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의 몰락부터 근대 유럽국가들이 등장했던 1,000년간의 역사,정치,문화를 풍부한 그림과 함께 살핀 책이다. 중세 정치 발전에 초석이 된 사건과 인물, 봉건사회의 삼위계적 사회질서,사회경제적 성장,종교와 정신생활 등을 설명했다.
독일 보훔의 루르 대학의 정교수. 깊은 사고와 독자적 작업을 통해서 역사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역사적 이해력 향상과 세계를 변화시키고 오늘날까지도 영향을 미쳤던 연결 고리들에 대해서 통찰하는 방법을 가르치고자 했다.
- 한정된 역사로의 입문
1. 중세의 뿌리 2. 새로운 사회 3. "농업 혁명" 4. 종교적, 정신적, 세속적 모험 5. 권력과 공간 6. 위기와 혁명 7. 일상 생활, 신앙 그리고 미신
- 독일의 에필로그 - 지도...(535)- 중세 연표 - 참고 문헌 - 역자 후기 - 인명 색인
권력과 공간
십자군 원정에 대한 열정은 처음부터 귀족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청빈 운동 속에도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1187년 예루살렘이 다시금 함락된 이후에 확신감에 찼던 청빈 운동 참여자들에 의해서 그리스도교에 새로운 길을 열려는 시도가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무리들은 성지에 다다르지도 못했다. 1212년의 소년 십자군은 실제로는 아이들이 아니라 대부분 농민 출신의 젊은이들로 구성되었다. 프랑스어의 목동들이라는 뜻의 이름을 붙인 이들의 행렬은 1251년 전 유럽에 흩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여기에서 기적에 대한 믿음과 종말론적 희망으로 충만한 십자군 원정에 대한 색다른 해석이 대두되었다. 예루살렘은 신과 현세를 화해시켰던 그리스도의 수난의 장소였고, 현세에 대한 최후의 심판이 시작되리라고 예언된 신비의 장소였다. 또한 낙원과 같은 최후희 천년왕국이기도 했다. 어쨌든 예루살렘은 종교 예술에서 늘 상징적으로 기억되었던 것처럼 현실의 도시이자 천상의 도시로 기억되었으며, 역사의 종말이 시작되는 낙원이자 천상으로의 교량이었다. 중세 세계는 오래 전부터 종교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11, 12세기 사목 활동의 활성화를 통해서 그러했고, 그로 인해서 교황의 십자군 원정 주창에 대한 반향 역시 놀랄정도로 강력히 전파되었다. 이후 교회의 조처들로 인해서 이러한 반향은 조심스럽게 심화되었다. 모든 유형의 신앙심과 타인에게 다시 주기 위해서 신이 우리에게 선사했는 고유의 관념, 초월적인 존재와의 직접적, 가시적 연결을 구하고 찾으려고 하는 기적에 대한 믿음, 현세적 체념에 대한 천상에서의 보상을 기원하는 현세적인 것에 대한 과소 평가에 이르기까지 중세의 신앙은 세세한 것까지도 사회 현상과 연관되어 있엇고 현실 지향적이었다.
<< 중세 '암흑' 이었나 >> [조선일보 / 한정숙(서울대서양사학과교수)]
서양 중세의 전 시기가 ‘암흑의 시대’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을 것이다. 그 시대는 나름대로 형성과 번영, 위기와 쇠퇴의 단계를 거치면서 근대 사회의 기틀이 마련되는 데 기여하였다.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정신사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고전 고대사회의 유산과 게르만 문명, 그리고 기독교 문명의 요소들이 융합되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유럽이 형성되어 나오는 바탕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기였다.
중세 유럽에는 어두컴컴한 골방에 칩거하면서 오로지 신의 영광을 위해 성인전이나 연대기를 작성하는 수도사도 있었지만, 그런 엄숙 고상한 것보다는 먹고 마시는 것을 더 좋아하여 빈둥거리며 지내다가 마상무술 시합이 열린다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문맹의 세속 귀족도 있었다. 시장 바닥에 둘러서서 영주 계급과 성직자들을 조롱하는 질펀한 풍자시를 들으며 배를 잡고 웃는 자치 도시의 주민이 있었던가 하면 굽은 허리를 두드려 가며 힘겹게 일해야 하는 중에도 농업생산성의 향상을 이루어 낸 농민들도 있었다. 한 마디로 서양 중세사회는 단조로운 회색의 시공간이 아니라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존재 이유를 내세우면서 살다 간 다채로운 경험의 터전이었던 것이다.
