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에 대한 사유는 삶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라는 인식 위에서 최신의 고고학, 인류학, 심리학의 성과를 기초로 하여 이루어진 세계 신화의 시원에 관한 연구. 태초의 신들과 영웅들에 관한 방대한 스케치.
조지프 케벨
어린 시절부터 신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아메리칸 인디언에 관한 책을 즐겨 읽었으며, 뉴욕 맨허튼에 있는 미국 자연사 박물관을 자주 방문하였다. 캠벨은 그 박물관의 한 코너에 있는 토템 기둥에 특히 매료되었다. 그는 1925년과 1927년에 콜럼비아 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파리 대학교와 뮌헨 대학교에서 중세프랑스어와 산스크리트를 공부하였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동안에는 존 스타인벡과 생물학자 에드 리켓츠와 교류하였다. 1934년에는 캔터베리 스쿨에서 가르쳤으며 사라 로렌스 대학교의 문학부에서 오랫동안 교편을 잡았다. 1940년대와 50년대에는 스와미 니킬라난다를 도와 우파니샤드와 <스리 라마크리슈나의 복음>을 번역하였다.<신화의 힘>, <신화의 세계>,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신화적 이미지>등의 저서들을 통해서 왕성한 지적 연구 활동을 펼쳤던 석학 캠벨은 1987년에 죽었다.
- 책을 내면서
- 머리말 / 신과 영웅의 자연사를 향하여
1. 신 과학의 얼개
2. 과거의 우물
3. 학문과 낭만의 대화
[2] 원시 농경인의 신화
1. 고등 문명의 문화 영역
2. 희생된 왕의 영토
3. 사랑- 죽음 의례
[3] 원시 사냥꾼의 신화
1. 샤머니즘
2. 동물의 주
3. 구석기 시대의 동굴
[4] 신화의 고고학
1. 구석기 시대의 신화적 문턱
2. 신석기 시대의 신화적 문턱
- 결론 / 신화의 기능
- 주
- 역자 후기
- 색인
고통과 환희 (67 P)
제임스 조이스는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 비극의 재료를 "인간의 고통 속에 있는 중대하고 불변하는 모든 것"으로 정의하였다. 여기에서 우리는 비교문화적 신화 연구를 위한 휼륭한 구조화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 전세계 신화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인상들은 "중대하고 불변하는 것"으로부터 나오고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인상들 가운데 고통 그 자체-비극의 원재료-가 확실히 가장 일반적인 인상이다. 적어도 서론적인 의미에서는 고통이 인생사의 요점이자 결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비극-그리스 비극-은 신화의 시적 변형, 즉 연민과 공포를 통한 감정의 비장한 정화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것이 종교 의례에 의한 영혼의 정화(카타르시스)와 심리적으로 정확히 대응한다고 말하였다. 종교 의례와 마찬가지로, 비극은 마음의 초점을 바꿈으로써 고통을 환희로 변화시킨다. 비극은 종교 언어에서 "영적 정화" 또는 "자아 비우기" 로 명명되는 수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는 인간의 고통과 불행에서 중대하고 불변하는 요소를 관조함으로써 자신의 필면적 부분에 대한 애착으로부터 해방되어-플라톤의 <티마이오스>에 나오는 적절한 표현을 인용하면, "세계의 회전과 조화를 알 수 있는 방법을 배움으로써, 태어날 때 흐트러진 머릿속의 회전을 바로잡고"-스스로 비극적 연민을 느끼면서 "고통받는 사람"과 하나가 되는 동시에, 비극적 공포를 느끼면서 "비밀스러운 원인"과 하나가 된다. 그 때문에 영혼은 어느 날 기쁨의 탄성과 함께 인간성과 지성 둘 다를 뒤로 남겨놓고, 현상이라는 가면 너머에 존재하는 것을 별안간 깨닫고 그것을 향하여 도약할 수도 있다. 비극이 끝나고 희극이 시작된다. 즉 비극의 양식은 끝나고 신화가 시작된다. 니콜라우스 쿠자누스는 이렇게 쓰고 있다.
