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에 관한 여러 가지 정의가 있지만, 아동문학은 어른과 아이라는 두 개의 코드를 가진 문학이라는 진술에 가장 공감하고, 고심하고 있습니다. 아동문학이 문학의 한 영역이라는 사실은 이 정의를 알기 전부터 평론을 쓰기에는 염두해 둔 사항입니다. 어린이가 주독자층이라고 해서 어린이에게 지나치게 초점을 맞춰 문학의 본질을 망각하는 평가를 내린다든지, 아동발달론을 근거로 마구잡이로 들이미는 태도와는 거리를 두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두 개의 코드를 가지고 있는 장르라는 진술을 읽은 다음부터는 평론하기가 더욱 어려웠습니다. 아동문학 평론은 어른을 독자로 한 글입니다. 하지만 평론이 대상으로 남은 텍스트가 이중의 코드를 가진 특수한 문학이니, 평론도 이에 걸맞아야 한다는 생각이 저를 감쌌기 때문입니다. 한 텍스트 안에서 어른과 아이 두 코드가 길항하며 형성하는 특별한 문학의 무늬를 잡아내는 일은 아직 저의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김현숙
1962년에 태어나 동덕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MBC와 금성출판사가 공동 주관하는 창작동화대상전(1994)와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분 당선을 통해 동화작가로 등단했고, 1995년 '아동문학평론'지를 통해 아동문학 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그후 '아동문학평론'지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꾸준히 평론을 써왔다. 한우리 독서문화운동본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아동문학 작품을 통한 독서 교육에 관여하고, 이후 어린이들을 직접 만나 함께 동화 읽기를 지속해 왔다. 현재는 '아동문학담론'지의 편집위원으로 활동중이다.
- 책머리에
[1] 동화 읽기
1. 태극기의 진정한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2. 맨발의 뜻
3. 동심을 의역하면
4. 황선미 동화의 매력
5. 안데르센 동화 세계의 탐험
[2] 동시 읽기
1. 이원수의 동시 문학과 동시에 대한 자의식 탐색
2. 노동한다, 고로 존재한다
3. 문학의 바다에서 동시조로 흐리기
[3] 1990년대 아동문학의 흐름
1. 1990년대 아동문학 평론의 흐름과 자의식
2. 문학 앞에 선 아동문학
3. 아동문학을 평가하는 새로운 도구를 찾아서
4. 아동문학에 부는 신세대 문학 바람
맨발의 뜻 (49 ~ 50 P)
이 작품에서 특히 주목해야 되는 장면은, 여덟 살 아이가 일반적인 생각으로 그럴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의 세계로 터벅터벅 걸어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아이는 회상 속의 인물이므로 실제의 여덟 살 정서를 꼭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도 하지만 이금이가 보여준 마음의 길 트기는 여덟 살 주인공에게 무리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 작품은 우리 아동소설 쓰기에 장애물인, '저학년 독자에게 마음이라는 관념적 제재는 무리이다'라는 한계를 잘 건너뛰고 있는 것이다. 저학년 소설의 폭을 확장 심화시키고 또 독자들에게 그런 세계를 제시했다는 점을 높이 쳐줄 만하다.
이 작품의 여러 성공은 이금이가 주제 접근적인 자세를 갖추었기 때문에 맺어진 열매이다. 생각해 보면, 그의 이러한 행보는 예정된 순수처럼 보인다. 소박하고 따뜻한 정서를 거듭 그리다 보면, 어느 쯤에서는 진술 내용의 뿌리를 들여다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너는 하늘말나리야>도 이런 맥락에서 읽혀진다. 이 작품은 세 아이의 이야기다. 주요 내용은, 동질의 마음 상처를 지닌 세 아이가 각기 상처에 어떻게 반응하며, 서로의 상처에 제 상처를 비춰 보면서 상처를 아무리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야기의 출발은 미르가 이혼한 엄마를 따라 시골로 내려오는 장면이다. 미르는 엄마에게 이혼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므로, 엄마는 물론 엄마와 함께 사는 시골 생활에 마음 문을 닫아 건다. 자신의 상처에 화를 내고 있어서 엄마를 이해하려 하지도 않으며, 유사한 상처를 가진 소희와 바우가 가깝게 다가오는 것도 허락하지 않는다. 소희는 아버지가 죽고 엄마는 자기를 버렸기 때문에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의지적이고 반듯한 소희는 제 상처에매달려 있지 않는다. 오히려 엄마가 죽어서 아빠하고만 사는 바우를 돌보고, 미르를 남다른 눈길로 지켜 본다. 미르와 소희가 상처에 대립적인 자세로 대응하고 있는 데 비해, 섬세한 내면을 지닌 바우는 자신의 상처를 언어 장애라는 몸의 아픔으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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