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타의 철학자 에피메니데스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 바 있다:모든 크레타 사람들은 다 거짓말쟁이이다. 이로부터 무슨 결과를 끄집어낼 수 있을까? 만약 에피메니데스가 말한 것이 참이라면, 그가 방금 말한 대로 실은 그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말한 것이 거짓이라면, 그것은 또한 그가 말한 진술과 부합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그야말로 이상하고도 불가사의한 고리 속에 매달린 꼴이 되는 것이다. 20세기의 찬란한 지성들 중의 한 사람이었던 쿠르트 괴델은 바로 이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거짓말-모순을 수학에 대입하여 설명했고, 이를 통하여 수학이 지금까지 누려온 자명성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놓았다. 또한 벨기에의 플랑드르 출신인 그래픽 예술가이자 판화가인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는 전 생애에 걸쳐서 괴델에서와 같은 기이한 고리의 모순을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고,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작품들 속에 있는 구조에서도 이와 동일한 현상이 매우 세련된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을 우리는 늘 다시 발견한다. 이런 여러 영역들로부터 호프스태터는 하나의 거대한 모자이크, 말하자면 수학적 논리학의 시각에서 이 세계에 대한 그야말로 엄청난 시각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1945년 뉴욕에서 출생한 호프스태터는 1961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독일계 할아버지 로버트 호프스태터의 학문적 자질을 이어받아 일찍이 과학자의 길로 접어들어서 1965년 스탠퍼드 대학교를 졸업했고 1975년에는 오리건 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디애나 대학교 컴퓨터 과학과의 조교수를 지냈으며, 미시간 대학교 심리학과에서는 인공지능 연구에 몰두했다. 독일 레겐스부르크 대학교,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와 MIT 등 여러 대학교의 객원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미시간 대학교와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인지과학 및 컴퓨터 과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프린스턴 대학교와 하바드 대학교에서 과학철학, 비교문학, 심리학 분야의 객원교수로 활동하면서 르네상스적인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전문가 경지의 음악적인 실력은 물론 독일어와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네덜란드어, 러시아어, 스웨덴어를 구사하는 언어천재이기도 하다. 아마 과학계의 움베르토 에코라고 불릴 수 있을 것이다. 호프스태터는 이 책으로 1980년에 퓰리처 상 일반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고, 역시 같은 해에 미국 도서대상(American Book Awards)을 받았다. 이 책 이외의 주요 저서로는 D. C. Denett와 편집한 The Mind's I：Fantasies and Reflections of Self and Soul(1981, New York：Basic Books)；Metamagical Themas：Questing for the Essence of Mind and Pattern(1985, New York：Basic Books)；The Fluid Analogies Research Group과 공동 연구한 Concepts and Creative Analogies, Computer Models of the Fundamental Mechanism of Thought(1995, New York：Basic Books)；근간으로 Le Ton beau de Marot：In Praise of the Music of Language(1997, New York：Basic Books) 등이 있다.
