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김수영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를 해온 강웅식 문학박사의 결실이 『해석의 갈등―김수영의 풀 다시 읽기』라는 이름의 이색적이고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책으로 나왔다. 「풀」을 둘러싼 이러한 여러 가지의 해석의 갈등을 정리하고 저자의 논평을 통해 나름의 평가를 내린 책이다. 1부에는 「풀」에 관한 해석의 갈등 양상들을 정리하면서 저자가 나름의 이해를 토대로 그 갈등을 중재해 보려는 노력이 실렸고, 2부에서는 저자가 20년 전에 쓴 석사학위논문을 거의 수정없이 그대로 실어 1부에서 이루어진 해석의 내용과 석사학위논문의 내용의 비교를 통해 하나의 텍스트에 대한 이해의 심화 과정과 연관된 사례를 볼 수 있게 했다. 3부에서는 「풀」에 대한 논문들 중 핵심 부분들을 발췌하여 수록해 「풀」을 연구하는 다른 연구자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저자 - 강웅식 - 1960년 강릉 출생. 경희대학교 국문학과 및 동대학원 석사졸업, 고려대학교 국문과 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1993년 「세계일보」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김혜순의 시와 음화적 이중구조와 현실인식」으로 당선. 주요 논문으로 「김수영의 시의식 연구」, 「한국 현대 서정시조의 한 양상」등이 있다.
제1부 「풀」에 관한 해석의 갈등과 그 중재를 위하여 1. 문제 제기 : 「풀」의 저항력 2. 「풀」에 관한 해석의 갈등 3. 「풀」 다시 읽기 4. 김수영 문학과 「풀」의 위치 5. 결론
제2부 풀의 자율성과 초월적 암호 : 김수영의 시 「풀」 연구 1. 서론 2. 본론 3. 결론
제3부 해석의 변주 : 「풀」 연구자료
1964년 3월에 발표된 이 작품에서는 폭로적인 자기 분석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분석 주체인 '나'도 등장하지 않고 일상 생활의 구체적인 세부도 눈에 띄지 않는다. 작품에서 강조되는 것은 우연히 듣게 된 거위의 울음소리와 또한 우연히 보게 된 몇 가지 풍경들이다. '여자의 호마색 원피스'와 '강물'과 '꽃'과 '얼굴'은 원래 거위의 울음소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들이다. 거위가 울 때 마침 바림이 불어 원피스를 나부끼게 하였다면 그것은 우연한 사태일 뿐이다. 작품에서 한 인물은, 그러나, 거위의 울음소리가 원피스를 바람에 나부끼게 하고, 강을 흐르게 하고, 꽃을 피우고, 웃는 얼굴을 더 웃게 했다고 주장한다. 작품의 결구라고 할 수있는 마지막 행에서는 심지어 그 거위 소리가 죽은 사람을 되살아 나게도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화자는 거위의 울음소리로 인해 발생한 주술적 사건에 대해 보고하고 있는 것이다. -p.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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