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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키의 내면을 환상적으로 보여주는 단편집
- 이 단편집은 여타의 하루키 책들과는 달리, 읽고 난 뒤에도 앙금 같은 것이 공포심 비슷한 형태로 가슴에 남는다. 다른 작품들이 '마치 손끝에서 맴도는 반딧불'같은 슬프지만 아름다운 상실의 달콤한 고통을 노래했다면, 이 단편집은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하고 본질적인 두려움을 그려냈다고 할 수 있다.
- 이 책에서는 판타지적 냄새가 풍긴다. 거부감 없이 읽혀진다. 그 판타지적 요소가 내 시선에 배긴 것처럼 흡수되어지는 듯해 경쾌한 기분이 든다.
- 피곤함속에 아무것도 하기 싫은 그때 하루키의 단편을 읽는 것만큼 안정을 취하는데 도움이 도는건 없다. 기교를 최소화한 너무나 편안한 문장...그리고 그의 단편은 백미라 하겠다. 다른 소설과 다른 느낌의 TV피플, 나른할 때 한번 읽어보자. |
 무라카미 하루키
1949년 일본 효고현에서 출생, 와세다 대학교 연극과를 졸업했다. 1979년 처녀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후 1982년 <양을 쫓는 모험>을 발표하여 '노마문예신인상'을, 1985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다나자키 준이치로상'을 수상했다. 1987년에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노르웨이의 숲>을 발표했고, 그 후로도 <댄스 댄스 댄스> <먼 북소리>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태엽 감는 새 연대기> <렉싱턴의 유령> <스푸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라디오> 등을 발표하면서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
 1. TV 피플
2. 비행기 - 혹은 그는 어떻게 시를 읽듯 혼잣말을 했는가
3. 우리들 시대의 포크로어-고도 자본주의 전사
4. 가노 크레타
5. 좀비
6.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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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 (216 ~ 217 P)
나는 잠옷을 벗고 블루진과 티셔츠를 입고 그 위에다 요트 파카를 입었다. 그러고는 머리칼을 뒤에서 하나로 뭉쳐 요트 파카 속으로 쑤셔 넣고, 남편의 야구 모자를 썼다. 거울을 보니, 남자처럼 보였다. 이제 됐다. 그리고 나는 운동화를 신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나는 시티에 올라타자마자 키를 돌려, 엔진을 잠시 움직여 보았다. 그리고 엔진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소리다. 나는 핸들에 양손을 얹고, 몇 번인가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기어를 로로 한 후, 아파트 밖으로 차를 몰았다. 차가 보통 때보다 휠씬 가볍게 달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얼음 위를 달리는 것 같다. 나는 기어를 조심스레 바꾸어, 거리를 빠져나와, 요코하마로 향하는 간선 도로로 들어섰다. 벌써 3시가 넘은 시간인데, 도로를 달리고 있는 자동차수는 결코 적지 않다. 거대한 장거리 운송 트럭이 노면을 울리며,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러갔다. 그들은 잠자지 않는다. 운송의 효율을 높이기 위하여, 낮에 자고 밤에 일하는 것이다. 나라면 밤늦으로 일할 수 있는데, 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잠잘 필요가 없으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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