1. 정신과 사고 2. Bloop과 Floop과 Gloop 3. TNT 및 그것과 연관된 체계들의 형식적으로 결정 불가능한 명제 4. 체계로부터 벗어나기 5. 재귀-준거와 재귀-증식 6. 처치, 튜링, 타르스키 등 7. 인공지능:회고 8. 인공지능:전망 9. 이상한 고리 또는 헝클어진 위계질서
괴델의 재귀-준거
이것은 괴델의 재귀-준거 G의 매커니즘의 기술과 흡사하다. 결국 그 TNT연쇄체는 자기 자신의 기술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정수(u의 대수 콰인화)의 기술을 포함한다. 이것은 단적으로, 그 정수가 바로 자연수 공간에 있는 연쇄체 G의 정확한 "이미지"가 되는 식으로 일어난다. 따라서 G는 자기 자신을 다른 공간으로 번역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때 두 공간 사이의 동형관계가 동일한 것으로 간주될 정도로 밀접하기 때문에 G를 재귀-준거적 연쇄체라고 부르는 게 더 편하다. 자연수의 추상적인 영역에 TNT를 반영하는 동형관계는 기호를 수단으로 해서 실재 세계를 우리 두뇌에 반영하는 준-동형관계와 비교될 수 있다. 그 기호들은 대상에 대해서 준-동형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그 덕분에 우리는 사고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괴델 수들은 기호 연쇄체와 동형태의 역할을 수행하며, 그 덕분에 우리는 자연수에 대한 명제들에 들어 있는 메타 수학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국어에 대해서 한국어로 논의하는 것만큼 것은 없는 한국어에서와는 달리, 그것이 쓰인 언어 TNT가 자기 고유의 구조를 가리킬 희망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재귀-준거에 도달하는 속성 G는 놀라우며 거의 마법에 가깝다. 따라서 G는 번역을 통한 재귀-준거의 탁월한 보기- 가장 확연한 경우는 아니지만-이다. 또한 대화 편에 나오는 일정한 보기도 떠올릴 수 있는데, 그 이유는 그들 중의 몇 개가 이와 마찬가지로 번역을 통한 재귀-준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독주 아킬레스를 위한 소나타"를 들 수 있다. 그 대화에서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가 여러 번 암시되는데, 쳄발로 반주를 상상하는 거북의 제안이 특이하다. 결국 이 생각을 대화 편 자체에 응용하면, 거북이 말하는 대사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아킬레스의 몫이 (마치 바이올린이 하듯이) 독자적으로 존재한다고 가정한다면, 거북에게 어떤 대사를 할당하는 것은 전적으로 부당하다. 어쨌든 여기에서는 바흐의 작품을 토대로 대화를 조각내어서 복제하는 재귀-준거에 대한 보기가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복제<사상>는 당연히 독자의 몫으로 돌려진다. 그러나 독자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해도, 그 복제는 존재하는 것이며, 그 대화 편 또한 여전히 재귀-준거인 것이다.
<< 꼬리에 꼬리를 문 추론 >> [조선일보 / 이지형기자]
크래타 사람 하나가 '크레타사람은 모두 거짓말쟁이다'라고 외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옳은 말인가, 그른 말인가. 옳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말은 거짓이 돼버린다. 거짓말쟁이 크레타 사람의 말이니까.
고대 철학자 에피메니데스의 이 역설을 수학적으로 확장시킨 것은 20세기 오스트리아 수학자 쿠르트 괴델이다.
'모든 정합적인 형식체계 속에는, 그 내부에서는 참-거짓이 결정될 수 없는 명제들이 들어있다.' 괴델이 젊은 시절에 내세운 이 '불완전성의 정리'를 따를때 완결된 진리의 체계란 없다. 크레타 섬 안에서 크레타 사람이 거짓말쟁이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것처럼, 하나의 공리에서 파생된 명제로 이루어진 단순한 체계라고 해도 참-거짓을 따질 수 없는 명제를 갖고 있다.
79년 미국 인디애나 대학의 젊은 과학자 호프스태터가 쓰고 이듬해 논픽션 부분 퓰리쳐상을 받은 '괴델, 에셔, 바흐'는 이 같은 괴델의 논의를 중심으로 인간 지성의 한계를 다룰려던 책이다.
구체적으로는 '기계의 추론, 다시말해, 컴퓨터와 인공 지능이 가능한가'에 대한 논증을 하는 것이 호프스태터의 애초 계획이었다. 호프스태터는 '원래의 의도는 괴델의 정리를 핵심으로 하는 에세이를 쓰는 것이었으며 작은 책자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보았다'고 서론에서 밝히고 있다.
그런데, 호프스태터는 어느 순간 벨기에 출신의 판화가 마우리츠 에셔와, 음악가 바흐를 끌어들이게 되고 책은 단순한 이론서이기를 그친다.
난해하지만 우화적인 형식으로,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인간 지성에 관한 현란한 통찰로 탈바꿈한다. 괴델의 정리에서 참-거짓을 결정 못하는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 새로운 체계를 끌어들여 보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체계에도 증명못할 명제가 끼여있을테고, 완결된 체계를 만들자면 이 과정은 무한히 계속될 수밖에 없다. 에셔와 바흐의 작품은 이 '이상한 고리'에 대한 매우 특출한 예증이다.
