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에서 인간 유전체 계획까지 현대 의학 100년의 역사를 말한다. 이 책은 인류 역사를 바꿔 온 굵직굵직한 의학적 사건들을 중심으로 현대 의학 100년의 역사를 말한다. 동시에 정치적인 이유로, 혹은 운이 나빠 노벨상 수상 기회를 놓친 사람들과 행운의 여신의 도움으로 노벨상을 타게 된 사람들 등 역사 속에 감춰진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도 들려 준다.
저자 ㅣ 예병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분자생물학적 연구 방법을 이용하여 질병 발생 기작을 연구하였다. 현재 연세대학교 원주 의과대학에서 유전자 분석 및 발현 조절과 이온 통로의 전기생리학적 현상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사랑과 우정의 교실> <의학사의 숨은 이야기> <낙태 포르노 인간복제>가 있고, 번역서로 <의학의 과학적 한계>가 있다.
1장 다시 돌아온 말라리아
2장 세균과의 전쟁
3장 세균 박멸을 목표로
4장 바이러스는 살아 있다
5장 면역학의 태동과 발전
6장 백신과 면역 요법
7장 암 정복을 향하여
8장 유전학의 발전
9장 생명 복제의 충격
10장 인간 유전체 계획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의문 하나는 그동안 역사 속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바이러스가 어떤 경로로 20세기 말에 갑자기 출현하였는가에 대한 것인데 여기에 대해서도 속 시원히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몇 가지 추측을 해 볼 수는 있다. 생태계를 비롯한 여러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치명적인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하였다는 설과 유전자 조작 등의 실험으로 인해 돌연변이가 발생했다는 설 등이 있으나 어느 것도 확실한 설명은 되지 못하고 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20세기가 다 가기 전에 인류를 크게 위협하리라는 초기의 예상과 달리 에볼라 바이러스의 경우 수년째 대유행 없이 잠잠한 상태라는 점이다. 신이 인류에게 내린 벌이든, 한때의 해프닝이든 에볼라 바이러스는 미래 언제 어디서 또 나타날지도 모른다. -p.38-
<< 인간 vs 질병, 그 투쟁의 역사 >> [동아일보 / 민동용 기자]
엘리 메치니코프(1845∼1916)는 모 식품회사의 요구르트 때문에 일반인에게 잘 알려진 러시아계 유대인 생리학자다. 그 제품의 TV광고를 보면 메치니코프는 불가리아의 장수마을 사람들이 자주 마신다는 유산음료에 들어간 유산균을 배양한 사람으로만 여겨진다.
그러나 그는 식세포가 인체에 침입한 물체를 잡아먹는 면역반응, 즉 세포성 면역을 처음 발견해 1908년 노벨 의학생리학상을 받았다. 물론 노년에는 노화연구에 헌신하며 락토바킬루스 불가리쿠스라는 균을 자주 배양해 마시긴 했다.
1901년 첫 노벨상이 수여된 뒤 지금까지 103년 동안 노벨 의학생리학상의 역사는 곧 과거 한때 인류를 거의 절망에 빠뜨렸던 질병에 대한 소수 선구자들의 투쟁의 역사였다. 그것은 바로 현대 의학이 걸어온 길이기도 하다.
이 책은 노벨 의학생리학상 수상자들을 8개 범주로 묶어 수상 업적과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그들이 쏟아 부었던 노력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노력에는 행운도 따랐고 상을 받지 못할 뻔한 불운도 있었다.
페니실린을 발견해 1945년 노벨 의학생리학상을 받은 알렉산더 플레밍에게는 행운이 연이어 작용했다. 그의 배양액을 오염시킨 곰팡이는 다름 아닌 아래층 실험실에서 알레르기 백신의 제조 연구에 이용됐던 것이다. 또 휴가 중인 플레밍이 배양 용기를 배양기에 넣지 않고 실험대 위에 그대로 놓아 뒀기 때문에 곰팡이에 오염됐고 그래서 그의 발견 또한 가능했다. 이것 말고도 대여섯 번의 행운이 뒤따랐다.
반면 결핵균 치료제인 스트렙토마이신을 발견해 1952년 노벨 의학생리학상을 받은 셀먼 왁스먼은 세 차례나 더 일찍 그 물질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놓쳐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이러한 행운이나 불운이 인류에 대한 그들의 숭고한 업적을 가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들이 발견한 병원균, 항생물질, 치료제는 5000년 전부터 수억 인류의 목숨을 앗아갔던 말라리아, 디프테리아, 페스트, 천연두, 매독, 한센병, 결핵 등을 막아 내거나 최소한 세계 전체로 번지는 것을 예방했다.
20세기 초반에는 세균, 바이러스, 면역, 백신 등 감염성 질병에 대한 대응 노력에 노벨 의학생리학상이 집중됐다면 후반기에 접어들어서는 암에 대한 투쟁에 초점을 맞춘다.
20세기 100년간 암과 관련된 연구로 이 상이 주어진 것은 모두 네 차례였다. 한 가지 주제에 무려 네 번씩이나 노벨상이 수여된 것은 기록적인 일이지만 그럼에도 아직 암이 불치병이라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라고 저자는 탄식한다.
책의 나머지 2장은 지난 몇 년간 세계를 흔들어 놓은 생명복제와 인간유전체 계획(Human Genome Project)에 할애됐다.
저자는 이 두 분야에서 앞으로 노벨 의학생리학상 수상자가 나올 것으로 확신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 연구가 앞으로 인류의 건강과 행복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한다.
