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호킹의 기념지적인 베스트셀러 <시간의 역사>는 출판계를 흥분시킨 하나의 사건으로, 전 세계 독자들에게 이 훌륭한 이론물리학자의 이론을 소개했다. 이제 호킹은 풍부한 도판들을 곁들인 후속 저작을 가지고 돌아왔다. 이 책은 찬사를 받았던 그의 첫번째 저서의 출간 이후, 그동안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온 우주 물리학의 중요하고 비약적인 발견의 신비를 풀어준다.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옥스퍼드 대학교 유니버시티 칼리지와 케임브리지 대학교 트리니티 홀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공부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수학과에서 루카스 석좌교수직을 맡고 있으며 아인슈타인 이후의 가장 훌륭한 이론물리학자들 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시간의 역사」, 「블랙홀과 아기 우주」, 「시간과 공간에 관하여」 등의 저자이며 그외에도 많은 과학논문과 저서를 출간한 바 있다.
- 서문
1. 제1장 상대성이론의 약사
2. 제2장 시간의 형태
3. 제3장 호두껍질 속의 우주
4. 제4장 미래 예측
5. 제5장 과거 보로
6. 제6장 우리의 미래 : 스타트렉인가, 아닌가?
7. 제7장 새로운 브레인 세계
- 용어해설
- 참고문헌
- 도판출처
- 역자후기
- 색인
<< 외계의 속삭임이 들려오지 않는가? >> [동아일보 / 곽영직(수원대물리학과교수)]
흰눈이 덮인 차가운 겨울 들판을 배경으로 밝은 별들이 축제를 벌이는 요즘이다. 매운 바람이 방해되기는 하지만 카펠라 씨리우스 등 많은 일등성들이 벌이는 하늘 축제에 참여하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더구나 아름다운 별들을 바라보며 우주와 인류와 나 자신의 의미를 찾아 낸다면 금상첨화.
그 의미를 알기 위해선 우선 별과 우주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결국 우주를 발견하는 일이고 나를 발견하는 일이며, 나와 신과의 관계를 따져보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우주는 너무 넓고 큰 반면 우리의 감각과 사고는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스런 것은 우리보다 훨씬 자유롭고, 날카로우며, 상상력과 창의력이 풍부한 영혼을 가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우주가 감추고 있는 신비의 한 자락을 들춰보는 일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96년 타계한 위대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많은 사람들을 우주의 신비 속으로 안내한 드문 사람 중 하나다. 세이건 박사는 태양계와 우주에 관한 과학 해설서와 다양한 텔레비젼 강좌, 소설 등을 통해 인류에게 우주가 무엇인지, 우주에서 인류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설명했었다. 이번에 출간된 <에필로그>, <콘택트>, <창백한 푸른 점>은 그의 책들 중에서도 가장 널리 읽힌 책들이다.
또 까치에서 번역 출판된 스티븐 호킹의 <호두껍질 속의 우주> 역시 우리가 바라보는 하늘 풍경의 의미를 바꾸어 놓을 수 있는 훌륭한 우주 안내서이다.
이중에서 <콘택트>는 칼 세이건의 장편 SF 소설로 우주에 대한 폭넓은 과학 지식과 풍부한 문학적 상상력, 그리고 탄탄한 구성을 한꺼번에 맛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작품이다. 이미 1997년에 영화로도 소개돼 많이 알려져 있는 <콘택트>는 전파 천문학자인 엘리 에로웨이가 직녀성의 우주인들이 보내는 메시지를 수신하여 그들이 보내온 기계설계도에 따라 기계를 제작한 후 접촉한다는 내용이다.