반복하면서 제자리로 돌아오는 바흐의 '무한히 상승하는 캐넌'이 그렇고, '손을 그리는 손' 등 시작과 끝이 사라진 상태로 끝없이 반복되는 에셔의 그림들이 그렇다.
작품들을 따라가는 사람들은, 인간이 숙명적인 이율배반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지, 꼭 빠져나가기는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숙고하게 된다.
호프스태터도 바흐나 에셔가 작품울 만들 듯 책을 썼다. 아킬레스와 거북의 대화가 끝없이 반복되는 사이, 인공지능과 수학에 관한 논리는 상승하고, 끝에 이르는가 하면 다시 처음을 가리킨다. '이상한 고리'다.
<< '이상한 고리'로 만난 음악, 미술, 수학 >> [한겨레신문 / 고명섭기자]
우리의 두뇌는 '참'과 '거짓', '안'과 '밖'을 분명하게 가르는 이분법적 판단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세상에는 일도양단의 이분법으로 갈라질 수 없는 것들이 더러 있다. 이를테면 고대 그리스 사람 에피메니데스가 “모든 크레타 사람들은 거짓말쟁이다”라고 '선언'했다. 이 명제는 참 또는 거짓으로 나눌 수 없는, 안과 밖이 꼬인 뫼비우스 띠처럼 연결된 문장이다. 이 명제를 참이라고 간주한다면, 그 결론은 즉시 말한 이에게 되돌아와 곧바로 그 명제가 거짓이라는 결론을 낳는다. 크레타 사람들이 다 거짓말쟁이면, 에피메니데스도 거짓말쟁이고, 그러면 그가 내뱉은 말도 거짓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기모순적이고 이율배반적인 명제에 착안해 현대 수학과 과학의 드넓은 숲을 유쾌하게 탐험한 책이 우리말로 옮겨져 나왔다. 더글러스 호프스태터가 쓴 <괴델, 에셔, 바흐--영원한 황금 노끈>(박여성 옮김, 까치 펴냄, 전 2권, 각권 1만5천원)이 우리를 이 이상한 이율배반의 세계로 안내하는 주인공이다. 지은이가 34살 때인 79년에 펴낸 이 책은 수학 이론에 관한 책으로는 이례적으로 돌연변이 같은 인기를 끌었다.
출간 다음해에 일반 논픽션 부문의 퓰리처상을 받았고, 같은 해에 미국도서대상까지 끌어안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은 쿠르트 괴델(1906∼1978)이라는 현대수학자를 중심에 놓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인물, 곧 음악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와 화가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1898∼1972)를 끌어들여, 세 가닥을 하나로 엮는 “황금 노끈”을 꼬아 놓았다. 지적 탐식증에 걸린 사람들이 '게걸스럽게' 달려들 수 있는 사유의 만찬을 제공한 셈이다.
이 세 사람이 결합되는 지점은 에피메니데스가 내비친 바 있는, 재귀준거적인, 다시 말해, 자기에게로 되돌아오는 '이상한 고리' 또는 '헝클어진 위계질서'다. 지은이는 먼저 바흐의 명작 <음악의 헌정>에 나오는 '카논'이라는 엄격한 형식의 대위법적 악곡에서 그 예시를 찾아낸다. 카논에서 바흐는 기괴한 형식을 실험했다. 다장조에서 시작하는 카논은 청중이 거의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교묘히 조바꿈을 하며 다섯 단계를 차례로 뛰어올라 다시 다장조로 돌아온다. 바흐는 이 되돌이가 영원히 계속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무한히 상승하는 카논'의 회화적 동형관계는 에셔의 그림에서 발견된다. 에셔는 착시현상을 이용해 모호하고 역설에 찬 공간 또는 평면을 만들어냈는데, 그 하나가 <폭포>라는 판화다. 이 작품을 보면 폭포에서 떨어진 물이 구불구불 흘러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 폭포수로 떨어진다. 내려가면서 동시에 올라가는 '이상한 고리'를 만든 셈이다.
