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과거에 관한 기록이다. 따라서 역사를 쓴다는 것은 과거의 특정한 시점, 특정한 장소에서 일어난 사건을 재구성한다는 말과 같다. 그리고 역사를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 자신이 특정한 과거의 특정한 장소로 이동해 당시 일어났던 사건을 추체험 하는 것이다. 이렇게 역사는 시간이라는 씨줄과 공간이라는 낱줄을 통해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시공간 안에 구체적으로 형상화된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는 역사를 대할 때 우리의 주의력을 지나치게 시간에만 편중해왔다. 역사를 이루는 다른 한 측면인 공간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역사는 심하게 말하자면 연표에 지나지 않았다고도 말할 수 있다. <아틀라스 역사>시리즈는 이러한 시간 편황의 역사 서술을 탈피하고 시간과 공간을 대등하게 아울러 역사 사건을 좀더 생생하게 재구성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1장 고대 2장 남북국 시대 3장 고려 4장 조선 5장 근대 6장 현대
고려는 외세의 간섭과 도움 없이 독자적인 힘으로 후삼국을 아우르고 다수의 발해인을 받아들임으로써 진정한 퉁일을 이루었다. 국가의 수도는 경주에서 한반도 중앙에 자리한 개경으로 옮겼다. 고려의 통일은 이후 남북이 분단되기까지 하나의 국가 체제를 유지해 오는 시발점이 되었다. 고려시기 470여 년은 통상 1170년에 일어난 무신의 난을 기준으로 전. 후기로 나눈다. 당시 동아시아 국제 정세는 많은 변동이 있었다. 새로운 세력이 대두하고 새 왕조가 출현함에 따라 동아시아 국제 질서가 요동쳤던 것이다. 그 여파는 고려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고, 고려는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였다. 이 시기 에는 대외 교역이 크게 활기를 띠어 고려라는 나라 이름이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p. 65-
<< 한국사 입체적 공간으로 살아나다 >> [조선일보 / 유석재 기자]
우주 공간에서 지구의 한 부분을 바라보는 듯한 입체감, 옛 산맥과 강과 도시와 길을 넘나드는 치밀한 편집, 놀랍도록 뛰어난 색(色)분해까지. 영국의 ‘더 타임스’ ‘브리태니커’, 미국의 ‘랜드 맥널리’ 등에서 나온 역사부도들은 시간의 흐름을 좇는 역사책들의 책갈피 곳곳에서 횡적인 ‘공간’과 만나게 해준다. 이런 책들을 보다가 우리의 ‘고등학교 사회과 부도’를 들여다보면 한숨이 나오기 일쑤였다. 마치 그만큼 우리의 역사가 왜소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제 우리도 그런 책을 가지게 됐다. 이 책은 ‘역사신문’ ‘생활사 박물관’에 이은 ‘역사의 입체화 작업’으로, 183장의 지도와 93장의 사진, 46개의 다이어그램을 통해 한국사를 재구성한 것이다. 집필에는 송호정·이병희·김동진·김정찬·김한종 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들이 참여했다.
이들의 목표는 ‘제대로 검증된 역사지도’를 만드는 것이었다. 학계에선 문헌에만 신경썼을 뿐, 누군가 잘못 만든 지도를 검증도 없이 마구 복사해 쓰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지난한 작업이었다. 논문을 근거로 지도를 그리다 보면 옛날과 지금의 지명이 도저히 연결되지 않았다. 4000년 동안 한국사의 주요 무대였던 만주 지역은 웬만한 해상도의 등고선 디지털 데이터조차도 없었다. 일제시대 광주 학생운동은 당시 철도 노선이 지금과 완전히 달라 현지 주민들로부터 따로 고증을 받았다.
작업의 결과는 놀랍다. 평양으로부터 중앙아시아 사마르칸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고구려의 대외 교류도, 남북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임진왜란 해전도가 방대한 자료를 통한 신선한 시도라면, 여수·순천 사건과 4·3 사건의 자세한 도해는 현대사의 베일을 벗겨내려는 작업이다.
