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중국을 거쳐 한국과 일본으로 퍼졌으며 이 세 나라에서도 일본이 가장 큰 문화적 영역을 만들어냈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알고 있는 차에 대한 상식이다. 하지만 일본의 다도의 밑바탕에는 우리의 '차살림'이 있음을 알고 있는가?
정동주
시집 <농투산이의 노래>를 발표하면서 글쓰기를 시작하여, 장시<순례자>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서사시집 <논개>를 비롯해 일곱권의 시집을 펴낸 뒤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대하소설 <백정> <단야> <만적>, 장편소설<콰이강의다리> <신의 지팡이> <불의 지문>등이 있고, 역사자료집 <까레이스기 또 하나의 민족사>, 평전<논개>, 오페라<조선의 사랑, 논개>, 민족극<진양살풀이>가 있다.
<신의 지팡> <까레이스끼 또 하나의 민족사> <논개>등은 일본에서 번역 출판되었다.
주요 논문으로 <민속과 한국의 색채 연구> <조선천민제도-백정을 중심으로>가 있다.
이후 <소나무> <조선 막사발 천년의 비밀>을 출간하였고, 계속해서 한국의 문화 및 한국인의 정체성에 관한 연구와 집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 결과물로 한국의 뿌리 시리즈인 <어머니의 전설>과 <느티나무가 있는 풍경>을 출간했다.
[1] 차살림을 시작하면서
1. 차살림
2. 차인과 찻 그릇
3. 동다 문화
[2] 한국 차살림의 표정
1. 차 농사
2. 차살림의 병폐
3. 한국의 덖음차
[3] 한국 차살림과 일본 다도의 관계
1. 우리 차살림의 일본 전파
2. 매월당 차법과 일본 초암차
3. 일본 초암차의 성립과 다도의 완성
4. 다도의 꽃, 농차의 탄생과 비밀
[4] 발우공양법과 농차
1. 농차
2. 이도차완의 세계
3. 공존의 아름다움
4. 차실에 꽃을 꽂은 까닭
5. 꽃 한 송이의 뜻
6. 주옥의 소우주, 대암과 독참방
[5] 한국 차살림의 미래를 위하여
한국 차살림의 표정 (91 P)
초의 선사의 제다법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를 재현해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동다송>에서 그것을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칠불사에서 좌선하는 스님들은 항상 찻잎을 늦게쯤 다 땔감을 말리 듯해서 시래기국 끓이듯 푹푹 삶으니, 차 색깔은 탁하고 붉으며 맛은 쓰고 떫어서 천하의 좋은 차를 속된 솜씨가 다 버려 놓았다"
고 한것입니다.
이 기록을 보면 화개 지방에서 수백 년 전부터 민간에 전해지는 '잭살'이라는 차의 제조법과 비슷합니다.
이것은 오늘날 반발효 또는 발효차라고 일컬어지는 차의 원류이자 중국의 보이차와 유사한 종류로 간주됩니다.
이것과 비교해보면 초의 선사의 제다법은 차의 색이 맑고 향이 은은하며 맛이 달고 가벼운 청차계열인 듯싶습니다.
맑은 색이란 연한 청록색이거나 황색을 띤 것으로서 반발효와 덖음이 적절하게 조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 >> [경향신문 / 도재기기자]
차(茶·다)를 이야기하면 흔히들 술과 비교를 많이 한다. 특히 중국 당나라때 쓰인 차와 술의 다툼을 담은 ‘다주론(茶酒論)’이 유명하다. 어느날 차가 술에게 “나는 귀한 신분이다. 유명한 스님들의 말씀에 힘을 실어주고 부처님께 바쳐지기도 한다. 하지만 너는 가정을 파괴하는 악인”이라고 하자 술은 “나는 고관들이 마시며 네가 하지 못하는 노래와 춤도 나오게 한다. 너는 위장병의 원인”라고 맞받아친다. 차가 “내가 시장에 나가면 나를 다투어 사들여 돈이 쌓이지만 네가 거리에 나서면 혀가 꼬부라져 성가시게 구는 사람이 넘친다”고 하자 술은 “나는 건강의 근원이고 기분전환의 약이며 인물을 만든다”고 말한다. 결국 차와 술의 싸움은 물이 나서서 “차와 술, 너희들은 내가 없으면 형태나 모습이 없으니 사이좋게 지내라” 하면서 끝난다는 게 주요 내용.
