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나 그 시대의 절실한 문학적 물음이 있다. 우리 시대의 그것은 소설이란 무엇인가가 아닐 것인가. 이렇게 느끼는 사람에 있어 박완서 소설만큼 뚜렷한 해답이 따로 있을까. 소설의 순종형식이 거기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이란 무엇인가. 기억의 힘을 입어야 가능한 회억의 글쓰기 형식이 그것. 박완서 문학은 「기억에만」 의존하는 소설이다. 기억에 의존할 때 비로소 묘사가 가능한 것이다. ―김윤식(문학평론가·서울대교수) 박완서의 문학은 우리 소설사 위에 가장 우람한 모습으로 솟아오른 산맥 가운데 하나다. 우리 사회의 물신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분단의 상처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여성해방의 올바른 방법에 대한 치열한 탐구, 우리 근대사의 실상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 등등 실로 다양한 요소들이 서로 만나 어울리고 껴안으면서 이 산맥의 높이와 넓이를 보증하고 있다. 그리고 이 산맥의 모든 풍경은, 탁월한 이야기꾼의 재능과 엄정한 리얼리스트의 혜안이라는 두 줄기 빛에 의해 감싸임으로써, 다른 곳에서 좀체 찾아보기 어려운 매력을 얻는다. 이처럼 특출한 가치를 지닌 산맥의 모습을 이제 온전한 총체로서 대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큰 기쁨이다. ―이동하(문학평론가·서울시립대 교수)
불혹의 나이에 「나목」을 가지고 문단에 등장한 박완서는 그 후 20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우리 소설계에서 가장 우람하게 솟아오른 거목의 하나로 자신의 위치를 확립하였다. 활달하고 개성적인 스타일의 매력을 동반하면서 펼쳐지는 그의 소설세계는 우리 사회의 물신주의에 대한 비판에서 분단의 상처에 대한 천착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여성해방의 올바른 방법에 대한 질문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폭을 지니고 있으며, 그 모든 영역에서 시종일관 탁월한 리얼리스트의 면모를 견지한다. 이러한 박완서의 세계를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박완서 소설전집」을 기획한다. ―「박완서 소설전집」 기획위원
저자 - 박완서(朴婉緖) - 1931년 경기도 개풍군에서 출생, 매동초등학교, 숙명여고를 거쳐 서울대 문리대 국문과 재학중 6·25로 중퇴했다.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어 늦은 나이로 문단에 데뷔한 그는 이후 정력적인 창작활동을 하면서 그 특유의 신랄한 시선으로 인간의 내밀한 갈등의 기미를 포착하여 삶의 진상을 드러내는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1976) 「배반의 여름」(1978) 「살아있는 날의 시작」(1980) 「엄마의 말뚝」(1982)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1983) 「꽃을 찾아서」(1986) 「미망」(1990)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1992)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1995) 등 다수의 작품이 있고 한국문학작가상(1980), 이상문학상(1981), 대한민국문학상(1990), 이산문학상(1991), 현대문학상(1993), 동인문학상(1994)을 수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