<< 지도에 역사를 아로새기다 >> [한겨레신문 / 안수찬 기자]
역사는 공간에 아로새겨진 시간의 자취다. 그것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동시에 새로운 공간을 개척하는 인식 지평의 확장이다. 그러나 우리가 역사를 접하는 방식은 철저히 ‘연대기’에 묶여 있다. 감동 없는 숫자와 이름의 나열 아래서 역사적 역동성에 대한 상상력이 숨쉴 곳은 없다.
〈아틀라스 한국사〉는 지도로 읽는 역사다. “우리 역사의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기획됐다”는 게 책을 펴낸 이들의 이야기다. 석기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우리 역사를 통사적으로 다룬 이 책의 서술은 담담하고 또한 평이하다. 그러나 책장 하나를 넘기는 일이 쉽지 않다.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전체와 동남·서남아시아에 이르는 ‘역사의 공간’이 눈앞에서 광대하게 펼쳐진다. 익히 알고 있는 이 땅의 평면적 형상이 돌연 긴박한 역사 현장의 시뮬레이션으로 변모한다.
일회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그쳤던 어린 시절의 ‘역사 부도’와 비교할 수 없는 미덕이 이 책에 있다. 지도책과 역사책을 따로 두는 대신, 지도와 텍스트를 한눈에 들어오도록 결합시킨 것이다. 문자로부터 생명을 얻은 지도는 읽는 이의 오감을 동시에 자극하며 역사를 ‘공감각적’으로 체득할 기회를 마련한다. 역사를 ‘상상’하게 만드는 지도의 힘이다. 수많은 지도 데이터를 구축한 뒤, ‘음영기복 지도’ 기법을 도입해 실감나는 역사 공간을 구현한 기술적 성공도 여기에 한몫을 했다. 그 구성에 따라 연대별 공간을 추적해 가노라면 역사를 ‘줌 인-줌 아웃’하는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삼국시대 우리 역사의 광대한 공간을 조감하는 일은 현기증까지 일으킨다. 조선시대의 한양을 근접관찰한 지도는 익숙한 이 공간을 곱씹게 만든다. 동학농민운동과 5·18 광주항쟁의 공간을 복원한 대목은 이 책의 압권이다. 저항의 시간이 어떻게 공간에 돋을새김됐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역사신문〉 〈세계사신문〉 〈한국생활사박물관〉 등을 펴내며 역사 대중화에 힘을 쏟아온 사계절 출판사는 이 책을 통해 또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 183텃 입체지도로 읽은 한국통사 >> [문화일보 / 최영창 기자]
책은 ‘역사신문’과 ‘세계사신문’, ‘한국생활사박물관’ 등의 대형 기획물을 통해 역사 대중화에 공헌해온 출판사가 새로 기획한 ‘아틀라스 역사 시리즈’의 첫 성과물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시리즈는 국내 역사학계의 미개척 분야인 역사지도 분야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초·중·고등학교 시절 부교재로 배운 ‘역사부도’와 달리 지도와 텍스트를 한 면에 동시에 편집하고 통계수치를 이해하기 쉽게 다이어그램화해 역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이번 시리즈의 특징이다.
첫권으로 나온 책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한국통사를 2쪽을 펼친 페이지를 한 꼭지로 해 총 93꼭지로 편집됐다. 송호정·이병희 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진들이 집필에 참여했으며 사료에 충실한 고증을 통해 지도를 재현했다. 평면지도를 지양해 산맥이 꿈틀거리는 듯 실제 지형과 지세를 실감할 수 있는 입체지도를 사용한 것도 이번 시리즈의 특징. 통사체의 간결한 서술과 함께 총 183컷의 지도와 93개의 사진자료, 46개의 다양한 다이어그램이 실려 있어 우리 역사에 관한 종합 참고도서의 역할을 수행하기에 손색이 없다.
