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 소설집>은 모두 12편의 작품으로 이루어졌으며, 이 책은 이중에서 4편의 작품을 엄선하여 묶었다. 이 소설집을 통해 세르반테스는, 독창적 작가 정신과 걸출한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으며, 17세기 스페인이라는 국지적 공간과 시대의 이야기를 시공을 초월하는 보편적 이야기로 승화시켰다. 권선징악 전통의 민담 양식 소설이든 상황 반전의 아이러니 기법을 보여주는 보다 근대적인 진전된 양식의 소설이든 세르반테스는 독특한 서사 형식과 문제의식을 통해 이야기를 현재화하고 보편적 가치를 담아낸다.
세르반테스
1547년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 근교 알칼라 에나레스에서 외과의사의 넷째 아들로 태어났으며, 아버지의 직업이 번성하지 못해 가정은 궁핍했다. 1566년 마드리드에 정착한 뒤 에라스무스를 추종하는 스페인 인문주의자 환 로페스 데 오요스가 세운 학교에서 수학했으며 스물두 살 되던 해 로마에 가 추기경 아쿠아비바의 문하에 들어갔다. 그 이후 세르반테스의 생애는 불행으로 점철되었지만 내내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으며 여러 교단에 속해 있었다.
작품으로는 <돈 키호테 1편>(1605) <2편>(1615) <모범 소설집>(1613) <갈라테아>(1585) <파르나소로의 여행>(1614) <페르실레스와 세히스문도>(1616) 등이 있다.
1. 유리 학사
2. 늙은 남편의 의처증
3. 린코네테와 코르타디요
4. 사기 결혼
- 해설
유리 학사 (42 P)
시골 공증소에서 사서일을 보는 어느 영민한 소년은 수많은 질문과 요구로 그를 무척 귀찮게 했는데, 그 소년은 도시에서 일어난 여러 소식을 그에게 전해주기도 했다. 그가 소년에게 많은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모든 질문에 대답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소년이 한번은 그에게 말했다.
"유리 학사님, 교수혀을 선고받은 고리대금업자가 오늘 밤 감옥에서 죽었대요."
그 말에 그가 대답했다.
"망나니가 올라타기 전에 서둘러 죽었으니 잘한 일이다."
성 프란시스코 가에 제노바인들 한 떼가 모여 있었다. 마침 그곳을 지나가자 그들 중 한 사람이 그를 부르며 말했다.
"유리 학사 나리, 이리 와 우리에게 이야기 하나 해주시오."
그는 대답했다.
"그러고 싶지 않소. 제노바로 가져가버릴 것 아니오. 제노바인들이 스페인에서 돈을 빼내가듯이 말이오."
한번은 장신구를 잔뜩 달고 진주로 장식한 옷으로 성장은 했지만 못생기기 그지없는 딸을 데리고 가는 한 장사꾼 마누라와 마주쳤다. 유리 학사는 아이 엄마에게 말을 건넸다.
세르반테스가 근대 소설의 효시가 된 <돈 키호테>를 쓴 소설가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돈 키호테>는 소설의 효시로서뿐만 아니라 이성적인 동시에 맹목적이기도 한 인간의 이중적 단면을 걸출하게 묘사해 낸 불후의 명작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근대 소설 발전에 기여했던 <모범 소설집>은 세르반테스의 실험 문학 정신이 <돈 키호테>에 앞서 발휘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만큼의 명성이나 평판을 누리지 못한 뛰어난 작품집이다. <모범 소설집>은 모두 12편의 작품으로 이루어졌으며 이 책은 이중에서 4편의 작품을 엄선하여 묶엇다. 이 소설집을 통해 세르반테스는 독창적 작가 정신과 걸출한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으며, 17세기 스페인이라는 국지적 공간과 시대의 이야기를 시공을 초월하는 보편적 이야기로 승화시켰다. 권선징악 전통의 민담 양식 소설이든 상황 반전의 아이러니 기법을 보여주는 보다 근대적인 진전된 양식의 소설이든 세르반테스는 독특한 서사 형식과 문제의식을 통해 이야기를 현재화하고 보편적 가치를 담아낸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스페인 근대 사회 풍속의 면면을 그려내고 있으며 많은 서구 작가들에게 이야기 소재와 상상력을 제공했다. 더불어 이 책이 담긴 다채로운 소재와 일화들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문학 전반에 걸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많은 작가들의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