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0년간 군림해온 근대과학은 모든 사물이 분자, 원자, 소립자 등으로 분해될 수 있다는 환원론에 의해서 복잡한 자연현상과 사회현상을 설명해 왔다. 그러나 아무리 나누어도 단순화되지 않는 생명체, 경제, 기상, 우주 등의 현상은 이러한 근대과학 이론으로써는 설명할 수 없음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그와 같은 복잡한 체계를 그 세부 요소들의 상호작용을 종합, 분석함으로써 설명하려는 새로운 차원의 연구가 바로 복잡성 과학이다.
존 L. 카스티
사우스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랜드 코포레이션, 애리조나 대학, 뉴욕대학, 프린스턴 대학 등을 거치면서 연구를 계속해온 수리과학자이다. <패러다임로스트>와 <확실성을 찾아서>등의 저서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현재는 샌타페이 연구소 연구원이자 빈 공과대학의 교수로 재직중이다.
파동방정식과 파동의 운동
해안에 밀려드는 파도이든 공중으로 전달되는 텔레비전 전파이든 모든 파동은 물리현상으로서 매우 중요하고 또한 우리에게 친숙한 것이다. 수리물리학자들은 지난 수세기 동안 수면의 잔물결 전자기파의 통신신호 교각을 잇는 케이블 어린이들의 줄넘기 줄 등에서 관찰할 수 있는 파동의 전파와 반사 그리고 흡수를 결정하는 방정식을 푸는 방법을 찾는데에 인생을 바쳐왔다. 그런데 파동의 움직임에 대한 수학적 모형과 실제 파동의 실제 운동 사이에 반드시 어떤 관꼐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놀라움은 준비되어 있다.
최근 미네소타 대학의 수학자 마리안 푸르 엘과 자너선 리처즈는 어떤 합지적인 수학적 그러나 물리적으로는 의심스러운 상황에서는 고전적인 파동방정식의 해가 불능이 된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결과의 의미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파동방정식은 파동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서 어떻게 공간영역으로 전파되는가를 기술하는 것임을 상기해주기 바란다. 파동을 출발시키기 위해서는 시간 제로에서의 초기 파형을 정해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기타나 하프의 현에서 소리가 나게 하려면 현을 원래 위치에서 잡아당겨야 한다. 이렇게 잡아당겨진 우리가 손을 놓기 직전인 현의 형태가 최초의 파형 즉 초기상태이다. 그리고 파동방정식은 어떤 미래의 시간에 그 현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즉 현이 발생시키는 소리를 가르쳐준다.
<< 복잡성이론 개념과 사례 한권에 정리 >> [중앙일보 / 김두철서울대물리학교수]
과학의 역할은 우선 세상만사가 왜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설명하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예측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대과학이 아무리 발달했다 할지라도 정말 인간이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하는 사실들에 대해서는 그리 신통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 나라를 강타한 금융위기가 오리라는 것을 어떤 경제 모형이 자신있게 예측했는가? 독일이 저런 식으로 통일이 되리라고 어떤 사회정치 모형이 예측했었는가? 한반도의 통일 문제는? 하필이면 87년 10월의 어느 월요일 갑자기 뉴욕 증시가 폭락하는가? 생명의 기원은 무엇이고 또 생명이란 무엇인가? 정신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인간은 백만 년 후에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 있을까? 이러한 물음들에 대해서 현대과학은 아직 시원한 대답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일단의 과학자들은 이제 20세기 후반기의 물리학과 수학의 발전을 바탕으로 이러한 중대한 물음들에 대하여 진지하게 연구할 시점에 있다고 믿고 있다. 