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해양세계를 다루고 있는 이 뛰어난 연구서는 영-미 해양인과 해적세계의 사회적, 문화적 정황을 세밀하게 재구성한다. 저자 레디커는 선원들과 함께 그들의 범선에 올라 힘차게 맥박치는 무역항로를 따라서 나아간다. 항구에 들러서는, 부둣가의 북적대는 창녀촌과 대폿집을 순회하고 싸움판과 감옥에까지 따라들어가며 이들 해양인의 삶을 가혹한 노동과 혹독한 기율, 교수형과 채찍형에 이르기까지 생생하고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반더빌트 대학과 버지니아 커머웰스 대학에서 수학했으며 1982년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2년부터 1994년까지 조지타운 대학에서 역사학을 가르쳤으며 1994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피츠버그 대학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88년『Between the Devil and the Deep Blue Sea』로써 아메리칸 스터디즈 어소시에이션에서 수여하는 존호프 프랭클린 상, 미국 역사학자 연합회에서 수여하는 멀 커티 사회사 상, 북미 해양사 학회에서 수여하는 존 라이먼 미국 해양사 도서상 등을 수상했다.
- 서론
1. 세계인으로서의 선원 - 1740년경 북대서양 현황 2. 집단노동자로서의 선원 - 바다에서의 노동과정 3. 임금노동자로서의 선원 - 현찰을 찾아서 4. 단도직입적인 인간으로서의 선원 : 선원세계의 언어와 문화 5. "저항의 화신"으로서의 선원 : 권위. 폭력. 노동기율 6. 해적으로서의 선원 - 바다에서의 약탈과 사회적 강도행위 7. 세계를 만드는 노동자로서의 선원
세계인으로서의 선원
선원이 된 동기의 어두운 측면과 아울러 밝은 측면도 있었는데 이러한 예는 17세기 후반에 선원생활을 했던 에드워드 발로의 삶에 잘 나타나고 있다. 잉글랜드의 프레스트위치에서 가난에 찌든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난 발로와 그의 형제들은 더 나은 직업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 "직인들은 급료를 한 푼도 주지 않거나 혹은 8-9년 동안 그들을 위해서 일한다는 조건이 아니면 받아주려고 하지 않았다." 8-9년은 터무니없이 긴 기간이었다. 발로는 농사꾼이 될 수도 있었지만 농사일은 우습게 생각했다. "나는 밭 갈고 씨 뿌리고 풀 베고 거두어들이는 일 따위의 시골 일은 별로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겨우내 울타리를 치고, 도랑을 치거나 탈곡을 하고, 짐승들 거름을 치는 일 따위의 허드렛일도 내키지 않았다." 젊은 발로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그는 언제나 "이웃 사람들이나 다른 이들이 여행을 했던 이야기나 여러 나라의 신기한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듣는 것"을 몹시 좋아했다. 17세의 나이로 그는 바다에 운명을 걸고 시골 생활을 등지고 고향을 떠났다. "어떤 이들 <그의 이웃 사람들>은 마치 아이가 어머니 젖꼭지를 떨어지려고 하지 않듯이 마을의 굴뚝 연기 <가 보이는 곳으>로부터 하룻길 밖으로조차 나가보려고 하지 않는다. 최고 귀족이 먹는 진수성찬을 먹고 마실 수 있다고 해도 말이다. 그들은 차라리 고향에 머물며 굳은 빵 조각과 유장이나 먹으려고 한다." 에드워드 발로는 선원이 되었다. 귀족처럼 살지도 못했고 선원이라는 직업에 몸담기로 한 결정을 수없이 쓰라리게 후회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 바다는 민주주의의 ‘유모’였다 >> [조선일보 / 주경철(서울대서양사학과교수)]
『악마와 검푸른 바다 사이에서』는 우리에게는 약간 낯선 분야인 해양사 관련 연구서이다. 이 책의 무대는 담배, 설탕, 노예, 직물이 전세계적 무역 체제의 대동맥을 타고 순환하는 가운데 자본주의적인 세계 체제가 형성되어 가던 18세기의 바다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저자는 그 과업을 맨몸으로 수행했던 선원들을 주목하고 있다.
이들을 두고 모험을 찾아 세계를 흥겹게 떠도는 낭만적인 마도로스로 그려서는 안 된다. 그들은 늘 극단의 고통과 위험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노동자들이다. 이들을 둘러싸고 한편에는 곧바로 죽음을 의미하는 검푸른 바다가 놓여 있고 다른 한편에는 악마와 같은 선장이 대변하는 자본과 권력이 있다.
그러나 저자가 그려내는 선원들은 단지 고통 속에 연명하는 불쌍한 인간이라기보다는 그런 환경 속에서도 다양한 방식의 저항을 하고 다양한 조직형태를 이루어냈던 단단한 인간들이다. 결국 이 책은 선장이나 상인이 들려주는 일방적인 자본주의의 승리의 기록이 아니라 오히려 거기에 저항하는 투사로서의 선원들을 그려낸, 아래로부터의 역사이다. 이 책의 각 장에서 그려진 그들의 모습은 세계를 돌아다니는 인간으로서의 선원, 집단 노동자로서의 선원, 그들만의 언어와 문화를 가진 선원이었다가 ‘저항의 화신’으로서의 선원으로 그려지고, 급기야 그 저항의 극단적 형태인 해적으로서의 선원에서 정점을 이룬다.
결론적으로 정리하면 바다는 ‘민주주의의 유모’ 역할을 했다. 18세기 중엽까지 바다에서 이루어졌던 이 경험은 다음 시기에 땅위에서 공장제가 확산되었을 때 공장노동자 계급에게로 그대로 이어졌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큰 장점은 이런 내용을 대단히 생동감있게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 18세기 범선 선원들‘위태로운 삶 >> [문화일보 / 최영창기자]
대양을 안전하게 항해할 정도로 조선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18세기초 선원들이 집채 같은 파도를 보며 느낀 공포는 어떠했을까. 범선 선원들의 세계를 소설이나 여행기의 형태가 아니라 역사·사회학적인 관점에서 기술한 이 책은 ‘보물섬’이나 ‘모비딕’ 같은 소설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이들에 대한 낭만주의적인 시각을 교정시켜 준다. 제목이 상징하듯 이 책은 극한적이고 지독한 현실의 벼랑 끝에 내몰려 있던 위태롭고 불안한 평선원들의 삶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피츠버그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오늘날 유럽을 만든 한 원동력이 된 범선 선원들의 고단했던 생활을 정치경제학적이며 문화사적인 분석틀을 사용해 분석했다. 평선원들의 삶의 모습을 기술하기 위해 해사법원의 기록을 비롯해 각종 자료를 뒤진 저자는 이들을 범선이란 작업장에서 절대적인 권력과 폭력을 행사한 ‘악마’ 같은 선장과 검푸른 바다 사이에서 나름대로 자신들의 삶과 이상을 구현하려 노력해온 모습으로 되살리고 있다.
이를 통해 저자는 평선원들이 서구에서 발흥한 자본주의 체제가 전지구적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을 뿐 아니라 저항적 노동운동의 선구자들로서 비범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