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의 소설들은 막 근대적 시설과 분위기와 맞닥뜨린 식민지 조선 당대의 기념비요, 식민지 조선 당대인의 자화상이다. 그의 소설은 도시 빈민과 빈민가, 룸펜프롤레타리아, 유흥 오락장, 매매춘과 연애의 풍속도, 도시의 거리, 교통망, 대형 건물이 교직하면서 식민지 근대와 그것에 촉발된 당대인의 내면을 특유의 문체로 표상해냈다. 여기 실린 여섯 작품은 그런 이상의 작품 가운데에서도 대표작이 될 만한 것들이다.
이상
이상은 1910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성고등학교 건축과를 졸업했다. 이후 조선총독부 건축과 기수로 근무하면서 문학과 미술 창작 활동을 하였다. 1933년 건강이 악화되어 총독부 기수직을 그만두고 다방을 경영하면서 많은 문인들과 사귀었으며,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작품을 발표하였다. 1936년 도일하여 동경에서 지냈으며, 1937년 경찰서에 구금되었다가 병 보석으로 나온 뒤 한 달여 만에 사망하였다.
안해의 방은 늘 화려하였다. 내 방이 벽에 못 한 개 꼬치지 않은 소박한 것인 반대로 안해 방에는 천정 밑으로 쫙 돌려 못이 박히고 못마다 화려한 안해의 치마와 저고리가 걸렸다.
여러 가지 문의가 보기 좋다. 나는 그 여러 조각의 치마에서 늘 안해의 胴체와 그 동체[가]될 수 있는 여러 가지 포-스를 연상하고 연상하면서 내 마음은 늘 점쟎지 못하다.
그렇것만 나에게는 옷이 없었다. 안해는 내게는 옷을 주지 않았다. 입고 있는 콜텐 양복 한 벌이 내 자리옷이였고 통상복과 나드리옷을 겸한 것이었다. 그리고 하이넥크의 쎄-타가 한 조각 사철을 통한 내 내의다. 그것들은 하나같이 다 빛이 검ㅅ다. 그것은 내 짐작 같아서는 즉 빨내를 될 수 있는데까지 하지 않아도 보기 싫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한다. 나는 허리와 두 가랭이 세 군데 다 - 꼬무밴드가 끼워 있는 부드러운 사루마다를 입ㅅ고 그리고 아모 소리없이 잘 놀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