독일의 역사학자 페르디난트 자입트의 저서 ‘중세의 빛과 그림자’는 서양 중세인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만화경과도 같이 펼쳐 보여주고 있다. 1000년에 걸쳐 인간사회가 경험한 온갖 영광과 불행을 한편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있게 그려내겠다는 집필 의도가 제목에서부터 드러난다.
저자는 보훔대학에서 오랫동안 서양중세사를 가르쳐 온 정교수이고, 그런 만큼 서술의 밑바탕에는 수십 년에 걸친 엄밀한 학문적 연구의 성과가 깔려 있다. 하지만 문장의 결은 그러한 전문 역사학자의 글에 대해 보통 가지게 되는 선입견과는 달리, 결코 딱딱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럽고 생생하다. 구성은 연대적인 순서를 따르지 않고 주제별 서술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주제 자체가 중세 초기, 전성기, 후기 등 시대적 변화의 추이를 잘 파악할 수 있게끔 설정되어 있다.
그러나 독자들에게 무엇보다도 큰 즐거움을 주는 것은 풍성한 시각자료이다. 책의 갈피갈피마다 수록되어 있는 사진과 그림들을 볼 때, 그 동안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서양 중세사 관련 서적들이 출판되어 왔음에도 또 다시 같은 시기를 다룬 개관서가 나오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게 된다. 이 수많은 관련 시각자료와 텍스트의 어울림은 인문학을 여전히 가치있고도 흥미로운 분야로 만들 수 있는 한 가지 길을 보여준다. 한 마디로 본서는 시각 문화에 익숙해진 이 시대 독자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재빨리 간파한 저자의 결실인 것이다.
이 책에서는 ‘중세의 뿌리’ ‘농업혁명’ ‘종교적, 세속적 모험’ ‘권력과 공간’ ‘일상생활, 신앙, 그리고 미신’ 등의 큰 주제들 아래 ‘황제란 누구인가?’ ‘일용 양식’ ‘카드 게임 속의 왕들’ ‘달려라 달려, 기사여...’ 등의 소제목이 달린 비교적 짤막짤막한 논고들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경우 이러한 글들은 제목의 경쾌함 만큼이나 아기자기한 역사수필처럼 읽히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을 단순한 흥미 위주의 역사책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당시 사회의 빛과 어두움을 공평히 드러내 보겠다는 저자의 의도에 걸맞게 이 책에는 유대인 학살, 마녀사냥, 종교적 이단자들에 대한 잔인한 고문 등과 같은 추악한 사실도 숨김없이 기술되어 있다. 그리고 종래의 역사책들과 비교해 볼 때, 여성사 연구의 성과를 받아들여 적은 지면을 통해서나마 중세 유럽 여성들의 지위, 일상생활의 실상을 전달하려 애쓴 점도 돋보인다. 그러나 힐데가르트 폰 빙엔이나 크리스틴 드 피장과 같이 학문, 예술에 매진하며 극심한 남녀차별에 맞섰던 탁월한 여성들의 활동상은 소개되어 있지 않아서, “남성연구자라서 그럴 수밖에 없는가”라는 아쉬움을 자아낸다.
한 마디 덧붙이자면, 번역본의 제목이 ‘중세의 빛과 그림자’라고 되어 있는데, 엄밀하게는 ‘서양 중세의...’라고 해야 할 것이다. 동양에는 중세가 없었기 때문에 중세는 자동적으로 서양 중세를 의미한다는 역사 해석에 바탕을 둔 의도적인 표제 붙이기가 아니라면 말이다.
<< 천년의 비밀' 중세로 떠나는 역사여행 >> [문화일보 / 최영창기자]
아직도 서양의 중세하면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배운 ‘암흑의 시대’ 또는 ‘정체된 시대’라는 인상이 강한 독자들에게 이 책은 인식을 전환시켜주는 훌륭한 교양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우리는 유럽하면 서양의 고대와 근대를 대표하는 건축물인 그리스 아테네의 파르테논신전과 프랑스 파리의 베르사유 광장 등을 떠올릴 뿐 중세의 상징인 대성당이나 귀족들의 성 등 중세 천년의 역사를 보여주는 건축물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했었다.
이 책은 ‘그림과 함께 떠나는 중세여행’이란 부제가 설명해주듯 구하기 어려운 중세의 필사본·회화·조각·건축물들에 대한 사진들이 풍부하게 수록돼 있다.그만큼 독자들에게 중세 유물들을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이해를 돕는다.
