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0권을 기획한 `한겨레 옛이야기' 시리즈는 내용과 형식 면에서 옛이야기의 새로운 전형을 창조하자는 기본 목표 아래, 민족 고유 색채에 한국적 캐릭터를 접목시킨 아동 문학서.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 우리 조상들은 사람이 죽으면 저승세계로 간다고 믿었다. 그런데 저승세계는 이 세상과 아주 먼 곳이기 때문에 죽은 사람을 데리고 가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을 '저승사자'라 불렀다. 한겨레 옛이야기 다섯번째 책은 그 저승사자가 누군지, 어떻게 저승사자가 되었는지에 대한 신비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울러 제주도의 '궤네깃또'라는 용사의 이야기를 실었다. 궤네깃또는 천하장사인 소천국과 농사의 신인 백주또의 여섯번째 아들인데, 아버지의 수염을 버릇없이 잡아뜯었다는 이유로 집에서 ？겨난다. 돌궤짝에 버려진 궤네깃또는 타고난 재능으로 용왕의 사위가 되지만 너무 많이 먹는다는 이유로 다시 ？겨난다(보통사람의 9배!). 그러나 그는 결국 남쪽나라에 가서 힘과 지혜로 오랑캐를 물리치고 제주로 다시 돌아가 '김녕리'라는 마을의 신이 된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우리 조상들의 '신'에 대한 개념을 더할 나위없이 잘 보여준다. 죽은 사람을 잡아가는 저승사자나 마을을 지켜주고 보호해주는 신이 사실은 인간이었다는 생각, 그들이 그런 지위에 오르기까지 타고난 재능도 있지만, 보통사람과 똑같이 실수하고 고난을 겪어 그것을 이겨내었을 때 신이 되었다는 생각은 삶에 대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 꾀부리는 염라대왕이나 인간적인 강림도령의 면모는 '죽음'에 대해 옛사람들이 그리 어둡게 생각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또 사람들이 싫어하는 모기들의 유래가 악인의 뼈가루였다는 내용이나, '강림도령' 속에 들어있는 저승사자를 꾀로 물리쳐 삼척갑자나 산 동박삭이야기 등도 흥미롭다.
송언
1956년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초등학교에서 10여 년간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물러나 수년간 동화와 소설을 썼다. 복직하여 경일초등학교에 재직하고 있다. 198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지은 책으로 <고구려>, <내일은 맑을거야>, <바리왕자>, <인간은 별에 갈 수 없다>, <아빠, 꽃밭 만들러 가요> 등이 있다.
이웅기
추계예술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한국출판미술가협회 회원이며, 일러스트레이션 그룹 모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린 작품으로는 <옹고집전>, <방아찧는 호랑이>, <작은 아씨들>, <나도 나도 할 수 있어> 등이 있다.
[1] 강림도령
1. 목숨을 구하는 방법
2. 함정에 빠진 삼 형제
3. 한날 한시에 죽은 삼 형제
4. 저승으로 떠나는 강림도령
5. 저승길과 조상 할머니
.....
옛날 옛적 해동국 남쪽 동경국에 버무왕이라는 왕이 있었습니다.
버무왕은 무엇 하나 부족한 게 없었습니다. 먹을 것, 입을 것이 풍족한 것은 물론이고, 궁궐도 다른 어느 나라의 궁궐보다도 으리으리했습니다. 게다가 자식복도 많았습니다. 자그마치 아들을 아홉 형제나 두었거든요.
그런데 위로 삼 형제와 아래로 삼 형제가 어느 날 병에 걸렸습니다. 여섯 형제는 시름시름 앓다가 모두 죽었습니다. 버무왕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가운데 세 아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나머지 아이들은 탈없이 자라 주어야 할 텐데......"
버무왕은 세 아들을 바라보며 슬픔을 달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버무왕의 세 아들은 팽나무 그늘 아래서 재미있게 놀고 있었습니다. 그 때 길을 가던 스님이 놀고 있는 세 아이를 유심히 보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