<< 지도로 보니 역사가 한눈에 확~ >> [국민일보 / 이영미 기자]
역사는 왕들의 계보도가 아니듯 시간의 흐름으로만 역사를 바라볼 수는 없다. 치열했던 정치 투쟁이 있고,전투가 있었으며,그 속에서 농사짓고 그릇을 만들며 교역하던 민중들이 있었다. 그들이 만들어낸 땀내 나는 사연과 발딛고 살던 공간이 있었다. 시간의 학문인 역사를 공간으로 확장하는 것은 역사를 좀더 풍성하게 바라보자는 뜻이다. 인과를 살피고 흥망성쇠를 논하기 전에 좌우를 둘러보며 그 안에 살고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자는 취지.
외국에선 꽤 오래 전부터 활발한 분야가 지도로 역사 읽기다. 국내에서는 사회과부도에서 만날 수 있는 빈약한 지도를 빼고 지도를 동원한 역사서가 드물었다. 시도도 없었고,이를 뒷받침할 학계의 연구 성과도 미미했기 때문이다. ‘역사신문’ ‘생활사 박물관’ 등 역사의 시각화 작업에 앞장서온 사계절 출판사에서 최근 ‘아틀라스 한국사’를 펴냈다. 지도로 역사를 바라보는 ‘히스토리컬 아틀라스 시리즈’의 첫번째 권으로 앞으로 고조선,신라,고려 등 나라별 역사 혹은 한강 유역사 등 지역별 역사를 지도로 만드는 작업 등을 계획하고 있다.
◇역사,공간의 학문=고대부터 현대까지 한국 통사를 183장의 지도와 93개의 사진,46개의 다이어그램으로 표현한 지도로 읽는 한국사다. 공간으로 역사를 볼 때 개안하듯 문득 문리가 터지기도 한다. 임진왜란 해전을 묘사한 지도는 일본 열도를 위에 놓고 남해안을 아래쪽에 배치했다. 지도를 뒤집은 것인데 이렇게 그려놓고 보니 통상적인 지도에서 맨 오른쪽에 경상좌수영이,맨 왼쪽에 전라우수영이 놓였던 이유가 이해된다. 한양 임금의 시점에서 경상좌수영으로부터 전라우수영까지 배치한 것. 밀려들어오는 왜구를 맞아 싸운 당대인의 시점도 뒤집힌 지도로 보면 이해가 쉽다. 이런 공간화의 과정은 지도로 역사를 보는 것의 최대 장점이다.
사실 제작팀은 문헌 위주로만 진행돼온 국내 학계의 연구 풍토 때문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고고학계와 역사학계가 명확히 분리된 채 역사학은 마치 문헌만 갖고 하는 것이라고 약속이나 한 듯 현장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가장 답답했던 일은 논문을 근거로 지도를 그리다보면 옛 지명과 현 지명이 전혀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 지명에 대한 고증은 전무했다. 발해의 영토에 관한 지도의 경우 중국에서는 압록강과 평안도까지 중국 영토인 것으로 표시돼 있는 반면,우리나라에서는 발해가 남쪽으로 임진강을 경계로 신라와 맞닿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과 한국이 각각 어떤 근거에서 서로 다른 지도를 그리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답하지 않는다.
삼국 통일 후 나당 전쟁의 분수령이 됐던 675년 매소성 전투의 현장은 연천이라는 주장과 아래 양주라는 주장이 엇갈린다. 고고학 발굴로 비교적 쉽게 밝혀질 사안이지만 문헌에 의존해 추론만 무성할 뿐 발로 찾아볼 노력은 해보지 않았다. 그나마 논란이 있는 것은 다행. 지도 위에 표시해야 하는 지명 중 70%는 옛 지명이 현재 지명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고려가 쌓은 천리장성만 해도 ‘고려사’에 천리장성이 지나가는 지명이 명확하게 나오지만 현대 행정 구역상 어떻게 분류돼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국내의 역사 부도를 보면 천리장성의 모양은 천차만별. 교과서에 실린 지도라고 정설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제작팀은 “고조선,고구려,백제,신라 등 고대가 물론 가장 어렵고 논란도 많았지만 가까운 조선으로 내려와도 고증이 안돼있기는 마찬가지”라며 “제대로 하려면 현지답사를 전부 거쳐야 하는데 이 부분까지는 역부족이었다”고 토로했다. 일제시대 광주 학생운동만 해도 당시 철도 노선이 현재와 완전히 달라 광주역의 위치를 현지 주민으로부터 고증받아 수정했다. 현 광주역은 전남일보 부근이지만 당시 광주역은 금남로와 더 가깝다. 과거 조선총독부에서 작성한 상세 지도 위에 현재 지도를 덮어쓰는 방식으로 주요 건물의 위치를 알아냈다.