이제 지은이는 바흐와 에셔의 세계를 괴델의 저 유명한 명제인 '불완전성 정리'에서 확인한다. 1931년 발표된 괴델의 정리를 요약하면 이렇다. “수론(수에 관한 총체적인 이론)의, 모순 없는 공리체계들은 반드시 결정 불가능한 명제를 포함한다.” 이 명제는 괴델의 선배 러셀과 화이트헤드가 내놓은 <수학원리>를 겨냥한 것이었다. 모든 수학적 진리를 자신의 체계 안에서 입증하고자 한 <수학원리>의 야심찬 포부는 괴델의 정리로 허물어졌다. <수학원리>가 허점투성이임이 폭로된 것이다. 결정적인 것은 이 '허점'을 증명하는 데 <수학원리> 내부의 방법론만이 쓰였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또다시 '이상한 고리'가 형성된다.
지은이 호프스태터는 현재 미국유수의 대학들에서 인지과학·컴퓨터과학·과학철학·비교문학·심리학 교수로 활동하는 전방위적 지식인이다. 세 지성에게서 시작한 그의 탐험은 논리학, 생물학, 인공지능, 심지어 선불교에까지 이르며 이상한 고리들을 건져올린다. 지적 고통과 쾌감을 동시에 유발시키는 이 책의 여정은 과학적 사유의 결절점들로 이뤄진 풍경 속으로 독자를 이끈다.
<< '99북리뷰 선정 올해의 책' 과학부문 >> [문화일보 / 배문성기자]
올해 과학도서출판계의 특징은 어린이 과학서적이 대중적인 인기를 끈 점과 과학철학도서들이 다수 출간되었다는 점이다. 과학철학은 인접학문의 결합이란 측면외에도 과학의 윤리적 측면, 철학적 방향을 반성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그 과학철학의 세계로 들어가보면 이런 세속적인 명분을 넘어선 놀라운 사유의 세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과학철학의 흥미로운 세계를 파노라마처럼 펼친 책이 더글러스 호프스태터의 저작 ‘괴델,에셔,바흐’(까치)다. 과학의 내밀한 세계에 흐르고 있는 철학적 비밀… 세계 창조의 과정과 진리추정의 역사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찾아가는 흥미진진한 상상의 세계… ‘괴델,에셔,바흐’는 고급 과학저작으로서의 가치 뿐만 아니라 철학·음악·미술을 망라한 종합적인 지식의 성찬을 만끽할 수 있는 즐거운 책이다.
책은 불완전성의 논리를 발견한 괴짜 수학자 괴델의 사유와 연속무늬 판화가로 알려진 에셔의 작품, 대위법의 비밀을 찾아낸 바흐의 음악 등에 감춰진 질서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꾸며져 있다. 즉 마치 헝클어진 위계질서처럼 보이는 작품의 내재적 질서는 거꾸로 다시 새로운 질서의 출발점이 되고 이것이 다시 재귀순환되는 이상한 고리로 연결되는 과정을 통해 현대철학의 주요한 관점인 이성중심 사유 부정으로 이어진다.
<< 근대지성 3인의 사상공통적 고민 추출해 내 >> [중앙일보 / 신용호기자]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거짓말 - 모순의 관계를 수학에서 규명한 20세기 오스트리아의 수학자 쿠르트 괴델, 괴델이 수학에서 지적한 이상한 고리의 모순을 시각화한 벨기에 출신의 판화가 마우리트 에셔, 이보다 앞서 고리의 모순을 세련된 음악작품으로 구현한 악성 바흐.
미 인디애나대 인지과학과 교수인 더글러스 호프스태터가 79년 출간한 <괴델, 에셔, 바흐>는 근대 지성사의 걸출한 인물 세 명의 사상을 중심으로 난해하지만 우화적인 형식으로, 미래지향적이지만 과거에 충실한 방식으로 인간 지성을 통찰하고 있다.
과학과 인문학을 아우르는 저자의 식견이 돋보이며 20년전 작품이지만 지금도 그 의미는 효용성이 있다. 수학, 음악, 시각적 인식과 철학의 근본 문제를 학문적으로 접근하기 보다 저자만의 독특한 방식을 통해 사상들 사이의 공통적인 고민을 풀어낸 과학시대 지성인의 양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