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에 숨겨진 역사와 문화.
"반지는 시작도 없고 둥근 원심 속에서 끝도 없이 영원한 존재를 보여줌이라. 이 세상의 그 누구도 만사를 평가하고 가치의 높낮이를 두지만, 그것은 사라지는 것, 번민을 가져오는 것이니, 영원한 것, 그것이야 말로 나의 기쁨이로다."
반지는 인장의 표시로부터 독이든 무기, 왕권 · 신권의 상징, 백년을 가약하고 약혼 · 결혼의 반지에 이르기까지 인류사와 더불어 문화의 형태로 발전해 왔다.
다카시 하마모토
1944년 출생. 일본 간사이대 교수(독일 문화론 전공).
주요 저서로는 <독일 쟈코뱅파 연구>, <문장으로 살펴보는 유럽역사>, <열쇠구멍으로 본 유럽역사> 등이 있다.
[7] 반지 이야기
1. 고대의 신화 · 전설의 반지
2. 중세의 반지 이야기
3. 보카치오와 레싱의 반지 이야기
4. 그림의 동화와 반지
5. '니벨룽겐의 반지'
- 옮기고 나서
- 참고사진
- 참고문헌
고대의 왕권 · 신권으로서의 대형 링
반지의 선사를 장식하는 것으로 대형 링, 즉 목걸이, 팔찌, 귀고리 등이 있다. 이들은 주로 장식품이었지만 한편으로 그 일부는 권위를 나타내는 심벌이기도 했다. 특히 동양과 고대 이집트, 켈트족(영국변방에 살았던 인종의 하나)에게 대형 링은 왕권의 심벌로 사용되어 왔다. 그중 가장 오래된 것은 기원전 3500~3200년 전에 메소포타미아(서남 아시아의 티그리스 · 유프라테스강 유역의 총칭) 지방에서 발굴되었는데, 대형 링은 특히 왕이나 왕비의 묘에서 출토되는 경우가 많다. 우선 기원전 3000년 전에 동양에서의 전쟁에서 승리했음을 기념하는 부조, 즉 돋을새김을 예로 들어보겠다.(그림 30). 왼편에 서있는 왕은 왼손에 활과 화살을 들고 있으며, 오른손에는 전투용 곤봉을 쥐고 있다. 또 그의 발은 포로의 배 위에 올려져 있다. 오른쪽에 서 있는 여신은 밧줄로 묶은 포로 두 명을 데리고 있는데, 오른손에 대형 링을 쥐고 자기 힘을 과시하고 있다. 이는 여신의 힘으로 전쟁에서 승리하여 왕이 그녀에게 감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으로는 아시리아(아시아 서부의 한 지방 ; 거기 있던 옛 왕국)의 티그라트 피레셀 3세(재위, 전 745~727년)가 제작하게 한 돋을새김이 있다(그림 31 위). 왕은 페르시아 만에서 이집트 국경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지역을 통치했는데, 이 그림은 병사들이 전리품인 동상을 자기 나라로 반입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왜냐하면 병사의 체격에 비해 형상이 너무 작아서 이는 실제 인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 사람들은 왜 반지를 주고받을까? >> [동아일보 / 송평인기자]
약혼 결혼식때 별 생각없이 남자가 여자에게 건네주는 반지. 왜 사람들은 반지를 주고받을까.
독일의 민중서사시이자 바그너의 악극인 ‘니벨룽의 반지’, 영국의 환타지 작가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 등 영웅의 얘기에는 왜 반지가 자주 등장하는 것일까.
약혼 결혼식에서 반지를 교환하는 풍습은 유럽에서 온 것이다. 오늘날은 두 사람이 약혼할 뜻을 갖고 있다면 그 의사만으로 충분히 약혼이 성립하지만 로마법을 만든 고대 로마 사회에서는 그런 추상적 의사같은 것은 신뢰하지 않았다. 약혼은 오늘날 집을 사는 것과 비슷한 계약이었다. 그들은 무언가 눈에 잡히는 등기부같은 구체적인 물증을 요구했다. 그 물증이 바로 반지였던 것이다.
그러나 반지의 기원은 약혼 반지에 있지 않다. 반지는 그 전부터 보다 요긴한 역할을 했다. 반지는 장신구 중에서 우리 몸에 가장 가깝다. 약간 과장되게 말하자면 신체의 일부분과 같다. 목걸이와 비교해도 반지가 몸에 좀 더 밀착돼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반지는 쉽게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서는 안되는 도장 역할을 했다.
옛날에는 도장을 도난과 분실로부터 예방하기 위해 끈으로 묶은 다음 목이나 팔에 매달기도 했다. 그 뒤 도장과 반지를 하나로 묶은 도장 반지가 고안됐다. 반지가 권력을 상징하는 심벌이 된 것도 도장 반지의 기능과 무관하지 않다.
‘니벨룽의 반지’에서 황금의 반지는 권력과 사랑의 장대한 서사시를 연결하는 끈이 된다.
이 반지를 찾아서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서 소용돌이치는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자는 싸움을 불러 일으키고 몰락해야만 한다. 바그너는 황금이나 반지가 내포하는 매혹적이고도 위험한 본질을 꿰뚫어보고 있다.
현대에 가까이오면서 반지의 기능은 변화를 겪었다. 약혼 결혼식때는 남자만 여자에게 반지를 주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남자에게 반지를 주는 경우도 많다. 약혼이나 결혼을 하지 않아도 사랑의 증표로 반지를 주고 받는다. 심지어는 혼자서도 반지를 끼고 다닌다. 여러개를 같이 끼고 다니는 사람도 많다. 이제 반지는 순수한 장식이 됐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은 다이아몬드 반지에 대해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을 느낀다. 왜일까.
저자는 독일 문화를 전공하는 일본 간사이(關西)대 교수. 유럽의 문헌에서도 찾기 힘든 반지를 주제로 글을 쓴 것은 참신하다 할 수 있지만 ‘깊이’가 부족해 책을 다 읽고나면 약간의 실망감이 남는다.
<< 유럽문화 속의 반지이야기 >> [문화일보 / 이영희기자]
반지가 낭만적인 사랑의 징표라고? 천만에. 로마의 기록에 따르면 반지는 아내를 돈으로 사는 ‘매매혼’이 성행했던 당시 대금을 받았다는 증거로 신부의 부친에게 전달되는 영수증과 같은 것이었다고 한다. ‘약탈혼’이 존재했던 게르만 사회에서도 반지는 ‘내가 이 처녀를 겁탈해 차지했음’을 알리는 징표로 신부들에게 건네지곤 했다.
일본 간사이대에서 독일문화론을 가르치는 다카시 하마모토 교수의 ‘반지의 문화사’는 반지라는 작은 장신구에 담긴 유럽문화의 다양한 흔적을 파헤친 책이다. 도장을 겸한 반지, 독을 넣어 적을 시해하는 데 사용했던 반지 등 역사속에서 반지가 쓰인 다양한 용도를 소개하고 반지가 지금처럼 약혼과 결혼을 상징하는 징표로 변화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또 유럽의 신화, 미술, 문학작품 등에 등장한 다양한 반지 이야기를 통해 유럽문화에서 반지가 가진 다양한 상징과 함의를 풀어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