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이래 자신의 삶의 뿌리에 자리잡은 지역적, 민족적인 삶과 사회현실을 그림의 주제로 삼고 있는 이종구 화백의 또 다른 자화상인 이 책에서 저자는 현학적인 개념과 현란한 이론을 동원해 자신의 작품과 생각을 포장하지 않고, 진솔하고 차분한 어조로 자신이 20년 동안 걸어온 길과 가야할 길을 이야기한다. 초등학교 운동회날 전시회 에피소드, 부대종이라는 낯선 재료를 사용하게 된 이유 등 여러 단편적인 사건들을 통해 지은이의 창작과 활동과정, 예술에 대한 지은이의 입장과 의지 등을 정리했다.
글.그림 ㅣ 이종구 1954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나 중앙대 회화과를 졸업했다. 우리 농촌의 인물과 땅이란 주제를 20여 년 동안 천착해 오며 부대종이 화가로도 널리 알려진 그는 우리시대의 대표적인 농민화가, 민중화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2005년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었고 현재 중앙대학교 서양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 동안 아홉 차례의 개인전을 가졌고 여러 단체전에 참여했다.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민중미술 15년전' '실크로드 미술기행전' '환경미술 : 물' '또 다른 미술사 : 여성성의 재현' '80년대 리얼리즘과 그 시대' 등의 국내전과 '태평양을 건너서' '쌀 : 아시아의 정신과 주식'등의 해외전에 출품했다.
새로운 기로에 서서
1. 내 그림의 자화상 아버지께 나의 고향 오지리 어느 시골분교 가을운동회 삶 속에서 숨쉬다 임술년, 지금 우리는? 땅의 사람들 행복한 귀향 국토로 향하는 시선
2. 농민화가 이종구의 초상 농민의 초상에서 국토까지 - 박영택 이종구 1954-2004
그리고 다음해 겨울, 아버지는 할아버지 누우신 바로 그 발치 아래 할아버지와 똑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누우셨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30년 만에 만나시는 어머니와도 사이 좋게, 그리고 한쪽에 작은 아머지까지 아버지의 땅 오지리 산 13번지 한 자락에 일가를 이루어 도란도란 새살림을 차리셨습니다. 지난해 봄 제가 가족을 이끌고 아버지 산소를 찾았을 ？ 아버지의 무덤에도 할아버지 산소에 피어 있던 제비꽃과 할미꽃이 몇 송이 똑같이 피어 있었습니다. -p. 17-
<< 주름진 자화상, 언제나 펴질까 >> [경향신문 / 이상연 기자]
1980년대 이래 민중, 특히 농민의 삶과 척박한 사회 현실을 그림의 주제로 삼았던 이종구 화백이 펜과 붓으로 쓰고 그린 또다른 ‘자화상’이다.
54년 충남 서산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작가는 쌀부대 등에 농촌의 인물과 땅을 그려온 농민화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1980년대 이래 나는 내 삶의 뿌리에 자리잡은 지역적·민족적인 삶과 사회현실을 그림의 주제로 삼았다. 시대의 기록자 또는 감시자라는 입장에서 농촌과 농민의 삶을 리얼리즘 미술로 형상화했다”고 이 화백은 책에서 고백하고 있다. ‘내 그림의 자화상’이라는 큰 주제 안에 ‘아버지께’ ‘나의 고향 오지리’ 등 9개의 소주제가 들어 있다. 아버지께 드리는 글에는 농부와 염전 노동자를 전전했던 부친에 대한 애절함이 그림 5점과 함께 녹아 있다.
‘나의 고향 오지리’ 편에서는 피폐한 농촌의 전형이었던 고향 오지리를 지켜봤던 안타까움이 역력하다. 또 오지리 김씨, 백석동 박씨 등 누런 종이 위에 그려진 농민들의 모습은 당장이라도 낫과 괭이를 들고 걸어나올 듯 생생하다.
그러나 이 책이 한 중견화가의 신변 소사로만 채워진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던 전교조 출신인 작가는 자신의 그림만큼이나 소박한, 그러나 힘있는 어조로 80년대 한국 민중미술사를 소개하고 있다.
도시에서 태어나 성장해 농촌 풍경이 생경하거나 평소 운동권에 거부감을 가진 이들이라도 책장을 넘기다보면 평소 느끼지 못했던 감동을 받을 수 있겠다. 바로 굴곡진 시대에 한 사람의 화가가 자신의 터전에 뿌리를 두고 수십년을 지켜온 신념을 엿보는 감흥이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세계화의 도저한 물결 속에서 세상의 변화를 따르지 못한 채 어수룩하고 미련하게 진부하고 퇴행적인 영역을 그림의 화두로 고집했다”면서도 “우리의 농촌이든 제3세계 현실이든 인간과 존엄과 평등을 향한 나의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적고 있다.
<< ‘농민화가’의 20년 창작보고서 >> [문화일보 / 신세미 기자]
쌀부대에 그린 주름진 얼굴의 농부부터 보름달 아래 코뚜레를 한 누런 소까지, 화가 이종구씨의 그림에는 우리 시대 농촌과 농민의 삶이 담겨있다. 80년대초 정부 양곡 쌀부대 종이에 아버지의 초상을 그리기 시작한 지 20여년. 고향 충남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에서 아버지를 비롯한 이웃농부를 통해 농촌의 피폐해지는 현실을 미술로 기록하던 그는 요즘 백두대간 산세 등 관심사를 국토로 확장시킨 ‘역사풍경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책은 ‘농민화가’가 자신의 창작과 활동을 기록한 일종의 보고서다. 고향 모교에서 운동회날 열렸던 개인전부터 국토로 향하는 최근의 작업까지, 글과 그림으로 작가를 만난다.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에서 문을 연 한길북하우스(031-949-9303)는 이종구씨의 대표작을 선보이는 개관기념전을 9월3일부터 한달간 마련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