지구인을 향해서 보내오는 메시지 속에 지구에서 발사한 텔레비젼 전파를 포함시킨 설정이라든가 엘리 일행과 접촉하는 우주인이 엘리 일행의 기억을 조사한 후 그들에게 가장 친숙한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것과 같은 설정은 참으로 놀라운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칼 세이건은 이 책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엘리의 인간적인 고뇌와 고민을 설명하고, 우주와 종교의 문제를 연결시키고 대비시키는 일에도 게으리지 않았으며 천문학을 비롯한 현대 물리학의 폭넓은 지식을 활용하는 데도 성공적이었다. 그러면서도 과감한 생략법을 통해 자칫 진부해지기 쉬운 이야기를 박진감 있게 이끌어 가는데 성공하고 있다. <콘택트>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참으로 좋은 책을 읽었다는 생각에 한참 동안 포만감에 젖을 수 있었다.
<에필로그>는 칼 세이건이 썼던 칼럼, 연설, 기고문 등을 모아놓은 수필집이다. 천문학이나 우주의 문제와 같이 거대담론이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 늘 대하는 일상적인 관심사들을 중심으로 썼다. 우주를 관찰하고 연구하던 천체 물리학자가 우리 주변의 문제, 즉 지구 내부의 문제를 바라볼 때는 지구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우주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사용하는 숫자에 대한 해석이 그렇고 공해 문제와 낙태 문제를 대하는 자세가 그렇다. 그에게는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에 근거한 옳고 그름보다는 무엇이 더 합리적인 것인지가 관심거리였다.
<에필로그>는 천체 물리학자가 쓴 우리 주변의 이야기지만 칼 세이건 특유의 감각을 통해 그것이 우리의 일상사일 뿐만 아니라 우주와 연결된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스티븐 호킹이 쓴 <호두껍질 속의 우주>는 앞의 두 책과는 달리 본격적으로 우주의 문제를 다룬 과학서적이다. 이 책은 이미 <시간의 역사>를 통해 과학 대중화에 대성공을 거둔 바 있는 스티븐 호킹이 다시 한 번 우주의 문제를 거론한 책이다. <시간의 역사>가 대중적인 인기와는 달리 내용이 어려워 책을 산 사람의 불과 2%만이 끝까지 읽었다는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수많은 그림과 도표를 사용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그러나 제3장 호두껍질 속의 우주는 아무래도 어렵다.)
어떻든 호킹의 이 책은 우주의 구조와 인류의 미래를 다룬 책들 중에서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주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브레인 이론은 끊임없이 시간과 공간의 문제를 다루어 온 과학자들이 제시하고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일반인들에게는 난해보이기만 하는 어려운 물리학의 주제들을 재미있고 알기 쉽게 설명하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이만한 책들과 함께 한다면 금년 겨울 하늘의 별들이 유난히 밝게 보이지 않을까?
<< 경제학을 제법 근사한 학문이라고 생각하다가도 문득 초라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 [중앙일보 / 정운영(논설위원)]
이를테면 도심의 마천루 아래를 지나다 누구는 이런 굉장한 건물을 짓는데, 내가 주무르는 것은 기껏 백묵과 칠판이냐는 자탄의 순간이 그러하다.
물리학에 대한 '열등감'은 특히 심해서 누구는 원자와 우주를 갖고 노는데, 나는 고작 담뱃값 인상 따위의 꾀죄죄한 산술에나 매달리는 사실에 기가 꺾이고는 했다.
<< 빅뱅에서 블랙홀로 >>
이런 판에 '시간여행은 실현될 것인가' '인류는 멸망할 것인가' '궁극의 M-이론은 가능한가' 따위의 선정적인 책 광고가 눈에 띄었다.
그 저자가 스티븐 호킹이 아니었다면 또 하나의 공상과학(SF) 얘기겠거니 하고 흘려버렸을 것이다.
발간 두 주일 만에 미국에서는 19만 부가 팔리고, 일본에서도 15만부가 팔렸다는 '호들갑'역시 구미를 동하게 했다. 그래, 호킹의 저서 <호두껍질 속의 우주> (까치글방.2001) 가 그 책이다.
