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클라이맥스는 뭐니뭐니해도 생태적 뒷간의 사례와 만드는 방법을 제시한 점이다. 전통 뒷간을 복원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갖고 있는 생태적 가치일 것이다. 그러나 전통 뒷간의 문제를 따진다면 불편함에 있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이 갖고 있는 두 번째의 과제였다. 아무리 전통이 좋다고 해도 변화된 현대에 맞게 개량을 했을 때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처음에는 전통 뒷간이 냄새나고 불결하다는 선입견을 저자도 갖고 있어 그것의 개량화에 중점을 두기도 했다. 그러나 취재를 하면서 그 선입견이 절대적으로 틀렸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현대 문명의 관점으로 왜곡된 자신을 부끄러워해야 했다. 그래서 집필 방향을 선회하여, '뒷간'을 아름답고 또 다른 휴식의 공간으로 꾸미는 것을 추가하였다. 이 또한 저자의 창조적인 발상은 아니었다. 많은 귀농자들이 만든 뒷간이 한결같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고 그 안에서 볼일을 보는 시간이 그렇게 아늑할 수가 없었던 점이 너무나 신선했다. 더구나 전통 뒷간이 갖고 있는 생태적 의미를 더욱 발전시켰다는 점이 아주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중에도 전북 무주로 귀농한 김광하 씨라는 분의 말씀이 꽤 인상적이었다. "똥을 치는 일도 밥 먹는 일과 똑같이 중요한 일입니다. 밥은 아주 감사한 마음으로 먹으면서 똥 치는 일은 꺼려 한다면 이 또한 매우 이기적인 태도에 다름아닙니다. 내가 대변통을 아주 작게 만든 까닭이 거기에 있습니다. 작게 만들어서 자주 치려는 것이죠. 저 정도의 통이면 일주일 쓸 수 있는데, 앞으로는 이틀에 한 번 치려고 합니다." '똥과 밥은 둘이 아닌 하나다, 똥이 밥이 되고 밥이 똥이 되는 순환 시스템을 복원하지 않고는 생태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철학적인 관점을 익히 파악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똥을 아끼고 똥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경우는 미처 보지를 못했다.
저자는 겨레문화답사연합의 대표 일을 맡으며 우리의 전통 문화를 보존하고 널리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을 해오다 1999년 3월 충남 아산으로 귀농했다. 1,600평의 땅에서 아내와 함께 2년째 농사를 지어온 저자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쓰지 않고 거의 가족들의 인분만으로 유기농사를 실천하고 있다. 저자는 문화답사 일을 하며 다녔던 사찰의 해우소 뒷간에 담겨진 조상들의 지혜에 감복했던 경험이 있어 귀농하면 자신도 꼭 그런 뒷간을 갖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닥친 마을의 개발 때문에 대부분의 임대농지가 개발부지로 묶여 하는 수 없이 올 여름부터 농사를 아내에게 맡기고 다시 직장을 얻어 '주말농사꾼'이 된 형편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귀농하면서부터 맡았던 '(사단법인)전국귀농운동본부'의 계간 잡지 <귀농통문> 편집위원 일까지 하느라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1. 한국의 뒷간 문화
2. 한국의 전통 뒷간
3. 수세식 화장실과 생태 뒷간
4. 뒷간의 생태적 원리
5. 생태적 뒷간의 사례
6. 생태적 뒷간 만들기
7. 새로운 뒷간 문화를 위하여
<자연을 꿈꾸는 뒷간>은 생태적 삶을 위한 소중한 길잡이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책에는 똥이 다시 밥으로 순환되는 원리와 이치를, 그리고 당신과 우리가 그리던 다양한 뒷간들을 빠짐없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 아무쪼록 당신과 우리 모두가 생태적 삶과 그런 세상을 위해 아담하고 정갈한 뒷간 하나씩을 먼저 만들었으면 합니다. -<추천사>중에서, 이병철(전국귀농운동본부 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