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문법을 과학의 논리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존재와 시간. 삶을 과학의 족쇄에서 해방시켜, 삶이 간직하고 있는 다양한 차원과 풍부한 논리를 되살려 주자고 강조한 저자의 저서. 1장 존재물음의 필연성 구조 그리고 우위부터 체계있게 정리했다.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년 독일의 작은 마을 메스키르히에서 태어나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전공한 후, 1923년부터 마르부르크 대학에서, 1928년부터는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193334년에는 프라이부르크 대학의 총장을 지내기도 했으며 1976년에 세상을 떠났다.
주요 저서로는 『존재와 시간』 외에도 『숲길』, 『사물에 관한 물음』, 『니체 I, II』, 『언어의 도상에』, 『현상학의 근본 문제들』, 『형이상학의 근본 개념들』 등이 있으며, 1975년 이래 80권가량의 전집 간행이 시작되어 지금까지 60여 권이 출간되었다.
[1]. 존재의 의미에 대한 물음의 설명
1. 존재물음의 필연성, 구조 그리고 우위
2. 존재물음의 정리작업에서의 이중의 과제. 탐구의 방법과 그 개요
[2]. 현존재를 시간성으로 해석하고 시간을 존재에 대한 물음의 초월론적 지평으로 설명함
[3]. 현존재에 대한 예비적 기초분석
1. 현존재를 예비적으로 분석해야 하는 과제의 설명
2. 현존재의 근본구성틀로서의 세계-내-존재 일반
3. 세계의 세계성
4. 더불어 있음과 자기 자신으로 있음으로서의 세계-내-존재. "그들"
5. 안에-있음 그 자체
6. 현존재의 존재는 염려
[4]. 현존재와 시간성
1. 현존재의 가능한 전체존재와 죽음을 향한 존재
2. 본래적 존재가능의 현존재적인 증명과 결단성
3. 현존재의 본래적인 전체존재가능과 염려의 존재론적 의미로서의 시간성
4. 시간성과 일상성
5. 시간성과 역사성
6. 시간성과 통속적 시간개념의 근원으로서의 시간내재성
현존재는 누구인가라는 실존론적인 물음의 단초
이 존재자(현존재)가 그때마다 각기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얼핏 보아서 현존재에 대한 근본규정성을 형식적으로 제시하면서 이미 주었던 것처럼 보인다. 현존재는 그때마다 각기 나 자신인 그런 존재자이며, 존재는 각기 나의 존재이다. 이 규정은 일종의 존재론적인 구성틀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그것이 전부일 뿐이다. 이 규정은 동시에- 비록 거칠기는 하지만 - 존재적인 면도 제시하고 있으니, 그때마다 각각의 내가 바로 그 존재자이지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누구인가'는 나 자신에서부터, "주체"에서부터, "자기 자신"에서부터 대답되고 있다. '누구인가'는 행동관꼐와 체험의 변화 속에서도 동일한 것으로 자신을 견지하며 이때 이 다양성과 관련을 맺고 있는 바로 그것이다. 그러한 것을 우리는 존재론적으로, 하나의 닫힌 영역 안에 그리고 이 영역을 위해서 그때마다 이미 끊임없이 눈앞에 있는 것으로서, 즉 탁월한 의미에서 밑바탕에 놓여 있는 것으로서, 주체로서 이해한다. 이 주체는 다양한 상이함 속에서도 동일한 것으로 자기 자신이라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사람들이 의식의 사물성과 인격의 객관성을 거부하는 것같이 영혼의 실체를 거부할지는 몰라도 그럼에도 존재론적으로는 여전히, 그것의 존재가 드러나게 또는 드러나지 않게 눈앞에 있음의 의미를 간직하고 있는 그런 어떤 것을 단초로 삼고 있다.
실체성은 거기에서부터 누구인가를 묻는 물음이 대답될 수 있는 그런 존재자를 규정하기 위한 존재론적인 실마리이다. 현존재는 암암리에 애초부터 눈앞의 것으로 개념파악되고 있다. 어쨌거나 그의 존재가 규정되지 않고 있음은 언제나 이러한 존재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런데 눈앞에 있음은 현존재적이지 않은 존재자의 존재양식이다.
'내가 바로 현존재가 그때마다 각기 그것인 그로다'
라는 발언의 존재적인 자명성을, 그로써 그렇게 "주어진 것"에 대한 존재론적인 해석의 길이 오해의 여지 없이 윤곽잡혀졌다는 견해로 오도해서는 안 된다.
<< 난해한 철학용어 알기쉽게 풀이 >> [조선일보 / 이한우기자]
칸트의「순수 이성 비판」, 헤겔의「정신 현상학」과 함께 독일 철학 3대 난서(難書) 중 하나로 불리는 하이데거의「존재와 시간」이 마침내 「읽을 수 있는 수준」으로 번역돼 까치 출판사에서 나왔다.