<< 가면을 들춰본 '神의 얼굴' >> [동아일보 / 김동윤(건국대교수-불문학)]
왜 ‘신의 가면’인가? 미국 출신의 저명한 신화연구자인 저자에 따르면, 신화의 세계는 신과 악마들의 세계이며, 신화는 이들이 가면을 쓰고 등장해서 한바탕 펼치는 놀이와 축제의 마당이다. 고대인들의 가면 축제에서는 신의 존재가 가면을 통해 환영(幻影)처럼 나타나며 죽은 자들이 부활하고 아득한 과거의 시간이 현재화된다. 현실의 물리적 법칙이 무시되는 신화는 ‘마치 …인 것처럼’과 같은 놀이의 법칙이 적용되는 서사공간이 된다.
신화학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캠벨의 역작 <신의 가면(The Masks of God)> 전 4권이 완역 출판됐다. 1999년부터 번역된 ‘원시신화’ ‘동양신화’ ‘서양신화’에 이어 이번에 제4권인 ‘창작신화’가 번역됨으로써 전권이 완역된 것이다.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등 그의 저서들이 국내에 부분적으로 소개된 적이 있지만, 그의 연구의 절정기인 50∼60대의 12년 동안 쓰인 ‘신의 가면’은 단연코 신화학 연구의 집대성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신의 가면>은 그 연구의 방대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시간적으로는 원시시대에서 그리스 로마 중세를 관통해 근현대 신화와 문학에 이르며, 공간적으로는 수메르 이집트 그리스는 물론, 중세 서유럽, 북유럽, 그리고 인도, 페르시아 등 중근동과 중국, 일본의 극동지역, 서아프리카, 멕시코, 시베리아, 호주까지 광대한 지역을 아우른다.
캠벨은 그의 저술에서 인간의 생물학적 상황과 심리학적 차원의 공통분모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신화가 지역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신화발생지대(mythogenetic zone)’가 존재하며, 그것은 다름 아닌 ‘인간의 정신’이란 점이 강조된다.
저자는 인간이 생물학적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그 영적 역사에 있어서도 통일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통일성은 하나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것처럼 세계 곳곳에서 펼쳐져 왔고 지금도 펼쳐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원시신화’에서 발견되는 보편적인 신화 유산은 그리스 로마 신화는 물론 동서양의 고전문학과 20세기 문학 예술에서도 메아리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토마스 만이 ‘태고적 우물’이라고 불렀던 신화는 많은 작가와 예술가들에게 여전히 창작과 영감의 원천으로서 고갈되지 않는 샘물과 같은 것이다.
<신의 가면>은 접근의 다양성으로 인해 단순한 신화 연구서의 차원을 넘어서 매우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캠벨의 신화학 고전은 고고학, 인류학, 사상사 및 심리학의 차원에서 인류문화의 유산을 다시 읽어 내려감으로써 메마른 역사서에서 발견하지 못하는 독서의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캠벨의 역저 출간으로 한국에서의 신화학 연구가 초석을 굳건히 다질 수 있다면, 장차 또 다른 신화학의 거장인 조르주 뒤메질이나 오토 랭크의 역저들도 소개됨으로써 신과 신화의 가면이 한 꺼풀 더 벗겨질 것을 기대해 본다.
<< 인류 공통의 '神話모티브' 예술적 문체로 분석한 勞作 >> [중앙일보 / 박지영기자]
조셉 캠벨의 주저(主著)이자 비교신화학의 고전인 <신의 가면>(원제 The Masks of God)은 전체가 4권으로 구성된 대작이다. 원저 4권의 쪽수를 합치면 2천5백쪽이 넘는데, 이번에 첫 권 '원시 신화'편이 출간되면서 4년에 걸쳐 번역본이 완간(完刊)을 보았다. '신의 가면 2-동양신화''신의 가면 3-서양신화''신의 가면 4-창작신화'에 이은 대미(大尾)인 셈이다.
