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살던 시대, 사회, 동시대인에게 신랄한 독설을 퍼부어대는 위스망스는 약자, 사회의 희생자들에 대한 깊은 이해와 동정심도 잊지 않는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과 불쌍한 여인들ㅡ특히 빈민 계급의 여인들과 매춘부들ㅡ을 향한 연민을 소설 속에 절절히 표현한다. 이들에 대한 그의 연민의 언어는 작품의 가치를 한층 더 높이고 있다. 삶의 고통을 표현하는 결코 밝다고 할 수 없는 그의 작품 속에서 무엇보다도 절망적인 것은, 결코 양보하지 않는 완전성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추구다. 인간은 불완전하게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완전성을 추구하도록 만들어진 탓에 그에 수반되는 실망과 좌절, 두려움 역시 비례하여 커지는 것이다. 소설을 통해 위스망스가 표현한 낙담과 좌절은 우리들이 느끼는 바로 그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글쓰기가 그에게 큰 위안이 되었던 것처럼 그의 글을 읽는 것은 분명 소설가 위스망스가 우리들에게 베푼 또 하나의 위안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옮긴이 해설> 에서
저자 - 조리스 칼 위스망스(Joris-Karl Huysmans) 네덜란드 태생의 화가인 아버지와 파리 태생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아버지의 사망과 어머니의 재혼으로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법학 대학에 들어갔으나 중도에 포기하고 내무부 직원으로 일했으며 1870년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의 발발로 징집되나 병으로 인해 곧 후방으로 이송되었다. 종전 후에도 계속 내무부에서 일했고 틈틈이 글을 써서 잡지에 발표했다. 초기에는 자연주의 소설을 쓰면서 졸라와의 오랜 교유를 시작했으나 ‘퇴폐주의 문학의 교과서’로 칭해질 만큼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거꾸로(A rebours)」를 정점으로 점차 악마주의로 눈길을 돌린다. 주요 작품으로「마르트, 한 창녀의 이야기(Martbe, bistoire d'une fille)」(1876),「바타르 자매(Les Soeurs Vatard)」(1879),「거꾸로(A rebours)」(1884),「저 아래(La-bas)」(1891),「출발(En route)」(1895),「대성당(La Cathedrale)」(1898),「속세를 떠난 자(L'Oblat)」(1903) 등이 있다.
역자 - 손경애 덕성여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석사, 프랑스 랭스 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는「프랑스 어법」등이 있다. 현재 덕성여대 불문과교수로 재직 중이다.
등짐
부그랑씨의 퇴직
궁지
옮긴이의 해설 속악한 세상에 대한 조소와 반항의 글
작가 연보
"이런 순간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지." '뵈프 아 라 모드'란 식당에서 푸짐하게 점심을 먹은 후 르 퐁사르 씨는 헐떡거리며 말했다. 그는 이제 팔레 루아얄의 회랑 안에 앉아 있었다. 그곳은 다른 시골 사람과 마찬가지로, 진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그가 여기는 곳이었다. 약간 몸이 굳은 채로, 머리는 조금 뒤로 젖히고, 감미로운 무기력함이 온몸을 감싸는 것을 느끼며, 그는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는 운이 좋았다. 오늘 낮은 전조가 좋았다. 아침 9시부터 그의 손자의 일을 맡아보는 파리의 공증인에게 갔었다. 어떤 유언의 흔적도 없었다. 그곳을 나와, 문제의 그 돈이 예치되어 있는 크레디 리요네 은행에 갔었다. 그는 돈을 잃을까 봐 전전긍긍하며 잠도 못 이룬 형편이었다. 돈은 여전히 거기에 있었다. 확실히, 가장 힘든 일은 비껴가게 되었다. 그가 대항할 여자는 적어도 그가 아는 바로는, 법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 "자, 좋은 징조로 시작되는군." 그는 담배 연기를 조금씩 내뿜으면서 중얼거렸다. -p. 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