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규장전>은 김시습의 <금오신화>에 실린 이야기 가운데 하나이며, <옥영전>은 조위한이 쓴 소설 <최척전>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생규장전>은 이생과 최랑의 죽음을 뛰어넘는 영원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도적의 손에 목숨을 잃은 최랑의 저승에서 돌아와 사랑을 이루고야마는, 놀랍고도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옥영전> 역시 간절한 의지와 신념이 만들어 낸 기적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꺾이지 않는 강인함으로 전쟁의 회오리를 이겨 낸 조선의 여인 '옥영'을 만날 수 있다.
저자 - 백승남 -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월간 <어린이문학>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동화쓰기를 시작했다. 2000년 <늑대왕 핫산>으로 새벗문학상을 받았으며, 펴낸 책으로 <반지 엄마>, <늑대왕 핫산>이 있다.
그림 - 한성옥 -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지그은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일러스트레이터.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펴낸 책으로 <시인과 여우>, <수염 할아버지>, <나의 사직동> 등이 있다.
이생규 장전 버들가지 담장을 넘어서 죽어서라도 낭군을 따르리라 승냥이와 이리의 밥이 될지언정 이승의 남은 인연 저승에서 이으리다
옥영전 산들바람 불어와 하얀 꽃잎 떨어지네 뜰에 드리운 꽃 그림자 바람에 날리네 살아 있으면 꼭 만날 거야 차라리 이 땅을 떠나리라 낭군의 피리 소리에 달도 들으려 내려오고 내 아들, 얼굴 좀 다시 보자 살아 못 간다면 죽어 내 ？이라고 제물이 필요하면 이 몸을 잡아가시고 어미의 살을 베어 먹더라도
최랑은 이생에게 다시 술을 권했어요. 술을 따르던 자신의 손끝이, 술잔을 들고 있던 이생의 손과 스쳤을 때 최랑은 눈앞이 아뜩했어요. 최랑은 재빨리 마음을 수습하며 한쪽 무릎을 곧추세웠어요. 그 위에 두 손을 가지런히 엊어 놓고 조용히 말했답니다. "미리부터 정해져 있는 게 사람의 인연이라 생각해 왔습니다. 우리가 이렇듯 만난 것도 운명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도련님을 낭군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이생은 대답을 못하고 얼굴만 붉어졌어요. 최랑과 눈이 마주친 허공이 출렁거리는 듯했지요. 보일 듯 말 듯 고개만 살짝 끄덕이고 말았습니다. 최랑의 책장 밑의 서랍을 열더니 조그만 거울을 꺼냈습니다. 배꽃인 듯 꽃잎 다섯 장이 은은하게 새겨진 동그란 구리거울이었습니다. "낭군으로 모시겠다는 제 마음의 정표입니다." 이생은 거울을 소매 속에 넣고는, 품속에 넣어 다니던 옥가락지를 꺼냈어요. 돌아가신 어머니가 며느릿감에게 주라고 남긴 유품이었지요. 최랑이 받아 낀 반지에서는 푸른빛이 아련이 감돌았어요. -P. 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