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모딜리아니, 강희안, 고갱, 이중섭, 들라크루아, 김환기, 클림트 등 동서양의 영혼과 꿈을 그린 40인의 화가들의 작품과 감상은 물론이고, 화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욕망과 좌절, 꿈과 절망 등을 함께 다루고 있는 책이다. 그림 속에 살아서 생성하고 변전하며, 한 화가의 일생 속으로, 우리가 잊고 있었던 섬세한 감수성으로, 우리네 마음의 들녘으로 끝없이 환기되는 이미지들을 따라가는 경이로운 여행을 통하여 우리는 우주 그물의 무한한 미로 속을 헤매기도 하고, 저 끝없는 심연의 어둠 속에서 전율하고, 영롱한 빛의 사육제에 초대받기도 할 것이다.
이성희 1959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 문예중앙 시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했으며, 현재 계간지 '신생' 편집위원으로 있다. 지은 책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들에 관하여>, <안개 속의 일박>, <예술론집>, <무의 미학> 등이 있다.
아름다움, 그 너머
보티첼리｜바다에서 솟아오르는 처녀 '비너스의 탄생'
다비드｜페미니즘의 외침 '사비니의 여인들'
박수근｜견딤 혹은 기다림의 미학 '나무와 두 여인'
베르메르｜고요한 빛과 삭혀진 그늘 '우유를 따르는 여인'
위트릴로｜그 백색의 쓸쓸한 거리에서 '코탱 골목'
여백 속으로
양해｜주름과 여백 '이백음행도'
렘브란트｜발광체의 웃음 '자화상'
뒤러｜꿈꾸는 광물, 연금술의 몽상 '멜랑콜리아 1'
코로｜뒤돌아보는 초록의 몽환 '지하 세계로부터 에우리디케를 이끄는 오르페우스'
키리코｜그림자와 우수의 원근법 '거리의 신비와 우수'
매혹적인 기적
피카소｜새로운 무대의 가면 '아비뇽의 처녀들'
이상범｜그리운 겨울날 그 흰색의 서정 '설촌'
리베라｜생명의 연쇄를 위하여 '혁명의 순교자들의 피는 대지를 기름지게 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무의식의 풍경 그리고 그 너머 '성 안나와 성 모자'
정선｜장쾌한 낙하와 상승의 긴장 '박연폭포'
전율, 그리고 이미지의 노래
터너｜소용돌이의 중심에서 명멸하는 깃발 '눈보라 속의 증기선'
소동파｜기의 미학 '목석도'
고야｜검은 관능의 경계에서 '발코니의 마하들'
클레｜인생 여정의 교향악 '달콤하면서 쓰디쓴 섬'
김기창｜바보의 뜰에 꽃 피다 '새벽 종소리'
오르페우스의 슬픈 신화는 그의 후예가 되는 수많은 예술가들의 영감을 자극하여 끊임없이 시와 그림과 영화로 재생된다. 코로의 <지하 세계로부터 에우리디케를 이끄는 오르페우스>는 이 신화를 소재로 한 그림 가운데서 가장 아름답고, 몽환적이며, 그리고 불길하다. 파리에서 태어난 코로는 성실한 장사꾼이었다. 26살에 그는 확실한 생활인의 길을 버리고 북확실한 그림의 세계로 뛰어든다. 그의 작품은 부드러운 색조를 이루면서 풍경에 시정과 음악을 부여하고 있다. 그의 뛰어난 풍경화는 밀레에게 영향을 주고, 대기와 온도며 광선의 효과에 민감한 그의 그림을 인상파의 선구가 되기도 한다. 오르페우스를 그린 이 그림은 빛에 의하여 변조되는 미묘한 색조와 시정으로 가득 찬 몽환적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림은 온통 초록색이다. 초록은 색 스펙트럼에서 가운데에 놓이며, 괴테가 근원적 색으로 본 노랑과 파랑 사이의 어정쩡한 위치에 있다. -p. 97-
<< 이미지의 초청을 받은 언어적 상상력 >> [한겨레신문 / 구 본준 기자]
