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처음엔 어른들을 위하여 쓰여졌다. 그런 마을의 한 작은 아이가 살펴보고, 또 겪어가는 세상이야기를 그렸다.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 산골 마을은 더욱 가난했고, 점심 도시락을 싸 갈 양식이 없어 학교에서 나누어 주는 구호 양곡을 먹었던 시절, 요즘 어린이들은 우리에게 그런 시절이 있었던 것을 잘 알지 못할 것이다. 이 이야기는 그 때의 한 소년이 겪은 가난의 슬픈 이야기다.
이순원
1957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강원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1988년 "문학사상"에 단편 <낮달>이 당선된 이래로, <수색, 그 물빛무늬>로 동인문학상, <은비령>으로 현대문학상, <그대 정동신에 가면>으로 한무숙문학상, <아비의 잠>으로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했다.
창작집으로 <그 여름의 꽃게>, <얼굴>, <말을 찾아서>등이 있고, 장편소설로<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수색, 그 물빛무늬>, <아들과 함께 걷는 길>, <19세>, <첫사랑>등이 있다.
- 작가의 말
1. 강릉 가는 옛 길
- 작품해설
강릉 가는 옛 길
"말해 보라마." "우리 반 교실 새로 칠했잖아." "우리도 칠했다. " 매년 늦가을이면 교실마다 마룻바닥과 골마롯바닥에 새로 기름을 먹였다. 그냥 내버려 두면 교실 바닥의 널빤지들이 일어나 터 벌어지기도 하고 만날 발에 가시가 필렸다. 그래서 교실마다 깨농사가 끝난 다음 들깨 몇 홉씩 가져오거나 그 들깨로 짠 기름을 한종지씩 활명수 병 같은 데 담아와 교실 바닥에 기름을 먹이곤, 그 위에 양초 칠을 했다.
"교실을 칠하고 나서 석주새끼가......" "석주가 뭐?" "우리가 장작을 들고 와 교실을 어지 럽힌다고 날마다 청소를 우리한테만 시킨다. " "그럼, 즈들은?" "골마루 청소하고 화단 청소만 하고. 우리는 몇 명 되지도 않는데 교실 청소하고 변소 청소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