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의 추억 같은 사진 한 장, 사진 속의 첫 키스 같은 영화 한 편! 우리는 영화를 보고 난 후 다시 그 영화를 떠올릴 때 쉽게 이미지를 연상한다. 하지만 우리 머릿속에서 그 영화가 움직이는 영상으로 기억되진 않는다. 대부분 영화에서 하나하나의 '스틸 이미지'인 '사진'으로 저장된다. 이런 현상은 비단 내가 사진전공자이기 때문에 드는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렇듯 영화가 사진화된 이미지로서 남은 연상 작용이 가능하다면, 영화의 모태가 되었던 사진을 다시 영화를 통해서 접근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석원 중앙대에서 사진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영화영상제작학과 박사과정(DFA)에 있으며, 현재 공주영상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다큐먼트와 다큐멘터리 사진의 재고> <관찰자의 시점과 카메라 옵스큐라와 카메라> <스테레오 스코프와 키네토스코프의 영상이미지에 관한 연구> <사마리아와 소녀> 등의 학술논문을 발표했다. 또한 월간 <사진예술> 등의 다양한 매체에 사진, 영상과 관련된 글을 기고하고 있다.
- 지은이의 말
[1] 사진기 1. 잃어버린 시간과 기억 / 러브레터 2. 기억의 변조와 기록 / 메멘토 3. 심령사진과 폴라로이드 카메라 / 셔터 4. 발칙한 상상려과 자동증명사진 / 아멜리에 5. 사진의 민주화, 핸드폰 사진 / 사마리아 6. 카메라 옵스큐라와 사진적 시각 /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2] 일상 1. 사진사와 사진가의 경계 / 8월의 크리스마스 2. 반복된 일상과 상점 관찰 / 스모크 3. 우울한 도시에 파랑새는 있을까? / 우작 4. 가족사진의 의미 / 소름 5. 그대는 불륜을 꿈꾸는가? /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와 사진의 추억 6. 마녀의 절대적이지 않은 솔직함과 결혼사진의 의미 / 결혼은 미친 짓이다
[3] 시선과 프레임 1. 말하고 싶은 사진과 말하고 싶지 않은 사진 / 올드 보이 2. 프레임짜기의 두 가지 방식 / 금지옥엽과 연예인 사진에 대한 소유욕 3. 너의 쿨한 얼굴을 벗어던져라 /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4. 이 세상에 절대 진리란 없다 / 나쁜 남자 5. 언어의 기만성과 합성사진 / 시몬 6. 사생활을 은밀히 엿보는 눈 / 트루먼쇼와 포토리얼리즘 7. 섹슈얼리티와 아웃포커스 효과 / 델타 오브 비너스
[4] 사진작품과 영화 1. 딥 포커스와 빌 브란트의 누드사진 / 시민 케인 2. 죽음의 미학과 사진적 그림 / 조 페시의 특종 3. 정말로 찍고 싶은 사진이 어떤 거였지? / 프라하의 봄 4. 1930년대 파리의 불온한 멜로드라마 / 북회귀선과 브라사이의 데카당스한 파리
마녀의 절대적이지 않은 솔직함과 결혼사진의 의미 / 결혼은 미친 짓이다 (169 ~ 170 P)
결혼사진에 대해서 좀더 살펴보기 위해 나의 부모님 결혼사진과 여동생의 결혼사진을 비교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겠다. 먼저 1965년에 찍은 부모님의 결혼사진은 소박하고 꾸밈없는 느낌이 든다. 더군다나 신부로서의 어머니 모습에서 요란한 분장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이 시대에는 사진을 많이 안 찍으셨기 때문이겠지만 자세가 부자연스럽고 사진의 배경이 된 식장의 분위기가 간소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사진을 오랫동안 관찰했더니 재미있는 요소가 발견되었는데 그것은 신부 드레스의 차이였다. 당시 드레스의 풍성함을 살리기 위해서 안쪽에 페티코트를 입고 계셨는데, 페티코트의 라인이 너무 두꺼워서 바깥에서 보기에도 그것이 눈에 뛸 정도였다. 드레스의 길이도 요즘보다는 짧은 느낌이고 장식도 별로 없다. 하지만 여동생의 결혼식 사진을 보면, 30년 전의 어머니의 결혼사진과는 많이 다르다. 웨딩드레스가 좀더 화려하고 장식적이며, 신랑과 신부의 자세도 자연스러워 보이고, 배경이 되는 식장 분위기에서는 인공적인 느낌이 많이 난다. 이 두 가지 경우가 나의 부모님이나 여동생의 결혼사진에만 국한되어 나타나는 것은 아닐 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