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내가 자란다. 그곳에 가면 참된 나와 만난다. 먹고 놀고 희한한 풍차를 찾는 여행은 더 이상 당신이 원하는게 아니다. 자연과 생명 속에서 건강하고 나로 다시 태어나는 여행이 바로 당신이 추구하는 것.
이 책은 최고의 여행전문기자 최성민이 아름다운 문장, 살아있는 글로 완성한 속 깊고 감각 있는 여행기를 담았다.
최성민
최성민은 '한겨레신문' 여행란에 10년 넘게 집필해 오며 자연주의 여행으로 한국 여행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다른 여행서나 여행글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수려한 풍치나 별미 등을 집중 부각히키며 의미 없고 무분별한 여행을 선동하는 데 반해 최성민의 글은 이 땡의 자연현실과 여행문화에 대해 비판과 창조적 대안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1] 봄
1. 산수유 고운자태 <산동애가> 설운 눈물
2. 긴긴 겨울 애 삭이다 꽃봉오리 맺었네
3. 4월에 하얀 눈이 내린다
4. 이 땅 남녘에서 가장 우렁찬 강, 동강과 '동강12경', 그리고....
5. 눈 녹은 물이 흘러내릴 무렵, 욱지 속의 완벽한 섬
.....
[2] 여름
1. 보리내음 타고 다가오는 말간 얼굴
2. 가거라, 물어뜯긴 시간아 이 숲에선 나도 숲이다
3. 청량한 대숲바람, 뱁새떼 정겨운 지저귐
4. 옥계수 흐르는 자연의 품속으로
5. 산과 물이 뿜어내는 생명 기운
.....
[3] 가을
1. 신선의 꽃밭 구름 위 산책
2. 별똥이랑 아그배가 숨바꼭질하잔다
3. 여덟개 꽃잎마다 새 우주가 열린다
4. 휘파람새 장단 맞춰 강바람 안아보세요
5. 가을이 고즈넉이 드리운 섬진강 끝머리 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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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겨울
1. 해뜨는 포구에 선 그대 그리고 나
2. 갈매기가 먹구름처럼 바다를 덮는다
3. 파도야 기다려라, 내가 달려갈테니
4. 온 땅, 온 하늘 덮쳐오는 저 발랄한 회오리
5. 구름처럼 몰려드는 되새떼와 매들의 공중곡예
.....
양양 미천골
산과 산이 만나는 골짜기를 계곡이라고 한다. 백두대간이 등줄기를 이루는 우리 나라엔 산자락마다 그림 같은 계곡이 숨어 있다. 지리산의 피아골과 화개천, 속리산 만수계곡, 오대산 월정사 계곡, 미천골, 소금강, 설악산 한계령 계곡, 인제 방태산의 내린천, 태백산 검소령 계곡.....
더위가 시작되면 사람들의 마음은 어느덧 피서여행을 그린다. 물에서의 피서여행지가 해수욕장 및 산과 강으로 이뤄진다면, 계곡은 산, 바다, 강이 베푸는 미덕을 조금씩 합쳐서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녹음 아래서 쉬면서 물놀이를 할 수 있고, 곳에 따라서는 물고기잡이를 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꼭 피서여행이 아니더라도 산골짜기는 '가볼만한 곳'으로서 무척 의미가 깊은 곳이다. 큰 산 깊은 계곡ㅇ에 흐르는 옥계수는 산들이 오랜 시간 층층 속살로 걸러낸 생명수다. 계곡 언저리에 있는 많고 많은 샘들이 자내는 물이 모이고 섞여 바윗돌에 몸을 비벼대면서 산 공기와 녹음의 풋내음을 한껏 받아 들인 것이 산골 개천을 흘러내리는 물이다. 따라서 이런 물은 여느 시판 음료수보다 질 좋은 샘물이라고 할 수 있다.
계곡엔 이런 살가운 물살을 따라 산의 온갖 생명 기운이 모여든다.
