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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도서] 나는 다시 인도로 떠난다 [절판] |
|   | 인도에 가거든 무엇을 볼 것인가 무엇부터 봐야 하는가 하는 행복한 걱정을 결코 서두를 필요가 없다. 그 척박한 땅 인도에서는 염소젖 섞은 그 흔한 차이 한 잔을 마셔도 눈물이 난다. 사람은 왜 사는지, 무엇을 위한 삶인지 그 평범한 진리가 일상처럼 화두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인도를 방문한 사람들은 철학자가 되어 돌아간다. 여행을 마치고 인도를 떠날 때쯤이면 여행자들의 얼굴에는 성자를 닮은 미소 하나가 깃든다. 이 놀라운 변화! 일부러 마음먹는다고 해도 결코 이루지 못할 기적이 인도에서는 가능하다. |
 윤재헌
서른일곱의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고 배낭여행을 시작한 이후 유럽과 아시아 전역을 돌아다녔다. 인도는 그 중에서도 특별한 땅이었다. 지금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이스타나 코리아를 경영하고 있으면서도 틈만 나면 배낭을 짊어진다. 발길이 닿았던 곳곳의 이야기를 정리하여 <배낭족 이야기> <빵장수 배낭족> 등을 펴냈다. |
 - 프롤로그 : 오늘도 탈출을 꿈꾼다
1. 인도로 가는 길
2. 불교의 향기 속에서
3. 하늘 위의 고도 네팔
4. 삶과 죽음의 성지
5. 신들이 사는 땅
6. 뜨거운 태양 아래 빛나는 드라비다 문화
7. 황금사원과 색깔의 도시
8. 인더스 문명의 고향 파키스탄
9. 히말라야의 영원한 사랑
10. 사막 속으로 사라지다
11. 구도를 위한 유랑
- 에필로그 : 인도는 지금도 인도다 |
 뭄바이에서의 첫날
일어나 보니 아침 10시. 인도에서 맞는 아침은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인도는 큰 나라다. 세계의 지붕이라 일컬어지는 히말라야를 머리에 인, 약 329만 평방킬로미터의 넓은 국토는 남한의 33배이고 유럽의 전체 면적에 맞먹는다. 사용되는 언어만도 200여 종이 넘어 마치 세계의 축소판 같은 인상을 준다. 빽빽하게 늘어선 상점과 수많은 사람들을 지나치다 보면 "달러 체이지"가 마치 유행가 가사처럼 흘러나온다. 뭄바이를 상징하는 인도문을 찾았다. 인도문은 1911년에 영국 왕 조지 5세를 환영하기 위해 세워졌다. 그 옛날 영국 식민지 시대에 잉태된 쓰라린 과거의 잔재, 그러나 지금은 그늘을 피하려는 상인들과 구경꾼들이 뒤섞여 장터를 방불케 한다. 뭄바이는 상공업을 중심으로 발달한 인도 제1의 항구이자 유럽을 드나드는 관문이다. 그래서인지 인도의 도시들 중에 가장 먼저 서구화가 시작된 곳이 바로 이곳 뭄바이다. 여자의 가는 허리처럼 곱게 휘어진 해안도로를 따라 모래를 밟으며 바닷가를 걸었다. 사람들은 바다에 그물을 던지고 잔챙이 고기들이 비늘을 번뜩이며 그물 안에서 푸드득 튄다. 어렸을 적 동네 형들을 쫓아다니며 주전자 안에서 숨쉬는 붕어들의 목숨을 본 적이 있다. 더러운 물을 한숨처럼 삼키는 흙빛 붕어를 보면서 한 생명에 대한 동정심과 겹쳐 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왜 그랬을까. 술에 취했는지 어떤 녀석이 내게 모래를 집어던진다. 20루피만 적선하란다. 별 미친 녀석 다 보겠네. 돌아서니 또 모래를 집어던진다. 은근히 화가 나서 금방이라도 싸울 태세로 엉성한 폼이지만 브루스 리 흉내를 냈다. 손끝이 파르르 떨려왔다. 소싯적에 배운 유도 실력과 군에 있을 때 잠시 익힌 태권도 기본 품세 정도이긴 하지만 여차하면 한번 맞붙을 각오였다. 그제야 녀석은 그럴듯한 나의 품에 겁먹었는지 달아나듯 그냥 뒤돌아 가버린다. |
  | << 신화가 살아 숨쉬는 인간의 땅! 나를 찾아가는 자유로운 발걸음! >> | | 신비의 대륙, 인도. 인도에 발걸음을 한 사람들은 모두 인도에 취한다. 바글바글한 인파에 불결하고 불편한 위생시설 같은 걸로 투덜대기는 할망정, 결과적으로는 모두가 인도에 취한다. 나중에는 그 지저분한 환경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될 정도로 면역이 되어버리는, 인도는 마치 수렁과도 같은 나라다.
많은 사람들이 인도를 다녀왔다. 모험과 고생쯤은 무릅쓸 각오가 되어 있는 젊은 대학생 배낭족들이나 인도의 종교적·사상적 깊이에 침잠해 보려는 식자층들…… 그러나 여기 이 사람은 젊지도 않고, 식자층도 아니다.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던 중년의 남자가 어느 날 직장을 그만두고 배낭을 꾸려 훌쩍 인도로 떠났다. 지도 한 장 달랑 든 채 낡은 버스와 야간열차에 흔들리며 그 넓은 인도땅 구석구석을 성큼성큼 답사했다. 그렇게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채 떠나도 인도의 매력을 자기 것으로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는 듯, 거침없이 인도를 여행한 것이다.
이 책은 그 인도여행의 다소 거칠기는 하지만 담백한 기록이다. 열린 마음으로 모든 것을 솔직하게 묘사하고 거리낌없이 감탄하는 자유로운 배낭족의 소박한 기행문이다. 평범한 사람이 안내하는 인도이니만큼, 독자도 편안하게 따라갈 수 있다. 곳곳에 삽입된 사진과 지도는 여행의 편의를 돕는다. 그러나 아무리 평범하게 여행하더라도 인도의 매력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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