그의 물리학 세계에는 내가 범접조차 어렵지만,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출신의 천재 물리학자가 전신 마비와 실어증의 시련을 딛고 인생과 학문에 투지를 불태우는 그 강인한 자세만은 가슴에 새겨졌었다.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우주의 생성과 종말이다. 이를 위해 중세의 갈릴레오부터 현대의 브레인(brane) 이론까지 우주 물리학의 온갖 지식과 성과가 동원되었다. 빅뱅으로 우주가 생겼는데 최초 10억 분의 1초에 우주의 틀을 잡은 '엄청난'일들이 벌어졌단다.
한데 뭉쳐 있던 강핵력.약핵력.전자기력.중력 등 4개의 힘이 대폭발로 각기 떨어져 나가고, 이들의 상호 작동원리가 망가진 것이다.
그와 함께 우주 형성의 비밀도 묻혀 버렸다. 앞의 세 힘은 현대의 양자역학이 다루고 있으나, 마지막의 중력은 따로 불거져 상대성 원리 전개의 배경이 된다.
현대 물리학의 양대 산맥인-그래서 서로 티격태격하는-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의 통합이 이뤄지면 우주 생성의 암호가 풀릴지 모른다.
여기서 호킹은 "시간이 빅뱅이라는 출발점을 가질 수밖에 없고… 항성이나 은하가 자체 중력으로 붕괴해 블랙홀을 생성할 때 시간이 끝나게 된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41쪽) 고 확고하게 소신을 밝힌다. 생성의 비밀을 알면 그 작동과 종말의 비밀까지 알 수 있다.
<< 바로 이 '천기 누설'에 호킹의 야심이 있는 것 같다. >>
시간의 출발과 종말을 사람이 찾아낸다면 하느님은 하실 일이 별로 없다. 그러나 호킹은 신의 영역을 침노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양자역학 수립에 불가결한 '불확정성 원리'를 거절하면서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고 나무랐다.
이에 호킹은 우주는 커다란 카지노이며 "모든 증거는 신이 도박꾼이란 것을 보여준다"(80쪽) 고 되받았다. 학창 시절의 익살꾸러기 소질을 되살렸음인지 이런 종류의 고급 해학이 책에 가득하다.
시간 여행을 설명하다가 문득 그는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서 날아온 외계인이 아버지를 낳기 전에 할아버지를 살해하여, 내가 태어나지 않을 확률 따위를 코믹하게 계산해내기도 한다. 독자들이여 안심하시라. 그럴 확률은 10의 6백제곱 분의 1이라니!
호킹의 점괘에 따르면 우주는 종말을 고하게 돼 있다. 그러나 그것은 수십억년 뒤의 일이어서 지금부터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오히려 인류의 불안한 장래에 있다. 인체의 생물학적 지능과 전자적 지능의 괴리는 기술적으로 해소될지 몰라도, 유전공학을 통해 새로 설계된 인간이 "다음 천년대의 말엽께면, 물론 그때까지 인류가 살아남는다면 '스타트렉'이 그리는 안락한 미래와의 차이가 근본적으로 나타날 것"(1백71쪽) 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람이라고 부르는 어떤 동물은 남아 있을지 몰라도 그 화상은 우리와 전연 다를 것이란 말씀이다. 원숭이를 인류의 조상이라고 했다가 혼쭐나는 판인데, 천년 뒤에 20세기를 돌아보며 그 미개한(!) 동물을 조상이라고 했다가 무슨 탈은 없을는지….
<< 일상 벗어난 우주 타령 >>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우주는 11차원의 세계란다. 그러면 우리가 경험하는 4차원을 제한 나머지 7개 차원은 어디 있는가?
서로 말려 있거나 접혀 있어서 현실적인 힘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황당한(?) 얘기들이 전혀 황당하게 들리지 않는 것은 그 '기똥찬'삽화와 도해 덕분이다. 일합 장풍에 상대를 쓰러뜨리는 무림의 고수처럼 일러스트 한 컷으로 우주의 원리를 반쯤은 손에 쥐어주는 물리학 9단의 궁리라니.
