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편지는 도착한다. 그러나 너무 늦게...
민족 담론은 기원에 관한 질문을 봉쇄하고 그것을 단 하나의 회로로 답하는 질서라는 점에서 '나'(=너)의 폭력적인 아비, 어쩌면 가짜(의부) 아비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자기 파괴적 부정을 통해 이 아비를 거부하는 몸부림을 실현하고 있는 듯하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를 명확히 허물지도 않으며 죽음이 삶을 향한 판타지가 아닌 죽음 그 자체로 제시되는 이 영화는 한국 영화의 식민 역사 읽기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김철
연세대학교 국문과 졸업. 현재 연세대학교 국문과 교수.
저서로 <국문학을 넘어서>등이 있다.
남완석
서울대학교 독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독일 오스나브뤼크 대학 박사. 전주 우석대학교 영화과 교수.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전문 연구원.
주요 논문으로는 <문학 작품의 영화화 : 역사적 이론적 고찰>등이 있다.
신양섭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독일 퀼른대학교 연극.영화.텔레비전학과와 동대학원 졸업. 현재 단국대. 연세대. 계원예대 강사.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연구원. 영화비평스쿨 프로그래머.
주요 논문으로 <김기덕 영화 미학의 작가와 장르의 변증법 - 영화 '파란 대문'을 중심으로>등이 있다.
이향진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영국 리즈대학 박사. 현재 영국 세필드대학교 동아시아학과 교수.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객원 연구원.
저서로 등이 있다.
정혜승
이화여대 영문학과 졸업.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영화학을 공부했으며, UCLA School of Film and Television 박사 과정 수료. 현대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할리우드에서 영화 배우로 활동했던 한국인 배우 필립 안에 대한 박사 논문 준비중에 있다.
- '영화와 시선'을 펴내며
- 책을 펴내며
1. 몸으로 쓰는 식민 역사 읽기 - 이향진
2. 양공주가 쓴 편지 - <수취인불명>을 통한 정신분석학과 탈식민주의 이론의 만남 - 정혜승
3. 부모미생전, 아비에게 길을 묻다 - <수취인불명>의 미로 찾기 - 김철
4. 김기덕 잔혹극의 뿌리는 어디인가 - 심양섭
5. 파스빈더와 김기덕 - 비판적 멜로드라마와 관념적 멜로드라마 - 남완석
- 감독 인터뷰
- 주석
김기덕 잔혹극의 뿌리는 어디인가 - 심양섭
이 글에서는 김기덕 감독의 근작 <수취인불명>의 서사 및 이미지 구성에서 보여지는 특징적인 점들에 대해 논해 보고자 한다. 이와 같은 미학적 고찰을 하는 주된 동기 중의 하나는 그의 영화들이 평단에 적지 않는 논란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김기덕이라는 1990년대 후반에 느닷없이 등장한 신예 감독이 과연 우리 나라 영화계의 작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수취인불명> 또한 이러한 논쟁의 연장선상에 위치한다. 이 글은 이러한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이 영화의 텍스트 분석 및 해석을 시도해 본다. 이를 통하여 영화 작가로서의 김기덕의 미학적 성향을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우선 <수취인불명>의 서사 구조가 이야기 중심의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평범한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김기덕 나름대로 '일상의 미학'이 일관되게 구현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줄 것이다. 다음에서는 이 영화의 이미지가 일반적인 예술 영화의 그것이라고 보기에는 조야한 면들이 발견되지만 그것 또한 김기덕 특유의 예술적 감수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몇 가지 징후들을 제시할 것이다. <수취인불명> 서사적 특징 정형화된 이야기 전개 방식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이 과연 충분한 예술성을 지니느냐에 대해 꾸준한 논란이 있는 가장 큰 이유 주의 하나는 아마도 지나치게 상투적이 내러티브 진행 방식 때문일 것이다. 기존의 상업 영화에서 답습되는 '갈등-화해' 내지 '위기-해결'의 기본 도식은 그의 영화에서 거의 예외 없이 그대로 적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