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자지천하지대본(農者之天下地大本), 농사를 짓는 이가 천하의 근본이란 말이다. 지금은 거의 잊혀진 말이 되었으나, 농사 짓는 이 없이 어찌 우리가 먹고살 수 있겠는가. 농사가 천한 일, 돈 못 버는 일이 된 오늘날에도 '밥은 하늘이다' 되뇌며 흙을 애무하는 참 농사꾼들이 있으니, 이들이 정녕 하늘의 뜻에 따라 사는 사람들임을 깨닫는다. 옛날부터 농부가 콩을 심을 때는 세 개씩 심는다고 한다. 하나는 하늘을 나는 새의 몫이고, 다른 하나는 땅 속의 벌레들 몫이며, 나머지 하나를 사람이 먹을거리로 하기 위해서이다. 이처럼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자신을 자연의 일부로 생각했고, 자연과 나누며 살아가려 했다. 이 책은 이 근본 이치를 깨달은, 땅을 갈고 세상을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엮은이 : 전국귀농운동본부
권복기 － 《한겨레신문》 기자. 귀농의 꿈을 그리며 전국귀농운동본부에서 기획위원 일을 맡고 있다.
김윤정 － 창원 대금유자농장 대표. 4만 평의 농장에서 유기농업으로 유자농사를 짓고 있다. 귀농학교 5기.
성여경 － 전국귀농운동본부 사무처장. 귀농학교 7기 출신으로 귀농을 준비하다, 귀농본부의 일을 새로운 귀농으로 여기며 본부 실무일을 이끌고 있다.
안철환 － 전국귀농운동본부 출판기획실장. 도서출판 들녘 기획위원. 경기도 안산에서 4백 평의 밭농사를 지으며 반농반도(半農半都)의 생활을 즐기고 있다.
안혜령 － 《귀농통문》 편집위원. 귀농 터전으로 마련한 충북 괴산에 흙집을 지어 귀농의 꿈을 가꾸어가고 있다.
홍문국 － 《귀농통문》 편집장. 그 동안 편집위원으로 일을 하다 편집장으로 책임 역할을 맡게 되었다. 경기도 안산에서 텃밭 농사를 지으며 언젠가 결행할 귀농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1] 제1부 생명
1. 한국의 유기농 운동과 공동체 운동의 개척자
2. 세상에서 가장 귀한 일은 농사 짓는 것이다
3. 생명운동과 농민운동을 하나로 실천한 선구자
4. 우렁이와 함께 한 유기농 인생
5. 생명운동으로 일구는 마을공동체
[2] 제2부 흙
1. 하늘의 기운으로 농사 짓는 생명의 농사꾼
2. 참된 농사꾼을 기다리며
3. 흙 위에서만 행복이 있다
4. 농자지천하지대본을 위하여
5. 신바람 나게 짓는 생명의 농사
[3] 제3부 공동체
1. 오리가 가져다준 마을 운동
2. 낮은 자세로 일구는 농사 공동체
3. 더불어 사는 평민이 미래를 연다
4. 가지지 않아서 자유로운 공동체
5. 도시와 농촌을 함께 살리는 일만이 살길이다
6. 미생물도 신토불이
[4] 제4장 귀농
1. 화엄적 세계관으로 이룰 생명공동체
2. 새하늘 새땅을 찾아 닻을 내리다
3. 귀농은 삶의 뿌리 찾기
흙 위에서만 행복이 있다
농사는 재미가 있어야 가능한 일
김준권 선생은 어릴 때 중학교만 마치고 일찍이 농부의 길을 선택한 사람이다. 경제적인 형편도 어려웠지만 공부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왠지 농사만이 좋았고 그 속에 막연하지만 희망이 있는 것 같았다.
"지금은 스물 몇 살까지 대학 공부하랴, 군대 갔다 오랴 해서 잘해야 이십대 중반이 넘어야 비로소 사람 구실 할 수 있게 되었죠. 그러나 우리 어릴 때는 조금만 힘 있으면 다 일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단지 가난해서만이 아니었지요. 공부가 제 적성에 맞지 않는 것도 있었지만, 당시에는 공부하는 목적이 이 다음에 잘살려고 하는 것이었는데 저는 공부를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할 일도 많은데 속 편하게 공부하는 것도 미안스럽고, 또 농사 속에 무언가 내가 할 일이 있는 것 같았어요. 특히 그 중에도 동물들을 좋아했습니다. 야생 동물을 더 좋아했지요. 그래서 그때는 꿈이 카우보이가 되는 것이었어요."
김준권 선생에게는 특별한 취미가 없다. 크리스천이라 술, 담배는 기본적으로 하지 않지만 농사 짓는 것 자체가 취미이기도 하여 선생에게는 취미하는 말이 그저 낯설기만 하다. 그래서 귀농 희망자들을 위한 귀농학교 강의 때마다 농사는 재미를 느껴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농사를 노동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만큼 힘든 일도 없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귀농을 무슨 특별한 사명감이나 목적을 가지고 하면 곧 한계에 부닥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 자체에서 재미를 느껴야 한다는 것이죠.
저는 동물을 꽤 좋아하여 이놈들을 하루라도 보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물론 매일 먹이를 주어야 하는 일도 있지요. 그래서 저는 귀농학교에 강의를 나가면 빨리 끝내고 당장 농장으로 올라갈 생각부터 합니다. 작물들이야 며칠 돌보지 않아도 스스로 자라지만, 그놈들도 마찬가지로 하루라도 보지 못하면 궁금하기만 합니다. 그만큼 재미있는 일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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