<< 못말리는 여행狂의‘자연주의’웅변 >> [문화일보 / 전영선기자]
역설적으로 말하면 『최성민의 자연주의 기행』은 휴가용 책이 아니다. 도리어 휴가가지 못하는 ‘도시 붙박이’들이 읽을 만한 책이다. 마음으로라도 도시탈출을 꿈꾸게 만드는 ‘유혹의 책’이다. ‘아~ 정말 좋군’을 저절로 외치게 하는 시원한 사진 자료들은 탈출을 더욱 부추긴다. 행여 바쁜 세상살이 때문에 탈출이 좌절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다이어트할 때 요리책의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보며 침을 삼켜보듯 이 책은 묶여 사는 사람들에게도 위안을 준다. 그림의 떡이라고 해도 다쓸 때가 있는 법.
보기도 좋은데 ‘의미’까지 은근히 찔러 넣어준다. 국내 구석구석 잃어버린 자연을 찾아 떠날 수 있는 곳들을 소개하고 있는 책은 여행은 절경과 별미를 찾는 데 있다고 큰소리치는 ‘여행전문가’들을 머쓱하게 한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에 절경은 별로 없다는 거다. ‘코딱지만한 땅, 노년기 지형’에 ‘수려한 절경’이라는 수식을 붙이는 것은 민망한 일이란다. 거기다 음식은 어떤가. 서양요리와 화학 조미료가 판치는 곳에 별미도 크게 새로울 것이 없다.
휴가철만 되면 사람이 새까맣게 모여드는 ‘명소’도 마찬가지. 저자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라는 다분히 국수주의적인 표어에 현혹되지 말고 가장 훌륭하고 절실한 문화재인 자연을 돌아볼 것을 제안한다. 절경, 별미, 문화재에 골몰하는 ‘가식적인’ 여행보다는 사라져 가는 소박한 자연과 그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던 삶의 방식에 심취해 보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저자가 ‘자연주의 여행’이라고 이름 붙인 여행 전략이다.
그렇다면 이번 여름 어떻게 자연에 취해보면 좋을까. 계절별로 좋은 곳을 소개한 1권 『살맛나는 세상 다녀오기』에서 저자는 초여름부터 말간 얼굴을 한 앵두가 찾아드는 충남 서산 초록마을 우물가나, 자연휴양림의 탈을 쓴 다수의 ‘자연파괴 휴양림’과는 달리 원초적 생명력을 느낄 수있는 전남 장성 축령산 숲에 찾아가볼 것을 추천한다. 운치 있는 ‘대밭골 피서’도 괜찮단다. 시원하게 뻗어 올라간 대나무는 보는 것만으로 청량감을 주며 상큼한 대나무 바람은 마음까지 닦아주기 때문. 전남 담양의 대나무골 야영장은 이런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3000개가 넘는 한국의 섬중 안가본 곳을 골라 찾아가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듯 하다. 『섬, 내가 섬이 되는 섬』이라는 부제가 붙은 제 2권에서는 이중 50여개의 섬을 골라 싣고 있다. 이름조차 생소한 서해 끝섬 격렬비열도는 무인도. 이 섬의 주인인 갈매기와 가마우지떼가 ‘질러대는 함성은 도시의 일상을 일거에 배격하는 자연의 생명력 그 자체’라고 저자는 장담한다.
책은 저자가 한겨레신문의 여행란에 10년간 연재한 칼럼들을 다듬어 모은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수십년간 서울에 살면서 “하루 한순간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고 말하는 저자는 그동안 13권의 여행서를 냈을만큼 안가본 데 없는‘못말리는 여행광’이다. 하다 못해 고향 마을 뒷산을 가더라도 자연의 의미를 새겨보자고 외치는 이 여행서는 천편일률적인 관광중심의 여행을 부추기는 일반 여행서와는 달리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여행서다.