위에서 든 보기들의 공통점은 엄청나게 많은 구성요소들이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적응해가는 ``복잡한`` 계를 다룬다는 것이다. ``복잡성 과학``은 이러한 복잡한 계의 행동을 설명하고 예측하려는 연구행위이다. 한편 그러한 연구에 이용될 수 있는 비교적 새로운 수학적, 물리학적 개념과 방법들을 통털어 복잡성과학이라 부르기도 한다. 수리과학에서는 위의 보기보다는 덜 거창하지만 충분히 복잡한 대상에 대하여 오랫동안 생각해왔고 상당한 성과를 보았기 때문에 여기에서의 경험이 복잡성과학의 바탕을 이루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복잡성과학 연구의 메카로 여겨지는 산타페 연구소는 바로 이러한 연구를 위하여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머레이 겔만 및 필립 앤더슨,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케네스 애로 등 쟁쟁한 석학들이 모여 만든 연구소이다. 이 연구소의 사람들, 여기서 제창되는 아이디어들에 대해서는 박형규·김기식 두 교수가 `카오스에서 인공생명으로`(범양사刊·1995)라는 제목으로 번역한 미첼 월드럽의 저서에 잘 기술되어 있다. 최근 번역된 `복잡성 과학이란 무엇인가(까치)의 저자 존 카스티는 바로 이 연구소의 객원교수이자 빈 공대 교수로서 복잡성과학에 대해 많은 대중서와 잡지를 내는 한편 연구도 활발한 중진 수학자다. 그는 이 책에서 복잡계가 보여 주는 재미있는 행태들을 `놀라움의 과학`이라 말하면서 여기서 활용되는 핵심 개념들을 실제적인 예와 적절한 그림들을 통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논의되는 주제들, 예를 들어 혼돈계의 이상한 끌개, 시계열의 상관차원, 쪽거리와 만델브로집합, 톰의 급변론, 튜링기계와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인공지능과 신경망컴퓨터, 셀룰러 오토마타와 생명게임, 창발하는 성질 등은 복잡성과학의 기본일 뿐만 아니라 20세기 인류가 이룩한 정신문화의 진수들이다. 이 책은 비전문가가 부담 없이 읽기에는 좀 어려운 책이다. 그러나 지식의 즐거움을 아는 이들에게는 복잡성과학의 입문서로서 좋은 길잡이가 되리라 생각된다. 번역에서 한가지 아쉬움은 용어나 미묘한 설명 부분에서 이 분야 연구자들의 조언을 받았으면 더 좋았을 부분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 의식, 지능등 `복잡한 체계`의 특성을 알아내려면 >> [한국일보 / 이광일기자]
최근 경제학이나 사회과학 연구자 사이에 `복잡성이론`이 주식시세 변동같은 경제현상이나 고대문명의 몰락, 사회주의 붕괴, 국가정책의 수립과정 등 사회현상 분석에 활발히 응용되고 있다. 이 이론은 생명이나 의식, 지능과 같은 복잡한 체계(복잡계·complex system)의 특성은 그 구성요소를 분해하는 방법으로는 알아낼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단순선형이 아닌 비선형, 부분이 아닌 전체, 기계론이 아닌 관계와 상호작용, 연속성이 아닌 불연속성, 환원이 아닌 종합을 통해 사물을 인식하려는 과학의 새로운 흐름이다. 미국 산타페연구소 연구원이자 오스트리아 빈공대 교수인 수리과학자 존 카스티가 쓴 `복잡성 과학이란 무엇인가`는 자연과학적 차원에서 복잡성 이론에 접근한다. `파라다임 로스트`(89년)와 `확실성을 찾아서`(91년)로 명성을 얻은 카스티는 이 책에서 풍부한 사례를 들어 무법칙성 파국(불안정성) 계산불가능성 환원불가능성 창발성(創發性) 등 복잡성 과학의 주요 개념을 하나 하나 살핀다. 특히 생물 자연 사회 국가 등의 복잡계에서 그 구성요소의 특성을 넘어서는 새로운 특성이 나타난다는 창발상을 집중 해부한다. 삼라만상에는일정한 법칙이 있고 모든 사물의 운동은 하나의 법칙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뉴턴역학의 고전적 기계주의 세계관이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으로 깨진지도 벌써 100년 가까이 됐다. 그러나 멀지 않다. 복잡성 과학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세계의 까탈스런 현상을 이해하려는 독자에겐 어려움을 참고 읽을 만한 책이다. 김동광 손영란씨가 옮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