이 바쁜 세상에 웬 우주 타령이냐고? 동전 한닢 내려준 적 없지만 머리 위에 하늘이 있다는 것이 우리 마음을 얼마나 넉넉하게 하는가. 입시 지옥에서 해방된 청소년이든, 토플과 고시 공부에 질식할 수험생이든, 각박한 일상에 부대끼는 직장인이든, 너나 할 것이 없이 가끔씩 하늘을 보고 살자.
<< 우주는 10차원 넘는다 >> [세계일보 / 전지현기자]
"우주는 여러 개의 역사를 가진다. 그리고 각각의 역사는 작은 호두에 의해서 결정된다."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이 말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을 인용한 것이다. "나는 호두껍질 속에 갇혀 자신을 무한 공간의 제왕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악몽만 꾸지 않는다면…."(제2막 2장)
우주의 진화과정을 밝힌 베스트셀러 <시간의 역사>(1988년 출간)의 저자 스티븐 호킹(59)은 인간이 인식하지 못하는 여러 차원의 세계가 깊은 우주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나타내기 위해 이러한 표현을 썼다. 그는 인간이 비록 물리적으로 제한된 지구에 살고 있지만 인식의 폭을 우주 전체로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 '보이는 것'만 믿게 되는 편견이란 호두껍질을 깨면 마음은 어느새 신나게 우주를 탐험할 수 있다는 것. '시간의 역사' 이후 이론 물리학의 진전과 관점의 변화를 담은 신간 <호두껍질 속의 우주>(김동광 옮김.까치)는 우주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놓지 않으려는 그의 애착에서 나온 것이다.
이 책에서 호킹은 시간과 공간을 탐구해온 인류의 여정을 비교적 쉽게 설명하려 애썼다. 98년 출간한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곳곳에 호킹의 설명을 이미지로 바꾸어낸 삽화들이 이해의 도우미로 등장한다. 하지만 물리학 기초지식이 없는 사람에겐 여전히 난공불락의 벽으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우주는 갖가지 형태와 크기의 수십억 개에 달하는 은하들로 이뤄져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우주가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허블의 우주망원경으로 입증한 사실이다.
호킹은 우주가 팽창한다면 출발점은 하나의 점에서 시작한다고 주장한다. 우주가 팽창하는 과정은 마치 도박과 같다. 주사위가 어떻게 굴려질지 결과는 예측할 수 없는 불확정성의 원리를 따른다. 여러 개의 확률로 탄생한 수많은 은하계는 제각각의 역사를 가진다. 이것이 물리학자 파인먼이 세운 '복수(複數)의 역사 개념'이다. 그렇다면 은하계 저편에 새로운 지적 능력을 갖춘 생명체가 있다는 주장도 무리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호킹은 '시간의 역사'의 마지막 결론 부분에서 "만약 우리가 완전한 이론을 발견한다면, 그때야 비로소 우리는 신의 마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의 기원과 인간 존재를 포함하는 모든 실재의 상(像)을 밝혀낼 수 있다는 '만물의 이론'은 과연 가능할까.
호킹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과 파인먼의 '복수의 역사의 개념'을 통합하면 우주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기술하게 될 하나의 완전한 이론이 만들어질 것이다고 말한다. 그는 또 우주가 시간과 공간 속에서 경계를 가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인다. 그렇다면 타임 머신을 이용한 시간여행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시간의 역사> 이후 진전된 물리학 이론은 이 책에 별도의 장으로 소개되는 '브레인 세계(brane world)' 이론이다. 'brane'은 'membrane'의 줄인 말로 막(膜) 또는 표면이라는 뜻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10차원이나 11차원으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가 경험하는 4차원(공간의 3차원과 시간의 1차원)을 뺀 나머지 6차원이나 7차원은 극히 작은 크기로 말려 있어서 우리가 알아차릴 수 없다. 우리가 느끼는 4차원 이외에 여분의 차원들이 있는 것이다.