번역자는 이기상(李基相·한국 외국어대 철학과) 교수. 이 교수는 또 번역과는 별도로 제자 구연상씨와 함께「존재와 시간 용어 해설」도 저술로 펴냈다. 「존재와 시간」은 별도의 번역사(史)가 필요할 만큼 그동안 여러 사람에 의해 번역됐다.
한 철학자가 60년대에 첫 번역을 시도했지만 생경한 표현들이 많고 용어도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표준 번역서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그 후 일본 번역판을 참조한 3종의 번역서가 나왔지만 역시 원전의 의미를 충분히 살리지 못해 표준 번역서로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그것은「존재와 시간」자체가 그만큼 번역하기에 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기상 교수의 번역판에서는 흔히 알려진 기투(企投), 피투성(被投性)을 각각 기획 투사, 내던져져 있음으로 옮겼다. 생기(生起)도 일어남으로 바꿨다. 그래서 훨씬 용어상의부담을 덜고「존재와 시간」을 읽을 수 있게 됐다.
이 교수는『하이데거가「존재와 시간」에서 노력한 것 중 하나가 일상어를 철학 속에 끌어들이는 것이었다』며『그런데 일본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다시 그런 일상어들이 충분한 이해도 없이 학술어로 번역돼 우리도 그것을 답습해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꼬박4년이 걸린 작업이었다. 이 교수의 이번 번역 작업을 더욱 가치 있게 해주는 것은 용어 해설집의 발간이다. 『일상어를 쓰더라도 나름의 독특한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그런 점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고「존재와 시간」을 읽으면 여전히 난해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원전 독파에 도움을 주기 위해 용어 해설도 같이 내게 된 것입니다.』
이제는 이기상 교수의 번역본이 표준 번역서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게 학계의 중론. 독일 출판사와 저작권 계약을 맺고 정상적으로 출판했다는 점 때문에도 그렇다.
<< >> [한국일보 / 김범수기자]
『20세기 들어 철학계의 지형을 바꿔놓은 책이 세 권 있다.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 루카치의 「역사와 계급의식」,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이다. 2차 대전 이후 사르트르가 일으킨 유럽의 실존주의 붐은 하이데거 때문에 가능했다. 가다머의 해석학, 철학적 인간학, 현대 신학은 모두 하이데거가 「존재와 시간」에서 내놓은 개념들에 크게 빚지고 있다』(한국외국어대 이기상 교수)
「존재를 잊은 역사」. 하이데거는 2,000년 서양철학사를 이 한 마디로 정의했다. 인간 자신은 무엇이고, 존재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하이데거는 인간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연 20세기의 가장 난해하고 독창적인 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하이데거는 서양철학이 인간을 사물과 똑같은 차원에서 완성된 어떤 것으로 보고 보편적인 「본질」만을 찾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보편적인 본질은 없다. 개별적으로 시간 속에 어떻게 있느냐는 「있음」의 문제가 중요하다.
그래서 하이데거는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고 했다. 인간은 존재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 가능 존재고, 각자 자기의 존재(각자성)다. 하이데거는 책에서 「각자 자기의 존재를 존재해야 한다」, 「인간에게는 존재함에 있어 그 존재함이 문제가 되는 존재」라는 어려운 말을 썼다. 이 책에서 하이데거는 존재(Sein)로 끝나는 새로운 복합어를 100여 개나 새로 만들어 냈다.
시간 역시 중요한 개념이다. 본질을 앞세운 철학에서 인간은 시간과 무관하게 탐구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겨졌다. 따라서 변화의 와중에서 변하지 않는 어떤 것을 찾는데 골몰했다. 하지만 하이데거는 존재는 시간 속에 주어지는 것이고 시간의 형태로 모습이 나타난다고 보았다. 「존재와 시간」에서 접속어 「와」는 두 개념을 병렬하는 의미가 아니다. 인간이 시간적인 존재라는 불가분의 표현이다.
하이데거는 인간이 죽을 수 있는 존재고, 죽음을 향한 존재라고 했다. 또 인간은 죽음으로 미리 앞서 달려갈 수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는 키에르 케고르나 실존주의 사상에 탐닉하는 전후의 젊은이들처럼 이 말을 비극적으로 이해하지 않았다. 죽음을 알기 때문에 생활을 바꿀 수 있고, 남들이 살듯이 살아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끌어냈다.
60년대의 실존주의, 80년대의 반(反)과학주의·생태론적 문명비판, 90년대의 탈현대 논의는 모두 그의 이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사상의 탁월함에도 불구하고 하이데거는 프라이부르크대학 총장을 지내면서 히틀러를 독일 민족의 위대한 영도자라고 찬양해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다.
