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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도서] 보시니 참 좋았다 (양장본) [절판] |
|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 박완서가 가장 아끼는 이야기 모음
작지만 소중한 삶의 이치, 아름다운 속삭임
화면에서 본 것처럼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꽃과 푸성귀, 날짐승과 들짐승, 물고기와 곤충들이 벽면 하나 가득 자유롭게 흩여져 있습니다. 구도랄 것도 없이 제먹대로 흩어져 있는데도 하나라도 보태거나 빼거나 위치를 바꾸면 안 될 것처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것이 신기합니다.
- 「보시니 참 좋았다」중에서 |
 저자 - 박완서
개성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박완서 씨에게 한국전쟁은 평생 잊을 수 없을 없는 기억으로 남는다. 의용군으로 나갔다가 부상을 입고 거의 폐인이 되어 돌아온 `똑똑했던` 오빠가 `이제는 배부른 돼지로 살겠다`던 다짐을 뒤로 하고 여덟 달 만에 죽음을 맞이하고, 그후 그의 가족은 남의 물건에까지 손을 대게 되는 등 심각한 가난을 겪는다. 결국 대학을 중퇴하고 미군 PX에서 일하다가 훗날의 남편을 만나게 된다.
한국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다룬 데뷔작 <나목>과 <목마른 계절>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 <아저씨의 훈장> <겨울 나들이>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등을 비롯하여 70년대 당시의 사회적 풍경을 그린 <도둑맞은 가난> <도시의 흉년> <휘청거리는 오후> 등까지 저자는 사회적 아픔에 주목하여 글을 썼다. <살아있는 날의 시작>으로부터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작가는 <서 있는 여자>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등 점점 독특한 시각으로 여성문제를 조명하기 시작한다. 또 장편 <미망><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등에서는 개인사와 가족사를 치밀하게 조명하여 사회를 재조명하기도 한다.
그림 - 김점선
1946년 개성에서 태어났으며 이화여대와 홍익대에서 공부했다. 1972년 처음으로 그림전시회에 작품을 걸었다(제1회 앙데빵당전). 1983년 첫 번째 개인전을 시작으로 2004년 서른한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저서로『나, 김점선』,『10cm 예술』,『나는 성인용이야』등이 있다. 자유롭고 파격적인 그림으로 독특한 자기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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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랍디다
보시니 참 좋았다
쟁이들만 사는 동네
굴비 한 번 쳐다보고
다이아몬드
산과 나무를 위한 사랑법
아빠의 선생님이 오시는 날
참으로 놀랍고 아름다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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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하지만 밥을 굶지는 않으니까 큰 불만은 없습니다.
다만 남편인 환쟁이에게 비싼 물감을 충분히 사 주지 못하는 게 늘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서 중매재이는 틈나는 대로 정성껏 꽃을 가꾸는 겁니다.
빨간 꽃간 꽃에선 빨강 물감이 나옵니다.
파란 꽃에서 파랑 물감이 나옵니다.
색색가지 꽃을 다 키우니까 색색 물감이 다 나옵니다.
환쟁이는 온종일 그림을 그립니다.
빨강 물감으론 빨간꽃을, 노랑 물감으론 노란꽃을 그립니다. -p. 55- |
  | << 아름다운 우화 8편 보석처럼 ‘반짝반짝' >> [문화일보 / 최현미] | | 우리 시대 작가 박완서씨의 동화집 ‘보시니 참 좋았다’는 제목 그대로다. 정말 좋다. 날카롭게 세상을 꿰뚫어보면서도 그 아래엔 삶을 품어내는 따뜻함이 흐르고, 묵직한 철학을 보여주는가 하면 그저 한바탕 웃게 만든다. 사람살이를 섬세하게 들여다보다가 어느새 한발짝 떨어져 삶 전체를 조망한다.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것이다. 이야기꾼의 솜씨란 이런거구나라는 생각을 들게한다.