호킹은 '브레인 세계 이론'을 기초로 브레인의 역사, 즉 우리 우주의 역사가 인간과 같은 지적 존재를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매끄럽지 않고 호두껍질처럼 약간 울퉁불퉁한 표면의 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호두껍질 속의 우주라는 제목이 붙은 까닭도 그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인정하면 그동안 관찰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설명되지 않았던 암흑물질인 블랙홀, 중성미자 등에 관한 실마리들이 하나둘씩 풀려나간다.
<< 우주는 호두껍질처럼 울퉁불퉁한 공 >> [한겨레신문 / 김영희기자]
스티븐 호킹의 새 책 <호두껍질 속의 우주>가 나왔다. 20세기초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허블이 발견한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장 중요한 지적혁명이었다. 여기에 양자역학이 발전하면서 학자들은 손대기 꺼려했던 우주생성의 비밀에 도전하기 시작한다. 호킹의 <시간의 역사>가 나왔던 88년 당시만 해도 이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 `만물의 이론'이 곧 완성될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뒤 이뤄진 이론물리학의 중요한 진전내용을 총괄해 우주의 원리를 설명한 <호두껍질…>은, “우리는 여전히 그 길 위에 있고 그 끝은 보이지 않지만” 조금씩 거기에 다가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호킹이 최근 이론에서 중시하는 개념은 `브레인세계'다. 브레인은 `막'을 의미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10차원이나 11차원으로 이뤄져 있고 우리가 경험하는 공간의 3차원과 시간의 1차원을 뺀 나머지 6~7차원은 극히 작은 크기로 말려 있어 알아차릴 수 없다.
호킹은 이를 기초로 우리 우주가 매끄럽지 않고 호두껍질처럼 약간 울퉁불퉁한 표면의 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호두껍질 속에 갇혀 있으면서 동시에 우리 자신을 무한한 공간의 왕으로 간주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 허블, 하이젠베르크, 파인만 등 20세기초부터 우주 비밀의 접근법을 바꿔놓은 이들의 이론도 비교적 알기쉽게 설명해놓았다.
사실 전세계적으로 1천만부 이상 팔린 <시간의…>는 가장 `끝까지 안 읽힌 고전'에 꼽힐 정도로 어렵다. 호킹도 이번 책에서 그 사실을 언급하며 좀더 읽기 쉬운 책을 만들려 했다고 말한다. 전동의자에 앉아 머릿 속에 한꺼번에 칠판 4~5개를 빼곡 채울 수학공식을 떠올려 고민한다는 호킹이다. 책 한권으로 그런 이론을 다 알려하는 건 욕심이겠지만, 풍부한 그림과 친절한 개념설명 덕분에 최신 이론물리학의 세계를 조금은 편하게 맛볼 수 있다.
<< >> [한국일보 / 하종오기자]
스티븐 호킹은 현대 물리학의 조류를 통합하는 자신의 대통합론인 <만물의이론(Theory of Everything)>이 <시간의 역사>가 나왔던 1988년 즈음에 곧 완성될 것처럼 보였다고 말한다.
“만약우리가 완전한 이론을 발견한다면 그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신의 마음을 알게 될 것이다”고 그는 말했다.
이번 책에서 그는 그동안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아직 그 끝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희망에 차서 걷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 사이 과학의 세계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인체 DNA염기서열을 해독하는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됐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기술의 발달은 인간생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과 리처드 파인만의복수(複數)의 역사개념을 결합시켜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 하나의 이론을 만들려는 이론물리학에서도 괄목할 발전이 있었다.