나라 안팎, 동양과 서양, 옛적과 지금의 대표적 화가 40명의 예술세계를 들여다보는 미술 에세이. 시인이자 철학자인 지은이는 ‘이미지’란 개념을 중심으로 그림과 그 속에 담긴 작가의 예술혼을 문학작품을 빌려와 대비시키며 설명한다. 말기에 접어들며 화폭 가득 불타는 듯한 노란 빛의 해바라기를, 그리고 노랑빛 선명한 밤하늘의 별을 그렸던 ‘노랑색의 화가’ 고흐. 지은이는 시력을 잃었던 아르헨티나 소설가 보르헤스가 마지막으로 본 빛이 노랑색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낸다. 또한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작가 베르코트가 화가 베르메르의 그림 <델프트 전경> 속 노란 벽을 보고 탄식했던 대목으로도 뻗어나간다. 멕시코 혁명을 상징하는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는 옥타비오 파스의 시로 이어지고, 정선의 <박연폭포>는 이태백의 시 <망여산폭포>와 맞닿는다. 이미지가, 그리고 창조적 상상력이 미술과 문학 두 장르에서 어떻게 상통하며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는 재미가 책의 매력이다.
<< 영혼과 꿈을 그린 40인의 화가들 >>
동서고금을 종횡하는 끝없는 이미지의 순례 이 책에는 고흐, 피카소, 클림트 뿐만 아니라 강희안, 마원, 장욱진, 김기창 등 동서를 대표하는 40명의 화가들이 영혼의 고뇌가 담긴 명화들이 실려있다. 하지만 그림 자체의 단순한 감상을 뛰어넘어 그 속에서 화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욕망과 좌절, 희망, 꿈, 절망 등을 '이미지'라는 이름으로 조금은 깊이 있는 여행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이미지에 보다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한 방편으로 시와 소설 등의 문학 작품을 빌어 독자들의 여행을 돕고 있다. 아름다운 시와 노래가 담긴 이미지의 순레로 독자들을 초대하고 있음이다.
황홀한 예술의 사육제 필자가 초대한 이미지 순례를 통하여 독잗르은 그림과 시와 몽상이 공명하고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황홀한 예술의 사육제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고흐와 도스토예프스키를 통해 노란색의 광기를, 모딜리아니와 릴케를 통해 푸른 고독의 심연을, 고야와 보들레르가 공유한 기괴한 공포 속의 빛과 어둠을, 운보 김기창과 시인 김상용이 추구한 '바보의 미학' 등 위대한 예술혼이 껴안고 있는 열정과 욕망, 그리고 심오한 정신의 깊이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은 또한 우리들 마음 어딘가에 우리가 감춘 우리들의 상처와 그리움, 꿈과 서정을 다시 만나게 되는 두렵고도 가슴 설레는 순례가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화가들이 그림처럼 풍요로운 빛깔과 색체를 지닌 필자의 감각적인 언어와 깊이 있는 사유는 이 아름다운 여정의 즐거운 안내자가 되어 줄 것이다.
예술의 순교자들을 불태웠던 예술혼과의 특별한 만남 이 책의 필자는 시인이며 철학자이다. 따라서 책에는 필자 특유의 감성과 깊이가 배어 있어, 단순히 그림의 선과 형태와 색채, 빛깔과 향기의 심연 속으로 먼저 자맥질해 들어간다. 그리하여 그곳에서 화가의 일생을 관통하는 화두를 담고 있는 하나의 이미지를 건져 올려내고, 그 이미지를 통하여 필자는 예술의 순교자들을 불태웠던 예술혼과 직면한다. 폭풍 같이 몰아치기도 하고, 더러는 광기의 춤을 이루고, 또 더러는 감미로운 사랑의 하모니를 이루었던 그 은밀한 예술혼의 비밀을 필자는 명석한 분석과 다감하고 심미적인 직관으로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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