이 책의 완간은 그 자체가 상찬(賞讚)의 대상이다. 요즘 불고 있는 신화 붐 속에서 가벼운 책들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쏟아지지만, 꼭 번역돼야 할 텍스트는 정작 드문 형편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출판사의 이런 투자는 평가돼야 할 대목이다. 알고 보면 국내 독서시장에서 캠벨은 낯선 사람이 아니다. 1980년대 이후 주로 소설가 이윤기의 손에 의해 '세계의 영웅신화''신화의 힘''신화의 세계' 등이 차례로 선보이면서 '문명사 자료'로서의 신화의 힘을 깨쳐준 대표적 저자에 속한다.
87년 사망한 캠벨은 오랫동안 대학에서 교편을 잡은 학자지만, 한때 정통 아카데미즘 영역에서 비(非)정통 학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건 캠벨의 신화연구의 스케일이 대학 커리큘럼을 훌쩍 넘어서기 때문이기도 했다. 고대의 이야기인 신화를 통해 앞날 인류 정신사까지를 재구성하려는 엄청난 포석은 캠벨의 주특기다. 신화라는 과학 구축에 예술가적 심성을 기본으로 하는 접근도 동시대 사람들에게 이해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신의 가면>에도 그런 성격이 잘 녹아있다. 고고학.인류학은 물론 예술사와 생물학의 성과를 커다란 솥에 끓이는 작업의 성격이 보는 이를 질리게 할 정도다. 인종이나 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인류는 정신 구조상 동일한 신화적 모티브를 공유하고 있고, 때문에 저자는 인류 정신사의 통일성을 확신하고 있다. 이런 입장이 공허하지 않다는 확인을 하게 만드는 이번 책은 "예술가의 심성으로 접근한 신화 과학"의 성과로 평가하기에 유감없다.
<< 神과 영웅들도 법칙의 재배 받는다 >> [조선일보 / 어수웅기자]
<동양신화>, <서양신화>, <창작신화>가 먼저 나왔던 <신의 가면>시리즈가 제1권 <원시신화>편을 마지막으로 침표를 찍었다. 영어원본으로는 2500페이지에 이르고, 우리 글로는 원고지 1만2000장에 달하는 막대한 분량이다.
신화에 관한 책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하지만 이 책을 선택하는 이유는 그가 다름 아닌 조지프 캠벨이기 때문이다.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신화의 힘’ 등으로 익히 알려진 캠벨은 1987년 세상을 떠나기까지 신화에 관한한 당대 최고의 석학이었다.
캠벨은 이 책의 목적이 신들과 영웅의 자연사(natural history)를 스케치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사람이나 동물도 역사와 진화를 거쳐 나가듯 이들 신과 영웅들도 법칙의 지배를 받는 일련의 변동과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문자주의자는 신화의 고유한 놀이 규칙을 간과하고, 실증주의자는 축제와 놀이의 장인 신화의 세계를 단순한 환상과 허구로만 매도한다. 하지만 캠벨은 이를 예술가의 시선으로 접근한다. 그가 얼굴에 쓴 가면은 한바탕 축제가 벌어지는 카니발 속의 매력적인 가면이다.
<< 동서고금 신화 집대성 '영적 역사' 통일성 탐구 >> [한겨레신문 / 고명섭기자]
비교신화학에서 일가를 이룬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1904~1987)의 대작 <신의 가면>의 제1부 <원시신화>가 번역 출간됐다. 1999년 2부 <동양신화>가 나온 이래 3부 <서양신화>(1999), 4부 <창작신화>(2002)에 이어 이번에 <원시신화>가 나옴으로써 이 방대한 저술이 우리말로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신의 가면>은 캠벨이 신화학자로서 가장 왕성한 지적 활력을 보이던 1959년부터 1968년까지 꼬박 10년에 걸쳐 집필하고 출간한 비교신화학의 고전적 작품이다. 캠벨은 인류학·고고학·민속학·심리학 등 당대의 지식을 총동원하다시피 해 원시시대부터 현대까지, 북유럽에서부터 극동까지를 포괄하는 이 저작을 완성했다.