우리나라 차의 역사는 삼국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귀한 물건으로 대접받던 차는 고려시대에 들어 민간으로 확산됐고 여러 의식 행사에도 이용된다. 그러나 고려 말기에는 차에 대한 무거운 세금, 사치풍조 등으로 일부에선 아예 차나무를 뽑아버릴 정도로 차문화가 쇠퇴한다. 조선시대에도 다례의식 등 명맥을 유지했으나 후기에 들면서 고려 말기의 악습 재현, 살림살이의 궁핍 등으로 서서히 차문화는 퇴색된다. 하지만 선비들은 차를 즐겼고, 특히 우리나라 차문화의 중흥조로 평가받는 초의선사,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등의 차를 둘러싼 교류는 유명하다.
근래에는 전통문화, 건강식품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차를 즐기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차와 관련된 단체들이 회원을 모으며 급성장하고, 차 문화유적을 답사하는 경우도 많다. 차를 마시는 모임인 차회(茶會)만도 전국적으로 300개가 넘으며 차 인구는 3백만명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책 '한국의 차 살림’은 우리 문화의 핵심으로 등장한 차문화의 어두운 구석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차문화를 구성하는 차인(茶人)들의 잘못된 태도와 생각, 차와 찻그릇을 둘러싼 추악한 모습 등에 죽비를 내린다. 또 앞으로 우리 차문화의 정체성을 확립, 일궈내야 할 차문화의 방향을 모색한다.
저자는 지금의 차문화는 내용보다는 겉모양새를 강조하고, 틀에 박힌 형식을 고집하며 이를 창조라고 억지를 부린단다. 그러다보니 진정한 차의 세계에 대한 마음닦기가 깊어지지 않는다는 것. 또 차인들의 허위허식과 차문화 단체들간의 이상한 경쟁의식으로 빚어지는 과시욕은 차 예절을 더럽히는 과장을 낳으며, 차와 차세계를 사적 이익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꼬집는다. 특히 비싼 찻그릇을 소장하고 비싼 차를 마셔야 하며, 넓고 화려한 차실에 귀한 고미술품을 들여놓아야 진정한 차인인 양 행세하는 등 차문화 속에 스며든 돈의 힘은 심각한 병폐를 낳는다고 걱정한다.
“차는 마시는 손가락 모양이나 차인이 입는 옷감의 종류, 차실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차의 세계는 물질 소유욕에 붙들리지 않고 무소유의 청정세계를 지향하는 것이다. 인위적이고 가식적인 것이 아니라 단순소박해 누구하고도 불편하지 않게 마시는 것이 차다”
저자는 중국, 일본의 차문화를 우리 전통인 양 왜곡하는 이론가들도 질타한다. 이른바 ‘차예(茶藝)’와 ‘다도(茶道)’는 각각 중국과 일본의 역사와 전통에 따라 만들어진 그 나라의 차문화로 우리가 참고는 할 수 있지만 마치 그것이 우리의 정신사인 것처럼 왜곡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 특히 차예이론, 다도이론을 짜깁기해 자신의 순수이론인 양 내놓는 일부 사람들로 인해 우리의 흙과 불과 물로 우리가 만든 찻그릇을 일본에 가 인증받고 그것을 명품으로 선전하고 또 구입하는 작태가 벌어진다고 지적한다.
책은 우리의 차문화 정체성을 찾기 위한 방안으로 우리 차문화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일본 다도의 원류를 찾아가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일본 차문화 정점에 있는 이른바 ‘초암차(草庵茶)’법, ‘농차(濃茶)’법을 김시습의 ‘매월당 차법’, 우리 사찰의 발우공양법 등과 상세히 비교하고, 각종 문헌들을 제시하며 그 뿌리가 한국에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에서 독특하게 변형된 차문화 답습이 아니라 우리 고유의 차문화를 찾아보는 노력이다. 책에는 이밖에 차 농사 등 차와 관련된 이야기가 풍부하게 담겼다.
저자는 차인이 가져야 할 정신자세 등을 이야기하며 우리 차문화의 정체성을 찾는 작업의 하나로 차나무 키우기부터 찻자리 거두기까지 차와 관련된 전과정을 새로운 용어인 ‘차 살림’이라 부르자고 제안한다. 한국 차문화인 ‘차 살림’은 상대에 대한 존경과 배려, 그리고 평등의 이상이 핵심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차를 알고자 하는 이들, 아니 차를 마시는 이들이라면 귀기울일 만한 말이다.
<< >> [중앙일보 / 홍수현기자]
"우리문화에선 茶 살림" '한국 차살림' 낸 정동주씨 中 제사의식으로서의 '茶藝'… 日 종교적 의미로 '다도'
"한국 차 문화는 정체성이 결여돼 있다. 일본에서 역수입돼 형식에만 애를 쓰고 천민 자본주의 성격마저 띄고 있어 병폐가 많다."
