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낭만주의 음악사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슈만과 볼프는 아이헨도르프의 시를 즐겨 노랫말로 삼았으며, 몇몇 시는 오늘날까지 마치 민요처럼 애창되고 있다. 이처럼 아이헨도르프는 독일 낭만주의 문학사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남아있고, 『방랑아 이야기』는 낭만주의 소설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기억된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독일 낭만주의의 모든 특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요제프 폰 아이헨도르프
1788년 독일의 슐레지엔에서 태어났다. 할레 대학및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수학하였고, 학창 시절 내내 문학 작품을 애독하였다. 또한 여러 지방을 여행하였는데. 이러한 경험들은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학업을 마친 뒤에는 공직에 있으면서 많은 문인들과 사귀며, 소설뿐 아니라 시, 희곡, 평론, 문학사 등도 집필하였다. 1857년 69세를 일기로 사망하였다. 남긴 작품으로 <방랑아 이야기> <가을의 마술> <대리석상> 등이 있다.
[차례] 기획의 말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제8장 제9장 제10장 옮긴이 해설: 동화처럼 아름다운 방랑과 사랑의 이야기 /
작가 연보
우리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산과 골짜기를 넘어 달리고 또 달렸다. 나에겐 생각？ 겨를이 전혀 없었다. 다음 역에 도착하면 말들이 벌써 대기하고 있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 손짓 발짓을 다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주막에 들러 멋진 식사를 앞에 놓기가 무섭게 마부는 우편 나팔을 불어대었다. 그러면 나이프며 포크며 다 내동댕이치고 다시 마차에 몸을 실어야 했다. 나 자신도 도대체 알 수 없었다. 어디로, 그리고 무엇 때문에 엄청한 속력으로 달려가야 하는지를.
그러나 이 방랑 행각이 아주 싫지는 않았다. 마치 안락의 자인 양 마차의 이구석 저구석에 몸을 던지면서 새로운 마을을 찾고 새로운 사람들과 사귀었다. 마차가 도시를 통과해갈 때는 양팔에 턱을 괴고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 이따금 정중히 모자를 벗어 보이는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표하거나, 창밖을 지나가는 소녀들에게 오랜 친구인 양 인사를 보냈다.
그러면 그들은 으레 무척 놀라워하면서 호기심에 찬 시선으로 오래오래 나를 바라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