉 점점 높은 데서 낮은 데로 그 격차를 해소하는 방향으로만 나아간다.
예를 들어 태양이라는 보다 높은 에너지 주위에서 보다 낮은 에너지 주위로 에너지가 계속 보내진다고 하자. 이때 지구는 열이 올라가고 태양은 열이 떨어지는 결과가 초래된다. 그러다가 지구와 태양의 에너지량이 똑같아져 버리면 이동이 아예 일어나지 않게 된다. 과학자들은 우주의 끝을 그와 같이 에너지의 움직임이 제로가 되어 버리는 상태로 예측한다.
이때 해결책으로 등장한 21세기의 새로운 세계관이 바로 엔트로피이다. 엔트로피란 마구 뒤섞여 혼란스럽게 되는 무질서 정도를 뜻한다. 그런데 우주의 모든 변화는 엔트로피(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운동장에 질서 있게 서 있던 학생들이 애국조회가 진행될수록 점점 흐트러지는 것, 뜨거운 물과 찬물을 섞으면 미지근해지는 것, 정리를 하지 않으면 방안이 완전히 난장판이 되는 것, 폭포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 등이 엔트로피의 증가를 나타내는 현상이다.
맥스웰 도깨비는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 놀라운 일을 하고 있다. 즉 엔트로피를 줄여서 거꾸로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래서 맥스웰의 도깨비가 찬물의 열을 뺏어 더운물에 주면, 찬물은 꽁꽁 얼고 더운물은 더욱 펄펄 끓어 버린다. 또한 방안이 저절로 정리되고, 폭포수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기도 한다. 우리가 에너지를 임의로 줘서 강제적으로 해야만 하는 일을 맥스웰 도깨비는 아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재주를 가진 셈이다.
물리학에 웬 도깨비?
객관적인 사실과 실험 등이 중요시되는 물리학에 웬 도깨비란 말인가? 하지만 우리가 믿고 있는 모든 과학적 법칙들은 우리 인간의 상상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만약 인간의 상상력(또는 직관력)이 없었다면 현재의 여러 법칙들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해서 인간들이 만물의 법칙을 발견하고, 또 그 사실들을 이론적으로 세울 수 있었는지를 알려 준다.
또한 일반적으로 작고 엉뚱하며 무서운 이미지가 강한 도깨비를 여기서는 전혀 부정적으로 묘사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의 본질에 접근하는 통계역학적 사고를 도깨비라는 존재를 통해 역설적으로 살펴보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수학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통계의 기본이 되는 확률이 왜 물리학과 관련되는지, 확률과 맥스웰의 도깨비… 나아가서 통계역학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이 책은 명쾌하고 간략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학생뿐 아니라 처음 물리학을 대하는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