호킹이 가장 중요한 진전으로 꼽는 것은 ‘브레인세계(brane world)’ 이론이다. 브레인은 막(膜) 또는 표면이라는 뜻으로, 이 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10~11차원으로 이뤄져 있고 우리가 경험하는 4차원(공간의 3차원과 시간의 1차원)을뺀 나머지 6차원이 7차원은 극히 작은 크기로 말려 있어서 우리가 알 수 없다.
호킹은 이 이론을 토대로 “우주의 역사가 인간과 같은 지적 존재를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매끄럽지 않고 호두껍질처럼 약간 울퉁불퉁한 표면의 구가 되어야 한다”고말한다.
호킹은 이번 책에서도 인류가 시간과 공간에 대해 탐구해온 여정을 일반인도 알기쉽게 설명하고 있다.
풍부한 그림과 설명은 물론, 인기 SF시리즈 ‘스타 트렉’에 빗대어 유머와위트를 섞어 물리학의 주제들을 설명하는 그의 노력은 독자들을 자연스레 흥미로운 지적 탐험으로 초대한다.
<< 호킹박사의 '작지만 무한한 우주' >> [문화일보 / 전영선기자]
"나는 호두껍질 속에 갇혀 자신을 무한 공간의 제왕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악몽만 꾸지 않는다면."(<셰익스피어>·<햄릿>제2막 제2장) 스티븐 호킹은 햄릿의 말이 맞다고 한다. 우주는 햄릿의 호두껍질과 매우 흡사한 작고 조금 평평한 구면이라는 것. 그리고 이 호두 껍질은 실시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기록하는 무한한 공간이다.
저자는 이 호두껍질같은, 그러나 무한한 공간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책은 물론 읽기가 쉽지만은 않은 대중과학서다. 상대성 이론, 시간의 물리학, 미래 예측, 우주의 기원과 우주의 복수 역사 등 생각하면 할수록 아리송한 물리학의 개념들과 쟁점들을 다루고 있다.
스티븐 호킹이 풍부한 도판을 곁들여 차분히 설명하고 있는 책을 따라가는 동안에는 그의 견해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나면? 물론 여전히 아리송하다. 하지만 과학적 마인드가 부족한 사람들도 이 무한히 펼쳐진 공간으로 인도되는 기분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책은 우선 아인슈타인이 어떻게 20세기 과학의 기둥이 되는 상대성 이론의 기초를 마련했는지를 설명한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 발표한 논문에서 우주에 편재하고 있는 연속적 매질인 에테르(ether) 개념이 불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당시 과학의 해묵은 문제점을 해소했다.
대신 자연법칙이 자유운동을 하고 있는 모든 관찰자에게 동일하다는 가정으로 상대성 이론의 토대를 세울 수 있다. 에테르로 표상되는 절대정지 개념과 절대시간을 폐기한 것. 그런후 일반상대성이론으로 형태를 부여 받은 시간이 어떻게 양자이론과 조화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또 호킹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어떻게 빅뱅이론을 도출했는지도 흥미진진하게 설명한다. 호킹은 그의 주저 '시간의 역사'에서 밀도 무한대의 단일점 속에 압축되어 있던 하나의 점에서 우주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빅뱅이론으로 흥미롭게 풀어낸 바 있다. 책의 곳곳에 아인슈타인이나 리처드 파이먼 등 유명 물리학자들의 일화와 개념들을 소개한 점도 책의 흥미를 더한다.
<< 호킹박사와 '4차원 우주여행' >> [경향신문 / 정재승(고려대물리학과연구교수)]
오래간만에 스티븐 호킹의 저작이 나왔다. 대중 강연을 요약해 놓은 강의록이나 전기를 제외하면 <호두껍질 속의 우주>는 과학서적의 기념비적 베스트셀러 <시간의 역사>의 '후편'으로 불릴 만하다. 지난달 출간되자마자 아마존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을 큰 시간차 없이 우리말로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커다란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1천만부나 팔렸으면서도 거의 대중들에게 읽히지 않았던 <시간의 역사>와는 달리 호킹이 조심스레 내놓은 이번 책에는 독자들에 대한 배려가 곳곳에 숨어 있다. 상대성이론에서 초끈 이론, p-브레인까지 입자물리학의 최신 이론들을 소개하고 있어 만만한 내용은 아니지만 '시간의 역사'보다 훨씬 쉽게 쓰여져 있으며 호킹 특유의 유머와 위트가 책 전체에 배어 있다.
