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0권을 기획한 `한겨레 옛이야기' 시리즈는 내용과 형식 면에서 옛이야기의 새로운 전형을 창조하자는 기본 목표 아래, 민족 고유 색채에 한국적 캐릭터를 접목시킨 아동 문학서. 그 네번째권.
이 책에 실린 이야기 두 편은 모두 제주도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이야기들이다. 아버지와 헤어져서 고생만 하던 원강암이의 아들, '한락궁이'가 오랜 고생 끝에 하늘 나라의 서천꽃밭을 지키는 신이 된다는 이야기와 고아소녀 '오늘'이가 부모님을 찾아 어려운 모험을 하여 마침내 사계절을 맡는 선녀가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락궁이 이야기는 한락궁이의 모험담도 재미있지만, 사람들을 웃게했다가, 싸우게도 하고, 서로 미워하여 죽일 수도 있는 웃음꽃, 싸움꽃, 악심꽃이라는 신기한 꽃이 시선을 끈다. 또 한 번에 천리를 가는 천리동이 개와 만리를 가는 만리동이 개처럼 신기한 동물들을 그려내고 있는 상상력이 재미있다.
또한 원천강 오늘이 이야기 역시 '여의주를 문 이무기'라든지, 말하는 연꽃나무, 그리고 하늘나라의 창고에는 사계절이 모두 함께 있다는 신기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오늘이 이야기는 우리 옛날이야기에서 많이 보는 유형, 즉 길을 가다가 만난 사람들의 고민을 듣고, 나중에 그 사람들의 소망을 이루어주면서 그 답례로 많은 보물을 얻는다는 이야기 갈래를 끌어안으면서 '오늘이'가 선한 마음으로 자신뿐만 아니라 남까지 배려하는 모습들을 차근차근하게 보여주고 있다.
두 이야기 모두 다 아버지가 없다든지, 부모님이 모두 계시지 않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착한 마음과 꿋꿋한 의지로 행복을 얻어내는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이다. 그들의 신기한 모험담에 입을 딱 벌리면서 보다가도 세상은 서로 돕고 사는게 살만한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만한 우리 옛 이야기이다. 전통적인 문양과 동양화같은 그림체가 돋보이는 삽화도 이야기의 재미와 함께 즐길만하다.
엄혜숙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독문학과, 연세대학원 국문학을 공부했다. 오랫동한 출판사에서 어린이 책을 기획, 편집했으며, 어린이 책 기획, 글쓰기, 번역하는 일 등을 하고 있다. 엮은책으로 <황새와 알락백로>, <말이 너무 많아!> 등이 있고, 쓴책으로는 <혼자 집을 보았어요>, <누가 똑똑 창문을 두드리지?>가 있다.
이성숙 (그림)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했다. '97 한국출판 미술대전 신인부문 특선에 올랐고, 한국출판미술가협회 회원이며 일러스트레이션 그룹 모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린 작품으로는 <친구가 되고 싶은 용용이>, <하나 공주님의 생일잔치>, <그루터기에도 새싹이 피었어요>, <숲속의 작은 생쥐> 등이 있다.
[1] 한락궁이
1. 한날 한시에 태어난 두 아기
2. 원강도령의 꿈
3. 서천꽃밭 가는 길
4. 종이 된 원강암이
5. 자현장자의 욕심
.....
[2] 원천강 오늘이
1. 학이 키운 아이
2. 원천강 가는길
3. 글 읽는 장상도령
4. 연꽃 나무의 꽃 한송이
5. 여의주를 세 개 문 이무기
.....
한날 한시에 태어난 두 아기
멀고 먼 옛날, 해동국 어느 마을에 두 친구가 서로 이웃하여 살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어려서부터 함께 자랐지요. 두 사람 모두 부지런하여 열심히 일을 했지만, 이상하게도 한 사람은 점점 부자가 되는데, 다른 한 사람은 밥 한번 배불이 먹기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둘은 우정을 지키며 의좋게 지냈답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에게는 걱정거리가 있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늦도록 자식이 없는 것이었지요. 두 사람은 궁리 끝에 깊은 산 속의 절을 찾아가 부처님께 자식을 달라고 빌기로 했지요.
부잣집에서는 황금으로 불상을 만들어 성대하게 공양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가난한 집에서는 공양드릴 것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사 때 쓰려고 정성껏 모아두었던 쌀을 공양하기로 했지요.
그래서 쌀의 뉘를 고르고 깨끗이 씻어 부처님 앞에 바쳤습니다.
공양을 드렸기 때문인지 둘은 곧 자식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날 한시에 두 집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터져나왔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