차를 즐겨온 지 35년째, 차나무를 키우고 차를 만들기 시작한지도 18년째라는 소설가 정동주(54)씨가 최근 펴낸 <한국 차살림>(이룸)에서 밝힌 내용이다.
이제 한국도 차인회 조직이 3백50개, 차문화 인구도 3백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렇듯 각광받고 있는 차 문화이지만 아직은 독창성과 역사성을 담보하기 미흡하다.
정씨가 이번 책에서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바로 이 대목. 차나무 키우기, 차 만들기, 차 달이기, 차 마시기 등 일련의 과정을 우리 문화의 특성에 맞춰 '차살림'으로 새로 부르자는 주장은 여기서 나온다.
'차 살림'은 차 문화를 제사 의식으로 보았던 중국의 차예, 차 마시는 행위를 종교적 의미로 본 일본의 다도와는 구별된다.
정씨에 따르면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차를 보여주며 현란하고 번잡한 형식적 기교에만 매달리거나 찻그릇을 비싸게 사들이는 등 왜곡된 행태들이 보인다고 한다.
이는 차의 근본이 평등의 다른 이름인 '중정(中正)'의 정신이며, 본질은 생명의 아름다움을 깨닫는 선(禪)이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는 것이다.
<< 한국 고유의 '茶살림' 확립 강조 >> [서울경제신문 / 편집부]
“한국 차의 병폐는 우리 차살림 역사를 무시해버린 것, 일본 다도가 우리나라 불교문화를 기원으로 삼고 있는 점을 모르는 것, 차 예절은 기교나 기술이 아닌 정신의 깊이에서 비롯된다는 것, 차의 본질은 기호나 취미가 아닌 생명의 아름다움을 깨닫는 선(禪)이라는 것을 모르는 데 있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정병주씨가 현대 한국의 차문화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퍼붇는다.그는 이번에 나온 <한국 차살림>을 통해 하나의 문화로 정착돼 가고 있는 한국의 차문화가 차 문화의 독창성을 해치는 차인(茶人)과 찻그릇, 차를 만드는 잘못된 과정을 통해 위협받고 있다고 질타한다.
저자는 차인들이 차의 근본인 `중정(中正)`의 정신을 잃어버리고, 이것을 알지 못하는 차인들이 차회니, 찻그릇이니, 찻자리의 모습이니 하는 겉치레에 너무 신경을 쓴다고 비판한다. 중정은 평등의 다른 이름이다. 또 그는 무엇보다 한국 `차살림`의 정체성이 결여돼 있음을 걱정한다. 일본의 `다도`에서 역수입돼 형식에만 애를 쓰는 지금의 우리 차문화에 대해 그것의 원류가 되는 정신이 바로 우리나라에 있었음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현재 한국 차문화가 빠져 있는 병폐는 “한국 차인이 스스로 지어낸 과오 탓으로 생긴 것”이라며 “근본 없이 짜깁기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차 이론들을 걷어내고, 독창성과 역사성을 담보하는 한국 고유의 차문화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밥이나 한 끼 하자’라던가 ‘차나 한 잔 하자’라는 말이 인사말이 될 정도로 차는 일상적이다. 차는 특별할 것이 없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차에는 어떤 형식이 따로 있는 것인 양 생각한다. 이것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어쩌면 이것은 차로 세계적인 문화를 형성해낸 일본의 다도에서 받는 영향인지 모른다.
일본 다도의 형식적인 모습만 들여와 그것을 차의 전부인 양하는 것은 일본의 다도도 우리의 차살림도 그리고 결국은 차의 본 모습도 모르고 하는 원숭이 같은 짓이다. 일본 다도의 창조자였던 무라타 주코村田珠光와 다케노 조오武野紹鷗, 센노 리큐千利休, 그리고 일본 민예 운동을 이끌었고 다도의 미학을 한 단계 올려 평가해냈던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는 형식보다 정신에 그 가치를 두었다.
<한국 차살림>의 저자 정동주는 한국 ‘차살림’이 일본에서 역수입되어 형식에만 애를 쓰는 지금의 행태에 그것의 원류가 되는 정신이 우리나라에 있음을 그래서 차의 본래 모습을 우리 스스로 되찾아야 함을 다도와 그 원류인 우리의 ‘차살림’과 비교해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이야기한다. 무라타 주코와 야나기 무네요시가 다도의 미학으로 삼았던 찻그릇과 센노 리큐가 완성해낸 다도의 정신, 그것의 원류는 조선의 그릇이었으며, 선禪을 지향한 사찰의 수행법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