<< 날것 그대로’ 를 찾아 길을 떠나라 >> [한겨레신문 / 이상수기자]
『최성민의 자연주의 여행』 시리즈 『살맛 나는 세상 다녀오기』와 『섬, 내가 섬이 되는 섬』이 나왔다. 모두 다섯 권으로 기획된 시리즈 가운데 두 권이 먼저 출간됐다. 김영사 펴냄, 각 1만1900원. <한겨레> 스포츠레저부의 여행 전문기자인 지은이는 7년여 동안 전국을 돌며 ‘자연주의 여행’을 주창해온, 우리 시대의 타고난 ‘역마살’ 가운데 하나다. 그는 단순히 어디의 ‘경치가 좋다’거나 ‘맛난 별미가 있다’는 식으로 무작정 여행을 선동하지는 않는다. “절경이니 별미니 문화재니 하는 가식”을 벗어던지고 “사람 때를 덜 탄 자연을 찾아가자”는 게 그의 ‘자연주의 여행’의 모토다. 자연과 인위적으로 차단당한 도회지의 삶을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앓고 있을, “다급하고 포악, 음흉해지고, 반생명, 이기적, 기회주의적 심성을 유발하는 ‘자연차단병’”을 치유하길 원한다면, “빼앗긴 자연을 여행을 통해서라도 되찾자”는 것이 길떠남을 부추기는 그의 변이다. 『살맛…』은 뭍 가운데 아직 인간의 손길이 덜 닿은 50군데를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로 나눠 묶었다. 『섬…』은 도회 사람들에게 덜 알려진 덕에 뭍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자기 빛깔을 가꿔온 고즈넉한 섬 50여곳을 동해안 서해안 남해안 등으로 나눠 실었다.
그의 여행 길잡이글은, “수려한 절경”이나 “희한한 곳”은 아닐지나 범용한 사람조차 자연의 약동하는 힘을 쉽게 느낄 수 있는 소박한 터전으로 이끈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넓고 아름다운 보리밭의 청청한 솜털이 물결치는 전북 고창 선동리의 학원농장, 13만평에 이르는 화려한 매화밭을 자랑하는 해남 보해의 매실농원, 뭍이면서 강물이 감싸안아 섬처럼 아늑한 경북 예천 의성포의 물돌이동, 인공이 가해지지 않은 울창한 삼림의 생명력에 몸이 푸르게 젖어드는 전남 장성 축령산의 숲, 5천평에 이르는 전남 승주 선암사의 야생 차밭 등이 그런 곳이다.
지은이는 머리말에서 “여행전문가”라기보다 “평범한 여행객”의 시각에서 글을 썼다고 밝히고 있지만, 역마직성 풀지 못해 맺힌 게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도저히 찾아갔을 법하지 않은 뜻밖의 공간에 대한 답사보고가 적지 않다. 가령 동백꽃으로 유명한 선운사 앞마을인 선운리에 국내에서 몇 그루 안되는 옥앵두가 자생하고 있다는 얘기나, “달나라 가기보다 멀고 미국 가기보다 힘들다는” 신안 만재도, 등대지기만이 가마우지를 벗해 외로이 섬을 지키고 있는 서쪽 바다 끝의 태안 격렬비열도에 대한 취재기는 여느 여행 안내 책자에선 얻어듣기 어려운 정보다.
‘여순사건’ 때 열아홉 나이로 처형당한 여걸 백부전이 불렀다는 <산동애가>의 애닯은 이야기, 한국 전통 선다의 맥을 잇는 일에 온 삶을 다해온 승주 선암사의 지허 스님 이야기 등, 국토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역사와 삶의 자취를 함께 들려주는 것은 그의 여행기의 남다른 미덕이다. 양구 펀치볼의 분지는 왜 주발 모양으로 생겼을까, 물고기들은 짠 바닷물 속에서 어떻게 숨을 쉴까 따위의 의문에 대해 지질학적 생물학적 설명을 곁들인 것 또한 그의 글을 읽는 가외의 즐거움이다. 그러나 그의 글에서 정작 읽어내야 할 점은 아마도, 자연을 또다른 소비거리로 여기는 심보를 버리고 여행을 ‘자연 닮은 심성’을 가꾸는 기회로 삼으라는 메시지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