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딱정벌레의 시대에 살고 있다. 딱정벌레목에 속하는 그 곤충들은, 극지방의 빙산 언저리에서부터 열대의 하늘을 가린 처녀림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의 거의 모든 곳에서 서식하고 있다. 종의 수만을 번영의 지표로 생각한다면 1758년 이래로, 줄잡아 35만 종의 딱정벌레들이 기록된 이 곤충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동물들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딱정벌레가 얼마나 다양한지 알지 못하며, 그 작은 벌레들에 마음 설레는 일도 없다. 오히려 딱정벌레들의 많은 활동이 인류의 생활에 거슬린다고 하여 진저리를 치곤 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걸어가는 길은 딱정벌레들이 나아가는 길과 끊임없이 엇갈리며 만나고 있다. 이 책은 한번쯤은 이 멋진 곤충들에 반한 적이 있고, 그들이 걸어가는 길에 흥미를 느낀 사람들을 위해서 쓰여진 것이다. 아름다운 컬러 사진들이 가득 담겨 있는 이 책은 독자 여러분들이 딱정벌레 발견의 여행을 떠나는 데에 훌륭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아서 V. 에번스(Arthur V. Evans)
이학박사. 로스앤젤레스 자연사 박물관 곤충부 주임. 풍뎅이류의 계통분류학과 생물학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썼다. 현재 그는 일반 대중에게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한 곤충인 딱정벌레의 매혹적인 세계를 소개하기 위한, 살아 있는 그것의 전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의 시에라 마드레에 산다.
찰스 L. 벨러미(Charles L. Bellamy)
이학박사. 남아프리카 프리토리아의 트란스발 박물관의 딱정벌레 부문 상임 큐레이터. 보석 딱정벌레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보석 딱정벌레류의 진화에 관한 단서를 찾기 위해서 세계 각지를 여행하고 있다. 프리토리아에 산다.
리사 찰스 왓슨(Lisa Charles Watson) (사진_뉴욕에서 활동하는, 수상 경력이 있는 사진작가이다.
- 프롤로그
1. 수의 문제
2. 딱정벌레의 청사진
3. 딱정벌레의 어제와 오늘
4. 딱정벌레의 생활
5. 딱정벌레와 인류
6. 딱정벌레 사랑하기
- 에필로그
- 부록1. 딱정벌레 과명표
- 부록2. 세계의 주요 딱정벌레 컬렉션
- 부록3. 딱정벌레 전문 학회
- 감사의 말
- 참고 문헌
- 역자 후기
- 색인
딱정벌레의 식탁
딱정벌레들이 지금처럼 번영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그들이 거의 모든 서식지의 다양한 자원을 식량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사진 59].
딱정벌레는 초식도 하고, 육식을 하는 포식자나 기생동물 그리고 부식성(腐食性) 동물도 되지만, 가장 많은 종의 경우는 식물만을 먹고 그 가운데에는 단 한 종이나 한 속 또는 한 과에 속하는 것만 먹는 것도 있다.
종자식물에 의존해서 사는 것은 진화 과정에서 커다란 장애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그 난관을 극복하자, 초목과 초식동물 사이의 접촉면은 모든 육지동물의 극적인 적응 방산을 위한 토대가 되었다.
러시아의 고(古)곤충학자들은 최초의 곤충은 초식동물로서, 석탄기 동안 포자식물이나 균류의 생식기관과 포자를 먹고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확실히 이 시대의 나뭇잎 화석에서는 곤충이 먹은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딱정벌레가 지질학 기록에 처음 등장한 것은 페름기 전기(지금으로부터 약 2억3,000만 년 전)인데, 그들은 나무껍질 밑이나 썩어가는 나무에 사는 균류를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뭇잎을 먹은 흔적ㅡ아마 낙엽을 먹는 지렁이나 민달팽이, 다지류가 남긴 흔적일 것이다ㅡ과 나무를 뚫은 흔적은 페름기의 식물 화석에서 처음으로 나타나는데, 이런 흔적들은 트라이아스기로 오면 더욱 흔해진다.
아마도 트라이아스가 중반에는 현재 볼 수 있는 딱정벌레의 주요 계통이 확립되었을 것이다.
백악기(1억2,500만 년 전)에는 속씨식물이 다양해지면서 초식성 곤충이 살 길이 넓어졌다. 많은 초식성 딱정벌레의 유충은 포식자나 기생동물로부터 보호해주는 숙주식물 속에서 생활하면서 그 내부 조직을 먹었을 것이다. 오늘날 딱정벌레들은 모든 식물의 조직과 구조를 한껏 활용하며 살고 있다. 그들은 죽은 식물과 살아 있는 식물, 화강암 사이에 끼어 있는 뿌리에서부터 열대우림의 수관(樹冠)에 핀 꽃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이용하고 있다[사진60].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깃털이나 털가죽을 두른 친숙한 동물들에 매료되는 것 같다. 인류는 이런 동물들의 행동을 의인화함으로써, 그들과의 연대감을 형성해왔다. 하지만 단 한 번 깜박이지도 않는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피부는 없으며, 광택이 넘치는 골격을 가진 딱정벌레에 대해서는 상황이 다르다. 딱정벌레는 지능이나 감정을 갖지 않은 동물로 간주되며, 이들에 대한 감정은 귀여운 척추동물에 대해서 느끼는 일체감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우리에게 거의 알려진 것이 없는 이 딱정벌레들은 지난 2억3,000만 년 동안,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먹고, 구멍 파고, 날아다니기를 계속한, 지구에서 가장 종이 많고 번성한 생명체이다. 딱정벌레의 종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것은 그들이 영위하는 삶의 방식도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딱정벌레는 다양한 생물적, 비생물적 환경 요인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서 자신의 생활사와 생활양식을 만든다. 알, 유충, 번데기, 성충으로 변화하면서 환경과의 상호 작용도 다양하게 변화한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그들의 발생에서부터 생식, 의사 소통, 육아 협력, 섭식, 자기 방어, 다른 생물과의 상호 작용에 이르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생활의 여러 측면을 다루고 있다.
'딱정벌레 연구자들'은 이 매력적인 곤충의 모든 것을 밝히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알은 어디에 낳는가? 어떻게 해서 구더기 모양의 유충으로부터 그렇게 멋진 모습의 성충으로 발달하는 것일까? 그들이 자연 환경 속에서 담당한 역할은 무엇인가? 종 사이의 관계는 어떠한가? 딱정벌레가 동물 가운데 가장 번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성공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딱정벌레는 지구의 과거나 미래에 대해 말해줄 수 있을까? 그들은 더 잘 살아남기 위해 어떤 전략을 채택하는가? 그들의 번영으로부터 인류 미래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을까? 딱정벌레들이 수억, 수천만 년에 걸쳐 키워온 생존전략이 밝혀진다면, 그것을 길잡이로 해서 우리도 살아남을 방법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