<< 우리말로 되찾은 `존재와 시간 >> [경향신문 / 김중식기자]
한국외국어대 이기상교수(51·사진 오른쪽)가 독일철학자 하이데거의대표작 「존재와 시간」 번역본(까치츨판사)을 내놨다. 독일 사람들조차 「존재와 시간」이 왜 독일어로 번역되지 않고 있느냐는 농담을 주고 받는다는 난해한 책이다. 어지간한 철학 전공자가 아니라면 작품을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번 번역에 헌신한 역자의 노고를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독일어보다 먼저 한글로 번역된 독일책이라는 인상을 받을 만큼 곰삭은 우리말 우리 문장이다.
그는 제자 구연상씨와 함께 447페이지에 달하는「존재와 시간 용어해설」까지 써냈다. 25년에 걸친 역자의 학문적 혈투 장면과「100년을 읽을 수 있는 번역본」이라는 느낌이 아울러 떠오른다.
『우리학문은 아직 「시작」도 못했습니다. 제대로 된 번역이 없으면 한국학문은 서양학문의 오퍼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말로 외국 고전을 읽고 사유할 때 우리 생활 세계에 뿌리 내린 학문이 비로소 태동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짐을 져야 후대에서의 학문적 발전을 기대 할 수 있으리라 여겨 무모한 일을 감행하게 되었습니다』
번역을 「외국의 생활세계롤 우리 삶의 맥락으로 옮겨놓는 일」로 정의하는 이교수는 한복을 입고 다닌다. 그 한복도 「개량한복」이 아니라 「생활한복」이라고 고쳐 부른다. 박제화된 옛것만「정통」이라고 우기면 한국적 시각으로 세계적인 문제의식에 대응하기 힘들다는 시각의 연장이다.
『하이데거는 기술과학의 어두운 그림자를 발견하고 그 대안이 동양적 사유에 있다고 암시하고 있습니다. 50년전에 서양 철학자가 내놓은 문제의식을 동양의 철학자들이 풀지 못하면 진주를 가진 돼지에 불과할 텐데, 정작 서양 철학자들이 그걸 탐색하고 있어요』
이교수는 원래 신부(神父)가 되려고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벨기에 루뱅대 신학 대학에 들어갔으나 1학년 철학시간에 하이데거의 「현존재」라는 개념에 매달리기 시작, 그 화두를 풀기 위해 석·박사 논문을 「존재와 시간」의 연구에 바쳤다. 10권에 이르는 하이데거 연구서및 번역서를 냈으며,「필생의 과업」의 하나인 이번 번역을 끝내고 앞으로는하이데거의 문제의식에 대한 한국적 응답을 모색할 계획이다.
그는 닥종이 공예가 김영회씨와 한복의 미(美)적 감각으로 세계 패션계에 입성한 디자이너 이영회씨를 한국적 세계회의 대표인물로 꼽는다. 한국에 태어난 죄로 「철학계의 영희씨」를 꿈꾸는 그의 본격적인 학문 인생이 그만큼 늦어진 셈이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제와 시간>은 그 책의 내용을 잘 모르는 일반독자들에게 조차 그 철학적 깊이뿐만 아니라 텍스트의 난해함으로, 이미 충분히 유명한 책이 되어 있다.
<존재와 시간>은 한마디로 삶의 문법을 과학의 논리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삶을 과학의 족쇄에서부터 해방시켜주어 삶이 간직하고 있는 다양한 차원과 그 풍부한 논리를 되살려주자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시간 속에서' 현성하는 존재의 생기, 존재의 사건에 주목한 하이데거는 그들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사유했다.
저자의 이런 심오한 탐구의 노력과 악명 높은 난해한 글쓰기가 겹쳐서 <존재와 시간>의 번역은 곧 하이데거 철학의 해석이 되었고, 그의 철학과 그 나름의 독특한 용어 사용에 대한 충분한 사전 이해 없이는 이 책의 번역에 뛰어드는 무모함은 감당하기 벅찬 장벽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기상 교수(한국외국어대 철학과)가 지난 20여 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치고 꼬박 4년간 매달린 번역작업으로 펴낸 이번 번역판으로, 그간 무수한 독자들로부터 불만 어린 찬사를 듣던 20세기 불후의 사상 명저는 온전한 우리말 본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이 교수는 이번 번역작업 동안, 원전의 의미를 충분히 살리고, 일상어를 사용하되 나름의 독특한 의미를 부여하는 하이데거의 용어 사용법을 존중하며, 기존의 '기투'나 '피투'식의 생경한 일본어 번역을 지양하여 앞으로의 한글 세대로 하여금 불필요한 부담 없이 좀더 하이데거 철학을 소화할 수 있도록 고심했다.
독일어보다 먼저 한글로 번역되었다고 평가받을 만큼 매끄럽고 쉬운 한글 표현을 얻은 이번 <존재와 시간>은 한국 철학계의 큰 쾌거가 아닐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