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이 어떻게 인류 역사에 개입해왔는가? 역사가와 의사가 함께 쓴 질병으로 보는 인류 문화사이다! <질병의 역사>를 읽는 독자들은 의사인 카트라이트와 역사가인 비디스 교수의 대단히 생산적인 공동연구에 시종 강렬한 인상을 받게 될 것이다. 질병이 어떤 경로를 거쳐 많은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한 채 오늘에까지 이르게 되었는가를 알고 싶어하는 전문가들이나 일반인들이라면 더없이 흥미로우며 아주 잘 쓰여진 이 책을 읽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지은이 ㅣ 프레더릭 F. 카트라이트 런던의 킹스칼리지 의과대학 의학사학과 학과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의학의 사회사>와 <현대 외과의학의 발전>을 비롯하여 의학사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지은이 ㅣ 마이클 비디스 리딩 대학교의 역사학과 교수로서, <대중의 시대:1870년 이후 유럽 사상과 사회><인종의 이미지들>(편집자) <대처주의:그녀의 개성과 정치>(공동편집자) <누렘베르크 재판과 제3제국>등의 책을 펴냈다.
여는말 ㅣ 질병과 역사
1. 고대 세계의 질병
2. 흑사병
3. 매독의 미스터리
4. 천연두 혹은 정복된 정복자
5. 나폴레옹 장군과 티푸스 장군
6. 콜레라와 위생개혁
7. 진, 유행성 감기와 결핵
8. 모기, 파리, 여행과 탐험
9. 빅토리아 영국 여왕과 러시아 왕조의 멸망
10. 집단 히스테리와 대중 암시
맺는말 ㅣ 당면한 생존 문제들
오늘날 사람들은 그들을 변태성욕자들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기이한 행동에는 완벽하게 논리적인 이유가 내재되어 있었다. 채찍질 고행자들은 흑사병을 하나님이 내린 천벌로 믿었기 때문에 스스로를 벌함으로써 흑사병을 피하고자 했다. 그들은 실제로 흑사병이 돌 때가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흑사병이 돈다는 소문이 돌 때 그런 고행을 했다. 그들은 자기 몸에 벌을 줌으로써 자기 이웃들이 벌받는 것을 미리 막아보려 했다. 처음에 교회당국에서는 그런 운동을 집단적인 참회운동으로 보고 환영했다. 클레멘트 교황 자신도 역병을 막아보려는 마음에서 아비뇽에서 자신을 공개적으로 채찍질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식의 고행은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번져나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유대 인과 부유한 계급은 물론이고 교회당국조차도 적으로 돌리는 혁명적인 운동의 양상을 띠었다. -p. 77-
<< 역병이 인류사를 다시 썼다 >> [조선일보 / 김태훈 기자]
인간의 역사가 시작됨과 동시에 질병의 역사 또한 시작되었다. 아니 그 이전부터 시작되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사람들이 기록을 하기 전부터 질병은 존재하였기 때문이다.
의사인 프레더릭 F 카트라이트와 역사가인 마이클 비디스의 공동연구 결과물인 이 책은 인간의 오랜 적인 역병이 어떻게 인류의 역사에 개입하였는지를 보여준다. 동로마 제국의 멸망에 말라리아와 기타 다른 역병이 일조를 한 것, 선페스트(흑사병)가 중세유럽에 극심한 타격을 미친 것, 아메리카인디언에게 천연두와 여러 가지 역병이 퍼져 백인들의 정복사업을 순탄하게 한 것 등등 역병이 역사에 영향을 끼친 여러 사례를 들어가며 인류의 문화사를 서술해 나간다.
또한 책에는 역사상 유명했던 역병들뿐만 아니라 뇌에서 매독균을 분리한 노구치 히데오나 종두법의 창시자 에드워드 제너와 같은 역병을 예방하고 치유하려 노력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비아그라나 수면제의 장기 복용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에이즈의 확산, 환경파괴로 인하여 되살아난 역병 등 현대사회에서 야기되는 새로운 역병들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다.
의사와 역사가의 생산적인 공동작업으로 탄생한 이 책은 고대부터 현재까지의 역병과 기근, 전쟁의 상호 작용과 그로 인한 역사의 변화를 소개하고 우리의 미래도 가늠해 볼 수 있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