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그림이 내 가슴에 들어왔다. '내가 그토록 그리워하며, 찾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언제나 곁에서 바람막이가 되어준, 그 사람 눈빛 같은 그림들
조정육 대학에서 불문학을,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 떠나간 사람들의 유산인 미술사를 공부하면서, 살아 있는 사람들의 그림을 살펴보는 미술평론도 겸하고 있다. 2002년에 한국학술재단 지원으로 일제시대 일본 유학생들에 대한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만권독서와 만리행' 이라는 화두에 사로잡혀 시간만 나면 답사 길에 오른다. 장기칩거와 방랑이 가능한 특이한 체질이다. 유독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은 탓에 화가들의 삶도 그림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또한 지금 그 그림을 보는 사람의 일상 속의 감정도 소중하다는 것을 안다. 누구든지 우리 그림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편안한 글쓰기에 매료되어 산다. 그동안 <그림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조선시대 회화사1 - 꿈에 본 복숭아꽃 비바람에 떨어져> <조선시대 회화사2 - 가을 풀잎에서 메뚜기가 떨고 있구나> 등을 썼다.
- 여는 글
1. 물과 얼음 사이 2. 너와 나의 보름달 3. 제삿날의 목욕과 때밀이 보시 4. 내 인생의 행운 - 산사로 가는 길 5. 남편의 감, 아버지의 배 6. 내게 아주 특별한 것 7. 꿈에서 현실로, 현실에서 꿈으로 - 추억의 콘서트 8. 내 사랑하는 아들의 할아버지 9. 늦게 피는 꽃 10. 추억을 팔던 날 11. 엄마가 셋인 아이 12. 마흔세 해를 꽉 채운 날 아침 13. 나를 지켜주는 힘 14. 나만의 돌탑을 쌓으리라 15. 식탁위의 시사평론 16. 도로위의 참 수행 17. 상처 너머 친구를 기다리다 18. 정붙이기 19. 정답이 보이는 시험 문제 20. 나의 사치와 아버지의 봉투 21. 태풍전야 22. 내 아들은 '삼일이' 23. 식모살이하러 가는 엄마 24. 홈리스와 암리스 25. 그녀 26. 종묘공원에서 엿 본 미래 27. 내 곁에 있는 당신께 28. 대합실의 로미오와 줄리엣 29. 장터의 발견 30. 다시 무릎을 꿇으며 31. 위대한 거장들의 흔적
- 닫는 글
나를 지켜주는 힘 (94 ~ 95 P)
비가 멈추고 하늘이 맑게 개던 날, 지평선으로 해가 떨어진다는 작은 도시에 갔다. 한창 자라기 시작한 보리밭 사이로 가르마보다 조금 넓은 아스팔트길이 놓여 있었고, 그 위로 차가 미끄러지듯이 달렸다. 같은 해가 떨어지는 지평선을 향해 뻗어 있었다. 멀리 도로가 ？나는 지점에서 태양은 제왕처럼 눈부신 모습으로 이글거렸다. 나는 노을 속으로 빨려들어가듯 서쪽을 향해 달렸다. 태양을 향해 개선장군처럼 나아갔다. 능소화와 원추리꽃을 물에 담가 붉은 꽈리와 치자꽃을 풀면 홍시처럼 붉어지는 태양빛이 될까. 개나리와 산수유를 흔들어 복사꽃을 넣으면 저 노을빛이 될까. 그것도 아니라면 노란 민들레에 그의 붉은 마음을 섞으면 하늘을 온통 물들이는 해질녘의 홍조가 될까...... 붉은 기운이 감도는 황금빛 햇살이 서산으로 쏟아져내렸다. 올망졸망한 산과 낮은 언덕, 그 곁에 모나지 않게 앉아 있는 낮은 건물들이 석양빛에 붉게 상기되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