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할머니가 들려주는 맛있는 콩 이야기가 담긴 <어린이 들살림> 일곱 번째 그림책입니다. 옛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재미있는 콩 이야기를 들으면서 콩의 한 살이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본문 뒤에는 여러 가지 콩이 자라는 모습, 콩으로 만든 먹을거리와 콩과 식물 이야기도 있답니다. 화가와 편집자가 직접 콩밭에 나가서 같이 콩도 뽑고, 콩도 털면서 만들었기에 더욱 생생한 이야기를 맛볼 수 있습니다.
도토리 도토리는 우리 나라에서 사는 풀과 나무, 벌레와 물고기, 그 밖에 수많은 식물과 동물을 글과 그림에 담아서 책으로 펴냅니다. 그 동안 《갯벌에 뭐가 사나 볼래요》《고구마는 맛있어》《들나물 하러 가자》《갯벌에서 만나요》《냇물에 뭐가 사나 볼래？》《뻘 속에 숨었어요》《야, 발자국이다》《고사리야 어디 있냐？》《벼가 자란다》《소금이 온다》《빨간 열매 까만 열매》《뿌웅～ 보리 방귀》《야, 미역 좀 봐》《똥 똥 귀한 똥》《세밀화로 그린 나무도감》《세밀화로 그린 곤충도감》《무슨 나무야？》《무슨 풀이야？》《무슨 꽃이야？》《세밀화로 그린 도토리 갯살림 도감》들을 기획하고 편집했습니다.
<< 콩! 콩! 맛있는 콩, 재미난 콩 >> [조선일보 / 김윤덕 기자]
콩이라는 식물의 한살이를 알려주는 생태 그림책인데, 전래동화인 양 구수하고 재미있다.
“할머니, 그게 뭐예요?” 하고 묻는 들쥐에게 “밥에 넣는 밥밑콩, 메주 쑤는 메주콩, 콩나물 내는 나물콩, 검다고 검정콩, 푸르다고 푸른콩, 누렇다고 누런콩, 네 눈 같은 쥐눈이콩”이라고 신명나게 대답해주는 할머니. 마치 북 장단에 맞춰 판소리를 하듯 할머니와 들쥐가 주고받는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콩을 심어 콩밭 매고 순지르고 콩대 묶고 콩을 따는 과정이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콩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서리가 하얗게 내린 날, 가마솥에 콩을 삶아 메주를 쑤는 할머니. 콩짚을 썰어 푹푹 삶은 뒤 똥물에 섞어 거름을 만드는 대목은 신기하고도 유익하다. 민화풍의 그림엔 익살이 가득!
할머니의 콩 주머니는 특별하다. 맛 없는 콩들로 가득하지만 이상하게도 할머니 손을 거쳐 뿌려진 콩은 다른 모양새다. 노랗게 하얗게 빨갛게 핀 콩 꽃 구경하며 새 한 알, 짐승 한 알, 사람 한 알 세 알씩 콩을 심는 할머니를 쫓아다니다보면 금세 콩 속에 쏙 빠져든다. 둥글둥글 누런 메주콩, 알록달록 고운 강낭콩, 노릇노릇 콩나물콩, 올망졸망 쥐눈이콩 등 보기만 해도 흐뭇한 콩들이 한아름 눈앞에 펼쳐진다.
할머니가 콩을 심고 길러 가을걷이를 거쳐 콩도 삶고 콩짚도 썰고 콩을 가리는 과정을 보면 설레설레 고개를 젓던 콩이 친숙해진다. 슬금슬금 기어가 아궁이도 슬쩍 보고 또르륵 콩을 가리는 할머니 옆에 가면 동글동글 만져지는 콩에 손이 먼저 간다. 콩이 전하는 재미뿐 아니라 우리말의 리듬감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이를테면 들쥐는 ‘째째불 째째불’ 말이 많다. 콩밭은 ‘콩대 쑥 올라서, 넌출넌출 잎이 나고 나비같이 꽃이 피어, 동글납작 꼬투리에 토실토실 콩’이 열린다. 여러 날이 지나면 ‘콩밭에는 콩잎이 콜콜, 깨밭에는 깻잎이 깰깰, 솔밭에는 솔잎이 솔솔’거리며 오글오글 영근 콩들을 거둬들인다.
지은이는 세밀화 대신 민화풍으로 풍경을 정겹게 그려냈다. 원근법이 사라진 그림은 민화의 느낌을 살려내며 평면 가득 콩들을 펼쳐낸다. 저마다 싹을 틔운 콩은 꼬불꼬불 줄기에 생명력을 고스란히 머금은 채 할머니의 주변을 감싸안는다. 그림 위쪽 부분에 집과 나무, 소, 닭 들이 옛 고향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책은 이 외에도 콩에 관련된 정보를 함께 담아냈다. 푸르스름한 녹두에서 완두, 서리태, 팥, 작두콩, 까치콩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콩들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덧붙였다. 땅속에 심은 콩이 어떻게 자라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땅속 콩이 콩꼬투리를 만드는 과정을 세밀하게 좇아간다.
콩으로 만든 먹을거리를 만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콩자반, 콩떡, 콩기름, 녹두부침개 등 콩으로 만든 음식은 지글지글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입맛을 다시게 한다. 또 구멍이 숭숭 난 시루에 짚을 깔고 콩나물을 기르거나 콩을 물에 불려 삶은 뒤 찧어 메주를 띄우는 일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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