◇누가 어떻게 만들었나=‘아틀라스 한국사’는 송호정 이병희 김동진 김정찬 김한종 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진이 집필에 참여했다. 여기에 지도 데이터와 디자인에 5명의 전문 인력이 참여하는 등 11명으로 구성된 편찬위원회가 2년 동안 2억여원을 들여 만들어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지도 데이터 자체의 부족이었다. 예를 들어 축척 2만5000분의 1은 돼야 평양성을 지도 위에 제대로 표시해줄 수 있지만 정부기관인 국토지리정보원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자료는 너무 소략해 사용할 수가 없었다. 도로교통지도를 만드는 민간업체로부터 인공위성 데이터를 구입해 사용해야 했다. 그나마 북한과 만주 지역 등에 대한 자료는 국내 업체에 없어서 외국 업체로부터 비싼 값을 주고 사와야 했다.
<< 지도로 읽는 생생한 우리역사 >> [경향신문 / 이상연 기자]
우리가 그동안 역사를 대할 때 지나치게 시간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역사를 이루는 또 다른 측면인 공간에 대해서는 소홀했다는 반성에서 이 책은 출발했다. 시간과 공간을 대등하게 아울러 역사사건을 좀더 생생하게 재구성하려는 출판사의 의도가 세상의 빛은 본 것은 2년 만이다.
집필은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진이 시대별로 분담했지만 통사적 안목을 함께하기 위해 각 시대 전공자들이 자리를 같이했다고 한다. 고대와 남북국시대로부터 고려, 조선을 거쳐 근대, 현대 총 6장으로 구성됐다.
‘한국인의 기원’부터 ‘세계화 시대의 한국사회’에 이르는 93개의 꼭지는 각각 2쪽 분량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서로 차고 기울지 않는 인상이다. 역사서로는 드물게, 4·6배 컬러판형에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지도 183컷, 사진자료 93컷, 다양한 다이어그램 46개를 실었다. 그리고 각 꼭지의 첫페이지에는 그와 관련된 연표와 독자의 이해를 돕는 설명자료를 덧붙였다.
예컨대 조선의 ‘세도정치’ 편을 보면 세도정치를 주도한 안동김씨와 풍양조씨의 세세한 가계도와 홍경래 난의 전투지점, 이동로, 거점을 표시한 큰 지도, 홍경래 난을 이용해 봉기를 선동한 벽서사건 발생지 등이 곁들여 있는 식이다.
덕분에 지도와 다이어그램만 꼼꼼히 들여다봐도 상당한 역사지식을 쌓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목차에 지도와 다이어그램 제목을 따로 실어 검색을 쉽게 했고 학설에 따라 위치와 통계치가 다를 때는 ( )에 추정이라고 표기해 신뢰도를 높였다.
무엇보다 눈길을 잡는 것은 현대사 부분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의 2쪽 중 한쪽을 아예 털어 5월18~27일 공수부대 진압부터 시민군의 최후까지 정리한 4건의 상황도에서 받은 인상은 충격에 가깝다.
편집인은 나·당 전쟁의 승패를 가른 격전지인 매소성의 위치나 고려시대 윤관이 쌓은 동북 9성의 위치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현실에서 역사지도를 만드는 일은 너무나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산고(産苦)를 고백했다. 대중적 역사도서의 품질을 한 차원 높인다는 사명감 아래 과감하게 투자했다고도 말했다. 이같은 토로가 그리 과장스럽게 들리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