캠벨은 자신의 신화학을 ‘신들에 대한 자연과학’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실증성을 강조하는 것인데, 그는 이런 실증적 연구를 통해 동서고금의 모든 신화들이 어떤 통일성 위에 펼쳐져 있음을 확인한다.
“전세계 신화를 비교하다 보면 인류의 문화사를 단일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불 훔치기, 홍수, 죽은 자의 땅, 처녀 출생, 부활한 영웅과 같은 주제들이 전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하고 있지만, 그것들은 몇개의 동일한 요소들이 각 지역에서 새롭게 조합돼 나타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원시 신화>는 이 통일성의 더 깊은 근원을 찾아들어가는 저작이다. 수십만년 전 구석기인의 삶에서 나타난 ‘신화의 문턱’을 비롯해, 기원전 7500~2500년 사이 원시 농경인의 삶에서 구체화한 신화들을 추적하는 것이다. 이 연구를 통해 지은이는 전세계 모든 신화가 “다양한 신화적 모티브를 저장하고 있는 하나의 금고”에서 출발했다는 결론에 이르는데, 그 기원을 이루는 땅이 최초의 농경사회와 도시국가를 형성한 중근동 지역이다. 이 최초의 신화적 주제들은 여러 지역으로 퍼지면서 그 지역의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되고 조직화하고 해석되고 제의화했다. 캠벨은 그런 지역적 특성을 ‘서명과 날인’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동양신화>와 <서양신화>는 이렇게 분화해 각각 독자적 통일성을 지니게 된 신화를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 탐구한 것이다. 캠벨은 신화의 세계에서 동양과 서양이 나뉘는 지점을 ‘이란고원’으로 보고 있는데, 이곳을 경계로 하여 아주 다른 ‘서명과 날인’이 찍힌 신화들이 형성됐다고 말한다.
동양신화는 인도·동남아·중국·일본의 ‘철학적 신화’,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의 ‘신화적 우주론’, 그리고 아메리카 원주민의 신화 체계를 아우른다. 지은이는 “동양신화의 최고 목표는 신이나 신과 관련된 제의를 실체적으로 확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수단으로 하여 그 너머로 나아가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동양신화에서 창조주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서양신화에서는 “존재의 기초가 창조주로 의인화되며 인간은 창조주의 피조물이다.” 그 서양신화는 크게 레반트(지중해의 극동지역)와 유럽의 유형으로 나뉘는데, 레반트의 모든 전통, 곧 조로아스터교·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는 신의 절대성과 인간의 종속성을 특징으로 한다. 이와 달리, 그리스·로마·켈트·게르만 등 유럽의 토착신앙은 인본주의적인 양태를 띤다. 지은이는 서양신화의 역사가 이 두 신앙의 상호작용에 의해 전개돼 왔다고 말한다.
4부 <창작신화>는 “그리스인에게서 시작돼 르네상스 시대에 성년에 달했고 오늘날 서양의 예술가·시인·철학자의 작품 속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번성하고 있는 신화들”을 꼼꼼히 살피고 있다.
이런 신화들을 모두 검토한 뒤 지은이는 인간이 신화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인 것 같다고 말한다. “삶의 충만성은 합리적 사유가 아니라 각자가 지니고 있는 신화의 깊이와 폭에 직접 비례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신화는 인간이 만든 것이다. “인간 정신은 모든 신들의 창조자이자 파괴자이며 신들의 노예이자 주인인 것이다.”