다양한 삽화와 그림, 도표 등이 삽입돼 있어 휘어진 시공간과 11차원의 우주를 상상하는 데 도움을 주며, 각 장이 독립된 내용들로 구성돼 있어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는 점 또한 이 책의 큰 매력이다.
무엇이든 끌어당긴다는 블랙홀이 감마선이나 X선을 복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1970년대 일약 스타가 된 호킹은 이 책에서도 <시간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블랙홀과 시공간의 휘어짐, 시간 여행 등을 주된 테마로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핵심은 2·3·6장에서 기술하고 있는 '허수시간'(실수가 아닌 허수에 대응되는 시간)과 'p-브레인'에 있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시간과 공간을 통합해 '시공간'이란 개념을 도입하고, 물질과 에너지의 분포가 시공간을 휘고 비틀게 만든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중력효과를 통합시켰다.
그러나 불확정성의 원리를 믿지 않았던 아인슈타인과는 달리 호킹은 시공간의 형성에 양자이론을 적용해 '허수시간'이라는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아인슈타인의 '시간'에 다양한 가능성을 부여한다. 그리고 '우주에는 다양한 미래와 여러 개의 역사가 존재한다'는 리처드 파인만의 '복수 역사' 개념을 지지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수많은 미래 중에서 지금과 같은 모습의 우주를 보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는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아직 논쟁적인 이론인 '인류 원리'를 그 해답으로 제시한다. 우리가 '왜 우주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제기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 자체가 우리가 살고 있는 역사를 한정시킨다는 것이다.
<호두껍질 속의 우주>란 허수시간의 역사들이 호두껍질과 닮은 '약간 변형된 구'인 점에 착안해 허수시간의 개념을 통해 우주를 간결하고 근사하게 기술할 수 있다는 호킹의 믿음을 표현한 제목이다('in a nutshell'은 '아주 간결한'이란 의미의 숙어이기도 하다).
난해한 개념들 사이를 이어주는 논리적 연결고리가 다소 빈약한 면도 있지만 최신 물리이론의 핵심을 수식 없이 명쾌하게 설명해 준다는 점에서 우주 형성과 기원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볼 만한 책이다.
<< 자! 호킹박사와 최첨단 우주여행을... >> [국민일보 / 김현덕기자]
세계적인 과학 베스트셀러 <시간의 역사>(1988년작)를 쓴 스티브 호킹 박사가 훨씬 더 쉬운 대중과학서를 쓰겠다는 의도로 쓴 2001년 최신작.천체·입자물리학 분야의 최근 연구성과까지 담았다.이번 책도 1996년에 발간된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컴퓨터 일러스트레이션과 삽화로 이해를 도왔다.
<시간의 역사>는 순차적으로 읽도록 돼 있었다.때문에 호킹박사는 정작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오는 뒷부분까지 읽은 사람이 2％밖에 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이번 책은 순차적 구조 대신 트리구조를 차용,어떤 순서로 읽어도 상관없는 구조로 만들었다고 밝힌다. 즉 7장 중에서 1장과 2장만 읽고나면 나머지 장들은 내부 항목들도 독립적으로 읽을 수 있게 했다.