저자인 페르디난트 자입트 교수는 현재 보훔의 루르대 정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독일의 대표적인 중세사학자다.지난 87년 저술한 이 책도 중세사 입문서로는 독일어권에서 손꼽히고 있다.
자입트 교수의 수십년간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했을 뿐만 아니라 비교적 최신 연구 성과까지 망라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국내에 번역된 서양 중세를 다룬 다른 역사서들보다 경쟁력을 가진다.
중세 정치 세력들의 분포를 알기 쉽게 표현한 지도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중세연표도 이 책이 독자에게 제공하는 미덕이다.
거의 매쪽 실린 사진 자료와 함께 전개되는 흥미진진한 서술은 중세가 결코 정체된 시대가 아니라 끊임없는 변화와 변혁의 시대였음을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이 책은 황제권이 중세 정치에서 차지한 각별한 의미를 살핀 ‘중세의 뿌리’ 등 모두 7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 책의 서술에서 돋보이는 것은 중세 봉건사회의 삼위계 사회질서를 다룬 두번째 장이다.중세는 귀족과 성직자, 농민과 시민과 같은 제3계층의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았던 시기이다.
물론 자입트 교수는 이들 삼위계 사회질서를 구성하는 신분들뿐만 아니라 숲에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던 주변인들에 대한 얘기까지 상세히 다루고 있다.깊은 숲과 그 속에 사는 이들 주변인들에 대한 두려움이 중세문화의 한 특징을 이룬 귀신과 요정의 전설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중세사회에서 제도권 교회의 울타리를 벗어난 종교집단들은 이단으로 규정돼 고문과 화형에 처해졌다.자입트 교수는 이러한 다원화된 중세사회를 총제적 관점에서 서술하면서 중세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보여준다.
이 책은 기존의 사회사 연구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인 민중사 위주의 서술에 빠지지 않고 당시 중세사회를 이끌고간 지배계층의 역사도 균형있게 배려했다.중세의 정치·사회·경제·문화뿐만 아니라 중세말의 위기와 반란, 혁명 등을 극복해 새 질서를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다뤘다.
논자에 따라서는 부족하다고 지적할지 모르지만 마지막 장을 중세사 연구의 사각지대인 여성과 걸인, 마녀들에 대한 이야기로 할애하고 있다. 중세사의 개설서이면서도 수박겉핥기식의 교과서 수준을 탈피한 서술이 돋보인다.
<< 중세는 암흑시대가 아니었구나 >> [한겨레신문 / 이승우(한길사기획차장)]
1000년 전 서양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독일의 저명한 중세사가 페르디난트 자입트가 쓴『중세의 빛과 그림자』는 우리를 교황과 황제, 영주와 농노가 때로는 화합하고 때로는 적대시하며 살아간 역사의 현장으로 안내해준다. '암흑의 시대'로 인식되어온 서양중세사에 대해 이 책은 그 시대가 결코 정체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변화를 모색하며 새로운 실험들을 과감하게 수행해나갔던 시대로 서술하고 있다.
아날학파 역사가들이 쓴 대부분의 서양중세사 책들이 방대한 분량과 한정된 주제를 다루고 있어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데 비해서, 이 책은 주제와 연대기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내면서 서양중세사가 결코 마녀사냥과 종교재판만이 판을 치던 역사가 아님을 보여준다. 정치와 경제, 예술과 문화 등 전방위적 자료 제시는 저자의 박식함에 놀라게 하고 수백 컷의 사진자료는 마치 서양중세사가 우리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은 두려움, 미신, 끊임없는 삶의 역경으로 특징되는 어둠에 싸인 시대를 향해서 흥미로운 독서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정체되었던 시대로 인식되는 중세의 역사는 실제로는 끊임없는 변화와 변혁의 시대이다. 일반적으로 역사에서 가장 빈번하게 잘못 인식되고 있는 이 시대에 대한 흥미진진한 서술을 통해서, 페르디난트 자입트는 유럽의 이 시대에 생동력 있는 모습을 새로 부여했다.
"여기에 서술된 것은 애석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역사를 축소시켜놓은 '중세에 대한 꿈'이 아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이 미래의 역사에 대해서 경고할 양으로 투영시켰던 '새로운 중세'도 아니다. 이것은 과거의 찬란했던 그러나 비참했던 중세이며, 그 모자이크 그림은 최근의 국제적인 연구 성과들에 의해서 어렵게 완성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자입트가 다시 한번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대작을 완성했다. 이 책에서 그는 역사의 무궁무진함을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