여기에는 박완서씨의 첫 동화집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샘터·1979년)에 수록된 동화부터 최근에 쓴 이야기까지 작가가 직접 가려뽑은 동화 8편이 묶여있다. 작가가 가장 아끼는 동화묶음집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머릿말에 나와 있는 ‘왜 동화를 쓰게됐는가’라는 부분이 참 흥미롭다. 박완서씨는 “출구라고는 보이지 않던 답답하고 어둡던 유신시절, 나는 나도 제어할 수 없는 이상한 열정으로 보문동 오래된 한옥 안방에 밥상을 들여놓고 책 한권 분량의 원고지를 메웠다”고 기억해냈다. 작가의 말은 동화가 어둡고 질식할 듯한 70년대를 버텨가게 한 하나의 출구였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가 본질적으로 거짓 없고, 사람이 살아갈 희망의 세계를 이야기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시대의 갈증을 동화쓰기로 풀어냈다는 것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작가는 청소년과 젊은 엄마들을 위해 글을 썼다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들, 그 아이들이 분명히 즐거워할 이야기도 몇 편 있다. 몇몇은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이다. 초등학생부터 어른까지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작품 형식도 다양해 옛이야기스타일도 있고, 우화도 있고, 안데르센 동화를 떠올리는 작품과 대단히 현대적인 생활동화도 있다.
작가는 이 중에서 ‘다이아몬드’를 가장 아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는 1979년 첫 동화집에 수록된 이야기지만 20년전 작품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전혀 낡지 않았다. 15세기 베니스, 한 청년이 아름다운 귀족의 딸을 사랑한다. 청년이 귀족에게 딸과의 결혼을 허락해달라고 하자, 귀족은 다이아몬드를 연마해오면 결혼을 허락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엔 다이아몬드 연마법이 알려지지 않았다. 청년은 평생 다이아몬드를 연마하고 결국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로 연마해야함을 알아낸다. 하지만 그땐 이미 그는 늙었고 사랑하는 여인의 젊음도 사그라진 뒤였다. 사내는 탄식하며 삶의 허망함에 몸을 떤다.
하지만 이야기는 화자를 통해 사나이의 헛수고를 비웃지말라고 말한다. 사람이 살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그저 작은 이치일 뿐이라면서. 사나이는 다이아몬드에 저항할 수 있는 것은 다이아몬드 뿐이라는 이치를 얻었으니 허망한 삶은 아닌 것이다. 이는 이야기의 세련됨, 삶에 대한 허망함, 이를 넘어선 삶에 대한 관조라는 점에서 얼핏 안데르센을 연상시킨다.
이와 함께 자린 고비 아들세대 이야기 ‘굴비 한번 쳐다보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세상에 대한 눈을 떠가는 보통 사람들의 심리를 그린 ‘참으로 놀랍고 아름다운 일’등 다른 7편도 좋은 이야기들이다. 한편 20년 넘게 작가와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쌓아온 화가 김점선씨의 그림은 이야기의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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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얼굴 가득 미소를 번지게 하는 행복한 이야기 8편 >> | | 「찌랍디다」는 여자를 박대한 시대 속에서 어린 신랑을 맞이한 신부의 현명하고도 재치 있는 혼인날의 대처를 통해 우리 선조들의 익살과 지혜를 유쾌하게 담아내고 있다.
「보시니 참 좋았다」는 할아버지가 어릴 적에 그렸던 성당벽화가 하나의 훌륭한 작품으로 인정되기까지 그 능력을 알아봐주고 키워준 시선이 있었고, 그 그림의 가치는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의 변함없는 사랑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소중한 이치를 알게 해준다.
「쟁이들만 사는 동네」는 환쟁이인 남편의 대작을 위해 목숨을 다한 아내와 대작을 위해 생명을 모조리 바친 남편이 그 아내의 죽음을 보고 숨을 거둔 이야기를 통해 천생연분이란 어떤 것인지를 들려준 아름다운 부부이야기다.「굴비 한 번 쳐다보고」는 모두들 알고 있는 자린고비 이야기를 단순히 절약정신을 강조한 이야기가 아닌, 부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범한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경험을 쌓고 느끼고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느끼게 해준다.
「다이아몬드」는 한 소녀를 사랑한 한 금속공이 다이아몬드를 다듬는 과정을 통해 인생은 열심히 고생해야 기껏 아주 작은 이치를 얻어내는 데 불과하며, 고통스런 삶일지라도 사랑보다 보석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공유하고 대화해야 하는지 수채화처럼 보여준 「산과 나무를 위한 사랑법」,어려웠던 시절 제자들을 사랑한 선생님의 따뜻한 이야기「아빠의 선생님이 오시는 날」, 곧 태어날 아기를 맞으며 엄마, 아빠, 할머니까지 새생명의 탄생을 위해 준비하는 마음을 애잔하게 담아낸「참으로 놀랍고 아름다운 일」 등은 그야말로 빛나는 보석처럼 인생의 아름다운 편린들을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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