말라리아에서 인간 유전체 계획까지 현대의학 100년의 역사는 생명을 관장하는 신의 영역에 한 발을 들여온 과정이었다. 1901년 이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180명의 의학자와 과학자들은 이 과정을 이끈 첨병이었다. 예병일 연세대학교 의대 교수(40·사진)는 ‘현대의학, 그 위대한 도전의 역사’를 내놓고 노벨 생리·의학상으로 보는 질병과 의학의 투쟁사를 밝혔다. 20세기를 기준으로 해서 의학의 발전과정을 살피며 21세기를 예측했다.
"노벨상 첫 수상자가 탄생한 것이 1901년이었으니까, 올해로 노벨상의 역사는 꼭 104년이 됐습니다. 노벨 평화상과 문학상이 인류의 정신적 면에 공헌했다면, 생리의학상은 삶의 수준을 높이는 데 지대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광범위한 파급 효과를 갖는 기초의학 분야의 연구업적을 살펴보는 것은 생명체 복제와 인간 유전체 계획 등을 포함한 인류의 의학계를 제대로 보는 길입니다.”
예 교수는 그러나 의학만의 관점에서 생리의학상을 살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00년 전후 한국사회에서 벌어진 의약분업, 한의약·양약분쟁, 양의사·한의사 간 시각차이 등에 나타난 갈등은 국민이 보기에 자기 주장만 펼친 싸움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이 갈등이 더 깊어진 것은 현장에 있는 의학도와 의사들의 인문 사회학적인 연구가 부족한 때문이지요. 자연과학을 전공하는 의사들이 환자를 원인과 결과로만 봐온 데도 원인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환자들은 기술자 같은 의사가 아닌 따뜻함을 주는 의사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의학을 인성교육을 포함한 인문 사회적인 측면에서 살펴봐야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의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 교수가 이 확고한 철학을 갖게 된 것은 개인적 경험도 큰 역할을 했다. 개인적으로 교류한 이들이 의철학(醫哲學)과 의료인문학, 의료사회학 등을 연구하면서 좋은 자극을 줬다. 그는 생화학과 분자생물학을 전공한 첨단 자연과학도이지만 이와 별개로 학교 강의에서도 인문사회학적인 의학 강의를 늘리고 있다. 이를 통해 가능하면 의사가 사회 속에서 환자들과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하고픈 꿈을 갖고 있다. 인문 사회학적인 의료 교육에 관심을 두는 흐름은 전국적으로 보면 초기 단계지만, 그런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졸업하고 전문의가 되면 국내 의료환경도 바뀔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자연과학도와 의학도의 입장에서 한국의 현재 모습은 안타까울 따름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화상을 수상했지만 생리·의학과 물리, 화학 등 과학 분야에서 한국의 노벨상 수상 소식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물리나 화학은 가끔 이론만으로 노벨상이 주어지기도 하지만 생리의학상은 이론과 실험 등 환경이 구비된 나라의 과학도만 수상자로 선정돼 왔다. 이를 고려하면 생리의학상은 개인의 영광인 동시에 국가의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물리 화학 생리학의학 등 과학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의 사례는 마냥 부럽다.
그는 의학 발전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지만 연구는 꾸준히 계속돼야 한다는 천상 학자로서의 의견도 피력했다. “의학이 제 아무리 발전했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질병도 동일한 수준으로 생기고 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의학 발전은 더디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인간이 사는 환경이 자연친화적인 것에서 벗어나고 있어 새로운 질병이 생긴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환자로 진단받은 암환자의 생존율은 비슷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마취제가 처음 소개될 때 일부에서 반대가 많았지만 결국 도입돼 환자들의 고통이 준 것을 예로 들며 의학 부분의 발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류를 편하게 하고, 경제성도 있다면 의학 기술의 발전은 계속될 것입니다. 결국 인문학적 사고력이 담보된 의학의 발전은 인류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더욱 편하게 할 것입니다.”
<< 노벨상으로 본 의학의 투쟁사 >> [경향신문 / 편집부]
1999년 미국의 암발생률은 75년보다 2배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도 지난 10여년 사이 2배가량 증가했다. 지금 각국은 암과의 전쟁에 엄청난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일부에선 “미국정부만 하더라도 암연구에 우주 개발비에 버금가는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했다”고 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 완치율은 50%대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지속적인 도전이 없었다면 더 큰 공포 속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 100년간 암 관련 연구에 노벨 생리·의학상이 주어진 것은 무려 4차례. 하지만 아직까지 불치병이라는 점, 대부분 치료법조차 개발되지 않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은 부제대로 ‘노벨 생리·의학상으로 보는 질병과 의학의 투쟁사’이다. 90년대 다시 돌아온 말라리아, ‘세균성 전염병 삼두마차’ 한센병·매독·페스트, 인류와 역사를 함께 한 바이러스 등을 연구한 노벨상 수상자들의 열정과 발자취를 추적했다.
생명체 복제와 인간 유전체 계획도 관심거리다. 저자는 “두 분야는 의학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 조만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 각각 아미노산과 DNA 염기서열 결정법을 정리해 2차례 노벨상을 받은 생어, 대장균의 접합으로 유전자를 교환하는 유성 생식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불과 21세에 발견한 업적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레더버그의 뒷얘기도 이채롭다. “과학의 발전이 인문학의 도움을 받아 문제의식을 가져야 할 때”라는 저자의 조심스러운 진단은 되새겨볼 대목이다. 의학과 과학이 생명의 본질을 다루게 된 지금, 부작용이 따를 가능성도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의학 그 위대한 도전의 역사 - 노벨 생리.의학상으로보는 질병과 의학의 투쟁사 (메디컬 사이언스 4)에 등록된 서평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