<< 예술적 시각서 신화의 원류 추적 >> [대한매일신문 / 김종면기자]
미국의 비교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의 역작 ‘신의 가면’ 4부작이 완간됐다.‘동양신화’‘서양신화’‘창작신화’에 이어 최근 1권 ‘원시신화’(이진구 옮김,까치 펴냄)가 마지막으로 나온 것.캠벨이 50대 중반에 시작해 10년 만에 완성한 이 저작은 시기적으론 선사시대에서 현대에 이르고,공간적으론 서아프리카와 멕시코 유카탄 반도,시베리아,오스트레일리아에까지 미친다. ‘원시신화’는 고고학·민족학·심리학·생물학의 연구성과를 토대로 인류를 관통하는 신화의 공통분모를 추적한다.원시농경인의 신화와 원시사냥꾼의 신화,신화의 심리학,신화의 고고학 등을 주요 테마로 다룬다.원시농경인 신화가 식물의 죽음과 재생을 근본 모티브로 한다면,원시사냥꾼 신화는 동물살해와 희생제의를 뼈대로 삼는다.
신화연구에서 문자주의와 실증주의의 시각을 경계하는 캠벨은 신화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다.신화를 시적 심성으로 바라보고 접근해야 삶에 대한 궁극적 신비가 풀린다는 것이다.이같은 맥락에서 캠벨은 신화를 고리로 과학과 낭만의 대화를 촉구한다.
먼저 나온 2권 ‘동양신화’는 이집트·인도·중국·티베트·일본신화를,3권 ‘서양신화’는 레반트·페르시아·그리스-로마·북유럽 신화를 다뤘다.4권 ‘창조신화’에선 중세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신화가 재생되는 과정을 살폈다.
<신의 가면> 4부작은 양적 측면에서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영어 원본으로는 총 2,500페이지에 이르고, 우리글로는 200자 원고지 1만 2,000매를 넘어선다. 집필 기간도, 1959년 <신의 가면 : 원시 신화>를 발간한 이후, 1968년 <신의 가면 : 창작 신화>로 4부작을 완료할 때까지 꼬박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더구나 이 시리즈가 집필될 당시 캠벨의 나이가 학문적으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기인 50대 중반에서 60대 중반임을 고려할 때, 이 저서가 그의 저작 가운데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임을 그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외적 측면만이 아니라 내용에서도 이 시리즈는 그의 필생의 역저임을 알 수 있다. 제1권은 원시 시대의 신화, 제2권은 동양(이집트, 인도, 중국, 티베트, 일본)의 신화, 제3권은 서양(레반트, 페르시아, 그리스-로마, 북유럽)의 신화, 제4권은 중세 이후의 서양의 예술, 철학, 문학의 옷을 입고 나타난 새로운 '창작 신화'혹은 '신화 창조' 과정을 다루고 있다. 시기적으로는 선사 시대에서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으로 달리고 있으며, 공간적으로는 서아프리카에서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 시베리아에서 오스트레일리아까지 망라하고 있다. 그리고 방법론의 측면에서도 문헌학, 예술사, 심리학 등 다양한 부문의 성과를 활용하고 있다.
<신의 가면>은 <신화의 힘>,<신화의 세계>등으로 유명한 조지프 캠벨의 걸장 가운데 하나이다. 캠벨은 이 대작을 마무리지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책에서 내가 얻은 중요한 성과는 내가 오랫동안 충실하게 지켜온 생각을 확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 생물학적 수준에서만이 아니라, 그 영적인 역사에서도 통일성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 통일성은 하나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것처럼 세계 곳곳에서 펼쳐져왔고 지금도 펼쳐지고 있다. 주제들이 나타나고 전개되고 확대되었다. 또 방향을 돌리고, 비틀었다가, 다시 나타나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오늘날에는 모든 악기들이 함께 소리를 내며 거역할 수 없는 물결을 이루어 장대한 포르티시모로 힘찬 절정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다 이 절정으로부터 그 다음의 위대한 악장이 나타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