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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도서] 길은 산으로 휜다 아니다 다시 바다로 열린다 (양장본) [절판] |
|   <심상>으로 등단한 김향의 여행에세이집.
여행은 미지의 유혹이다. 인간은 이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뿐만 아니다. 인간은 이 유혹 아니 미지까지도 창조한는 동물이다. 그러므로 참된 의미에서의 여행이란 미지에 관한 인간의 창조적 참여이다. 시인 김향씨의 글은 이러한 끝없는 여행에의 아름다움과 갈증을 즉각적으로 감각하게 해준다. 또 한 시인만이 얻을 수 있는 미지에 관한 창조적 인식의 일단을 함께 수록하고 있는 시를 통해 보여준다. |
 김향
서울에서 출생하여 국문학과 피아노를 전공했다.
<심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는 <하루씩 늦어지는 달력>,<세계를 떠난 사람의 집> 등이 있다. |
 1. 동강, 그 사행의 물굽이를 타고
2. 늪
3. 육지로 가는 아이들의 비상구
4. 다들 어디 갔을까
5. 따뜨 뜨밤 아시
6. 강의 흐름, 시간의 흐름
7. 과거와 미래의 꼭지점에서
8. 봉우리와 골짜기 사이 혹은
9. 로젤의 비너스가
10. 길은 산으로 휜다, 아니다 다시 바다로 열린다
11. 하늘재
12. 서천은 붉다, 아니 푸르기도 하다
13. 거울에서 등촉으로
14. 둥근 또는 네모난 공중 놀이터
15. 모래언덕, 물의 신전, 연화리
16. 물은 마을로 오고 마을은 산으로 기울고
17. 우르는 축축하고 따뜻하다 광활하고 아득하다
18. 사라진 것들은 추억의 이름으로 아름답다
19. 죽음의 적막이, 살아 있음의 더 큰 적막이
20. 페니키아의 밤에서 베이루트의 밤으로
21. 열주 거리의 시작과 끝에서
22. 초승달 협곡 너머 실크 무덤들
23. '잃어버린 도시'는 어디에?
24. 룸비니에서 쿠시나가라까지
25. 돌과 같은, 꽃과 같은 두 개의 사원 |
 길은 산으로 휜다. 아니다 다시 바다로 열린다
"여기가 금산 입구라요."
버스가 빗속에 나만 달랑 부려놓고 달아난다. 나는 휑한 도로에 서서 우산도 펴지 않은 채 버스 꽁무니를 좇다가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주인도 뵈지 않는 구멍 가게가 둘, 투박하게 생긴 여관이 둘, 썰렁하게 있다. 차차 눈높이를 ?뗌缺？중세 유럽의 성채 같은 바위들이 금산 정상에 어른거린다. 나는 길을 건너 조금 높은 곳으로 올라가 바라본다. 그것은 비바람과 안개에 휘감겨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칸과 이졸데>의 무대로 변해 간다. 빛의 동기, 사랑의 초조와 환희의 동기, 운명의 동기가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트리스탄과 이졸대가 부르는 '아!' 우리들을 묶어라. 사랑의 밤이여!'가 빗줄기를 가르며 들려온다. 그러다 그것은 곧 파도에 휩쓸려 헛되이 사라지는 트리스탄의 시체와 그 위에 쓰러지며 부르는 이졸데의 '시링의 죽음'으로 아일랜드 해안을 무겁게 뒤덮는다.
오페라의 막이 내리듯 밤이 내리고 신기루 같던 성채도 사라지고, 금산은 거대한 짐승의 등뼈처럼 어둠 속에 길게 눕는다. 황망히 나는 여관의 흐린 불빛 안으로 들어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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