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덤의 『중국의 과학과 문명』은 설명이 필요 없는 20세기 최대의 학문적 거작 중의 하나이다. 고대로부터 17세기까지 중국에서의 과학과 기술 각 분야에서 이루어진 발전에 관한 상세하고도 깊이 있는 분석과 평가는 중국의 전통 과학뿐만 아니라 중국의 전통 사회와 문화에 대해서도 서양의 이해를 깊게 했으며 그 이후 중국에 대한 서양의 접근 각도와 연구 관점을 새롭게 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논할 수 있다. 『중국의 과학과 문명:사상적 배경』은 니덤의 원전 제1권과 제2권에 대한 축약본이다. 이 책은 도입부에서 중국이라는 나라와 중국과 유럽 사이의 과학의 이동을 간략히 개관한 다음, 중국의 사상사 개관에 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의 전통 사상 및 자연 철학에 대한 이러한 개관은 독자들에게 니덤 특유의 관점과 해석을 보여주고 니덤의 업적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니덤은 1900년 런던에서 의사인 아버지와 음악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풍요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일찍부터 노동자 계층에 대한 동정심을 보였다고 하며, 13세 때는 이미 사회주의에 관해서 아버지와 토론을 했다고 한다. 아운들 공립학교에서 그리스어와 라틴어 및 기독교 신학을 열심히 공부한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의 키스 칼리지에 입학했다. 처음 의학을 전공하려던 그는 생화학으로 전공을 바꾸어 24세에 박사학위를 받고 키스 칼리지의 펠로우가 되었으며, 그후 평생을 키스 칼리지의 일원으로 보냈고 1965년부터 11년 동안은 학장 직을 맡기도 했다. 또한 학부 학생 시절부터 그는 던 생화학 연구소에서 실험과 연구에 종사했다. 일찍부터 생화학을 중심으로 한 과학 전반에 대하여 폭넓은 관심과 사회주의적이고 진보적인 정치 편향을 가지고 있던 니덤의 지적 관심은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우선 1930년쯤부터 과학사에 대한 관심이 일기 시작했던 것으로 보이며 이어서 1930년대 후반에 중국에 관한 관심이 시작되었는데, 이 두 가지 새로운 방향의 관심이 결합하여 <중국의 과학과 문명>을 낳게 된 셈이다. 그리고 생화학과 사회주의라는 그의 초기의 편향 또한 <중국의 과학과 문명>에서의 그의 논의에 짙게 반영되어 있다. 1954년 <중국의 과학과 문명> 제1권의 출간에 이르기까지의 니덤의 생애에서 몇번의 중요한 "계기"가 있었다. 첫번째는 1931년 런던에서 열린 제2회 국제 과학사 회의였다. 이 회의에서 소련 참가자들의 발표들이 애초부터 좌파 성향을 띠던 젊은 영국 과학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 니덤은 뉴턴의 <프린키피아>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다룬 보리스 헤센의 논문에 특히 큰 감명을 받았던 것이다. 이미 사회주의에 편향되어 있던 그가 때맞춰 얻게 된 이 경험이 그로 하여금 과학의 역사에서의 사회경제적 요소들의 중요한 역할에 대하여 남다르게 깊은 관심을 가지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1937년에 던 연구소에 세 명의 중국인 연구생들이 유학온 사실 또한 니덤에게 중요한 계기였다. 그들을 통해서 그가 중국의 풍부한 문화적 전통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특히 그들 중 한 사람인 루궤이전 은 니덤에서 중국어를 가르쳤을 뿐만 아니라 평생의 공동연구를 통해서 학문적 반려자가 되었으며 첫 아내 도로시가 죽은 뒤 2년 후인 1989년에는 그와 결혼했다. 중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니덤이 1942년 영국재단에 의해서 중경에 파견되면서 깊은 애정으로 바뀌었다. 그후 4년에 걸친 중국 체재기간 동안 그는 중국 각지를 여행하면서 많은 자료들을 수집하고 여러 학자들과 교류하며 중국에 대해서 배웠고 중국의 풍부한 과학기술 전통에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2년간 유네스코 자연과학부를 책임 맡아 파리에 체재한 후 케임브리지로 돌아온 1948년부터 <중국의 과학과 문명>의 집필을 시작했다. 그후 그가 죽기까지 거의 50년 동안 쉬지 않고 정력적으로 진행된 그의 작업은 거의 전부 <중국의 관학과 문명>에 담겨져 있다. 물론 그가 계속 논문들을 쓰고 학술발표를 했으며 그외의 단행본들을 출간하기도 했지만 그것들은 대부분 <중국의 과학과 문명>을 위한 작업에서 파생되었거나 그 속에 포함될 내용들이었다.
<< 서양의 편견 깨뜨린 중국의 과학발달사 >> [한겨레신문 / 이상수기자]
중국 과학사 연구에 선구적 업적을 남긴 영국 과학사가 조지프 니덤(1900-1995)의 <중국의 과학과 문명> 1-2권을 간추린 축약본이 나왔다. 전2권 중 우선 1권이 나왔다. 콜린 로넌 줄임. 김영식, 김제란 옮김. 까치 펴냄. <중국의 과학과 문명>은 1954년 제1권이 나온 이래 '중국에는 자연과학이 없었다'는 당시 서양사회의 통념을 깨면서 학계에 충격을 주었다. 서론/과학사상사/수학, 하늘과 땅의 과학들/물리학과 물리기술/화학과 화학기술/생물학과 생물학 기술/사회적 배경 등 모두 7권으로 기획된 이 방대한 저작은 해를 거듭할수록 분량이 늘어나 5권은 14책 가운데 9책, 6권은 10책 가운데 3책만 출간한 상태다. 중국 과학의 사회 사상사적 배경에 대한 니덤의 사색을 담을 7권은 현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엔 니덤 개인의 작업이었지만 오늘날에는 니덤 연구소의 공동작업으로 변했다. 본디 생화학자로 출발한 니덤은 1930년대부터 '과학사'와 '중국'이라는 두 가지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고, 1940년대에는 이 두 관심분야를 결합시켜 중국과학사 연구에 착수한다. 그는 고대에서 13세기까지는 중국의 과학기술이 그리스와 중세유럽을 훨씬 앞서 있었음을 강조한다. 또 서양의 근대과학이 철저하게 분석적 기계론적 결정론적이었던 데 반해 중국의 전통과학은 종합적 유기체적 비결정론적 성격이 강하다고 보았다. 이런 면에서 중국의 전통과학은 현대 물리학과 닮은 점이 있으며, 나아가 중국 전통과학이 근대과학이라는 중간단계를 거치지 않고 현대과학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76년에 나온 이 축약본은 중국의 언어 지리 역사 사상적 배경 등을 다룬 원저의 1권(서론)과 2권(과학사상사)을 간추렸다. 니덤과의 협의를 거쳐 내용을 약간 고쳤지만 70년대 이후 왕성하게 전개된 중국의 고고학적 발견의 성과는 반영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 축약본은 오늘날까지도 중국의 문화와 사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초심자들에게 매우 충실하고 깊이 있는 입문서다. 특히 근대 이전 중국과 유럽 사이에 진행된 과학기술의 전파과정에 대한 정리, 중국 고대에 과학용어로 쓰인 글자들의 유래에 관한 분석 등은 매우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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