아인슈타인이 어린 시절 학습부적응아였다는 것이 과장된 것이었다든지,1948년 세워진 이스라엘의 대통령으로 추대하려 했을 때 "정치는 순간이지만 방정식은 영원하다"며 거절했다는 등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과학적 설명과 긴밀하게 섞어가는 글솜씨는 호킹이 위대한 과학자일 뿐 아니라 훌륭한 과학저술가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2장 '시간의 형태'는 일반상대성이론이 공간의 3차원에 시간이라는 차원을 더해서 만든 '시공간(time―space)' 개념을 형성하는 과정을 여러 가지 비유와 일러스트레이션을 통해 설명한다.당시 이론 물리학자들(아인슈타인을 포함)이 갖고있던 '일반적인 편견'은 시간이 양쪽 방향에서 모두 무한하다는 생각이었다.
호킹은 이런 직선적 시간론과 달리 상대성이론 자체에 시간이 시작과 끝이 있음을 계산해 빅뱅이론의 이론적 근거를 찾아낸다.많은 물리학자들의 호킹의 이런 주장에 경악했지만 기독교 지도자들은 반색을 했다.시간에 처음과 끝이 있다는 주장은 성경과 일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대성이론에서 출발해 초끈 이론,p―브레인 등 최신 이론까지 담고있는 만만한 내용이 아니지만 환상적인 그래픽과 비유를 사용한 많은 도판은 호킹이 일반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애쓰고 있는 천체 물리학의 놀라운 세계를 눈으로 상상할 수 있게 된 것은 즐겁다.
제6장 '우리의 미래:스타트렉인가 아닌가'는 가장 쉽고 재미있는 부분이다. 미TV SF시리즈 '스타트렉'이 그리고 있는 미래의 모습과 비교해 가면서 호킹박사가 인류의 미래를 예측하는 독특하고 통찰력 있는 전망을 볼 수 있다.
<< 이 책의 특징 >>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들 중의 하나인 스티븐 호킹은 그의 이론의 대담성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표현해내는 그의 명쾌함과 재치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지식인이다. 이 새로운 책에서, 호킹은 최첨단 이론물리학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이 책의 목적은 우리의 우주를 지배하는 원리를 일반인들의 용어로 설명하는 것이다.
이 책은 인류가 시간과 공간에 대해 탐구해온 여정을 일반인도 알기쉽게 설명하고 있고, 현재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과학자들이 치열한 노력을 벌이고 있는 최전선에 해당하는 주제들을 소개한다. 또한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풍부한 그림과 보조설명으로 과학을 공부하지 않은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책에 실린 훌륭한 그림들은 단순한 삽화가 아니라 호킹의 설명을 시각적인 이미지로 바꾸어낸 또 하나의 내용인 셈이다.
또한 이 책은 구성의 측면에서 호킹의 다른 저서와는 다른 특성을 지닌다. 호킹도 서문에서 밝히고 있지만 각 장이 독립성을 가지기 때문에 독자들은 큰 줄기에 해당하는 제1장과 제2장을 읽은 후에는 순서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면서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서 읽어도 무방하다.
「호두껍질 속의 우주」는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를 이해하기를 원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기본적인 과학서로서 손색이 없다. 이 책과 짝을 이루는 「시간의 역사」처럼, 이 책 역시 우주의 비밀이 드러날 때 과학계를 뜨겁게 달구는 흥분을 우리에게 생생하게 전달한다.
<< 주요 내용 >>
이론물리학계의 많은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호킹 교수는 과학의 신비, 즉 우주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정의하기 힘든 만물의 이론(The Theory of Everything)을 알아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는 접근하기 쉽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우주의 비밀―초중력에서 초대칭이론, 양자이론에서 M-이론, 홀로그래피에서 이중성까지―을 벗기려는 그의 탐구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는 초끈이론과 P-브레인이 이 궁극적인 수수께끼의 단서를 줄 수 있을지도 모르는 과학의 미개척 분야로 우리를 인도한다. 또한 그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과 리처드 파인먼의 복수(複數)의 역사 개념을 결합시켜서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완전한 통일 이론을 만들려는" 그의 연구를 계속하면서 우리를 그의 가장 흥미로운 지적 탐험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