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주 어릴 적 네모난 라디오만 한 대 있었지. 까만 하늘에 총총총 별이 뜨면 난 라디오 앞에 엎드려 귀 기울였지.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귀 기울였지. 그러면 '전설따라 삼천리'가 흘러나왔지.
이 책에도 다섯 편의 전설을 담아 놓았지. 나 아주 어릴 적 라디오를 들을 때처럼 너희들도 눈알이 빤질빤질해지도록 재미나게 이 이야기들을 읽어 주면 좋겠네. 책에 코를 박고 읽어 주면 좋겠네.
조호상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났습니다. 시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1990년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쓴 책으로<얘들아, 역사로 가자>, <재치가 배곱 잡는 이야기>, <별난 재주꾼 이야기>, <야생동물 구조대>등이 있습니다.
1.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
2. 바다에 잠긴 마을
3. 울지마, 울산바위야
4. 울산바위를 묶어라
5. 연못에서 온 아내
6. 백 날 동안 뚫은 굴
바다에 잠긴 마을
사람들이 궁금해서 물었어.
"할아버지, 부처님께 무슨 빌 일이라도 생겼나요?"
"그게 아니라, 부처님 귀에서 피가 나는지 살펴보는 거라네."
"부처님 귀에서 피가 나다니요?"
할아버지는 나그네가 한 말을 사람들에게 들려줬어. 하지만 사람들이 그런 터무니없는 말에 어디 콧방귀라도 뀌나.
"에이, 말도 안 되는 소리!
장난으로 한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세요?"
"헛고생 말고 그만두세요."
그래도 할아버지는 여전히 틈만 나면 돌부처를 보러 다녔어.
"쯧쯧, 저 양김 노망이 들어도 단단히 들었어.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를 믿어야지."
<< 울지마 울산바위야 >> [한국일보 / 편집부]
까마득한 옛날, 산신령이 금강산에 일만이천봉을 만들기로 하고 모든 봉우리에 금강산에 모이라고 명령한다.
울산의 울산바위도 북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비지땀을 흘리며 설악산에 다다랐을 무렵, 산신령의 심부름꾼이 "어젯밤 일만이천봉이 다 모였다"고 하자 설악산에 주저 앉는다.
울산바위는 그렇게 해서 설악산에 있게 됐다. 바위, 연못 등 우리 산천에 얽힌 전설 다섯편을 담았다.
까마득한 옛날, 신령님이 금강산에 내려와 한 바퀴 둘러보니 봉우리 몇 개만 비쭉 솟은 것이 영 볼품이 없었다. 고민하던 신령님은 아름다운 일만이천봉츨 만들기로 하고 세상의 모든 봉우리들에게 금강산으로 모이라는 명령을 내린다. 저 남쪽 울산 땅, 크고 멋진 봉우리를 자랑하던 울산바위도 금강산을 향해 북쪽으로 북쪽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비지땀을 흘리며, 고개를 넘고 들을 지나 설악산에 다다랐을 즈음, 산신령의 심부름꾼이 헐레벌떡 달려오더니 하는 말, "여보게, 자네는 이제 금강산에 갈 필요 없다네. 벌써 어젯밤에 일만 이천 봉우리가 다 모였다네." 울산바위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심정이었지만 그 큰 덩치를 끌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결국 울산바위는 오도가도 못하고 설악산에 눌러 앉게 되었고, 울산바위가 억울해서 흘린 눈물이 커다란 계곡을 이루었다.
그렇다면 울산바위는 아무 탈 없이 설악산에 정착할 수 있었을까? 여기에 얽힌 이야기 한 편이 이어진다. 해마다 울산 고을 원님이 설악산이 있는 양양 고을에 와서 바윗세를 받아 갔다. 원래 울산에 있던 바위라는 이유만으로... 양양 고을에 새로 온 원님이 이를 걱정하자 원님의 아들이 꾀를 내어 더 이상 바윗세를 받아가지 못하도록 만든다. 그렇다면 아들은 어떤 꾀로 울산 고을 원님을 꼼짝 못하게 했을까? 그 답은 이 책'울산바위를 묶어라'를 읽어 보면 알 수 있다.
<울지 마...>는 이처럼 바위, 연못 등 우리 산천에 얽힌 전설 다섯 편을 담아 아이들로 하여금 우리 산천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