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는 단순한 입맞춤에 불과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키스 행위는 학습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줌마의 축축한 키스는 이른바 “첫 키스”와는 전혀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키스는 긴 역사를 수반한다. 우리는 뮤즈의 키스, 배반자의 키스 그리고 “성스러운 키스”를 알고 있다. 손에 하는 키스는 오늘날까지도 훌륭한 예법의 정점을 이루며, 발의 키스는 많은 이들에게 에로틱한 것으로 치부되면서도 여전히 군신간의 굴종관계와 연결되어 있다. 위생학자들은 손으로 보내는 인사나 입에 하는 키스를 선호할지 몰라도, 인간의 다른 신체부위들도 여전히 키스의 대상이 된다.
오토 에프 베스트는 흥미롭고 능숙하게 키스 왕국을 여행한다. 아울러 너무나 쉽게 역사 및 문화와 문학을 오가며 키스에 대한 감탄할 만하고 현명한 해석에 이르며, 서로 다른 문화권의 키스 관습에 대한 인류학적 차원도 놓치지 않고 있다. 베스트는 이 책에서 “키스에 관한 모든 것”을 파고들려고 시도한다. 동물의 신체접촉, 모자간의 키스, 연인간의 키스, 종교적 형제들의 키스, 심지어는 배반행위에 오용된 유다의 키스에 이르기까지. 그렇지만 여기에서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것은 역시 남녀간의 키스이다. 이렇게 다방면으로 고찰한 결과, 생생하기 이를 데 없는 키스 및 성문화의 독보적인 전기가 탄생했다.
오토 에프 베스트(Otto F. Best)
1929년에 태어난 오토 에프 베스트는 독문학, 낭만주의, 철학을 연구했다. 수년간 출판인으로 일했고, 1968년부터 1996년까지는 미국의 메릴랜드 대학의 독문학 및 비교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수많은 저서와 논문이 있으며 그중에서 대표적인 저서로는 1993년에 『쥐트도이체 차이퉁(Sudeutsche Zeitung)』의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재치 없는 민중(Volk ohne Witz)』과 『따스함의 찬양(Lob der Zatlichkeit)』(1994)이 있다.
볼프강 엠 슐라이트(Wolfgang M. Schleidt)
1927년에 태어난 볼프강 엠 슐라이트는 동물학자이자 인류학자로서 1965년부터 1985년까지 미국의 메릴랜드 대학에서 강의를 했고 (그때부터 오토 에프 베스트와 친교를 맺었다) 1992년까지 비교 행동학 연구를 위한 오스트리아 학술원, 콘라트 로렌츠 협회의 의장을 역임했다. 저술로는 『동물계의 신호(Signale der Tierwelt)』(1966), 『콘라트 로렌츠의 영향권(Der Kreis um Konrad Lorenz)』(1988)이 알려져 있다.
-서문
[1] 1부
1. 원초적 행동양식의 자연사에 관하여:키스와 키스하는 남녀
2. 키스의 생물학적 “계보”에 관하여
3. 인간의 키스의 문학적 및 과학적 “동물화”
4. 키스는 구두법인가? 신호인가? 의사소통인가?
5. 친화력과 친밀감 또는 “누가 누구에게 키스하는가?”
....
[2] 2부
1. 쾌락의 정원 안에서의 추정들
2. 용의 동굴 속에서- “입술의 아첨”과 그밖의 것
3. 엄지손가락 빨기에서 지속적 키스꾼으로:프로이트는 무슨 말을 하는가?
4. 인사하는 사회, 키스하는 사회에 관하여
5. 키스의 “성”에 관하여:주는 것인가, 받는 것인가?
....
[4] 4부
1. “분열된” 키스
2. 묘약과 불길의 입김으로서의 키스
3. “…그녀의 작은 발에 입맞추기를 꺼려서는 안 된다”
4. 닿을 수 없는 것을 닿게 만드는 것:손의 키스에서 키스를 보내는 손으로
5. “그대의 키스를 얼마나 갈망하는지……” 신의 키스에서 연인의 키스로
....
[5] 5부
1. 키스는 올가미인가?:기사 드 라 투르-렁드리의 딸들을 위한 교훈
2. “…… 그대의 입술에서 죽어가리!”
3. “한 번의 키스” 이상의 것:“장미꽃잎 뜯기”에 관하여
4. 형벌로서의 키스
5. 입에서 입으로의 편력:혀의 키스
....
[6] 6부
1. “훔친 키스”는 특권인가?
2. “천국으로의 비상”:천사의 키스
3. 입술 위의 영혼:발다사레 카스틸리오네와 그 후예들
4. “당신의 키스는 책에 쓰여진 것 같아요”:셰익스피어
5. “청춘의 사랑의 기쁨의 초록빛 천국”:첫 키스에 관하여
....
[7] 7부
1. 키스의 마술에서 “마술의 키스”로
2. 정신인가, 육체인가? “마법의 구현”인 아모르와 프시케
3. 순수 속에서 타오르면서:“낭만적 키스”로 가는 길
4. 공기 같은 크림처럼 제공되는 것:비극의 벼랑에서의 농담
5. 감각이 사라질 정도의 맛:“씁쓸 달콤한”, “운명적인” 그리고 “낭만적인”
....
용의 동굴 속에서: "입술의 아첨"과 그밖의 것
어린 시절에 시간을 보내는 놀이의 하나로 "트라키" 라고 부르던 것이 있었다. 지금도 나는 그 놀이가 어떻게 그런 묘한 이름을 가지게 되었을까 자문해본다. "트라키" 라는 말은 "드라헨(용)"이라는 말을 부정적으로 수용한 형태였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놀이는 날개 달린 이 괴물만 대상으로 한것은 아니었다. 사자나 뱀, 박쥐도 그 대상이었다. 이 놀이는 언제 어디에서든 연출할 수 있는 단순한 것이었다. 맨 먼저 누가 "트라키 노릇", 즉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흉내내는 술래 역할을 할 것인가에 의견의 일치를 보아야 했다. 그리고 술래를 맡은 아이는 손짓 발짓을 동원하여 과장하면서 우리에게 동물의 모습을 흉내내 보인다. 다음 우리의 과제는 동물 이름을 알아맞히는 것이었다. 손이든 귀든 입이든 간에 요점은 함축된 암시와 연상이었다. 그럴 때 입은 쉽사리 동굴이 되며, 혀는 용의 모습을 아니면 바닥에 붙어 기다가 쏜살같이 도망치는 뱀의 모습을 드러냈다. 귀는 박쥐의 날개를, 입술은 달팽이나 조개의 모습으로 오므려졌다. 지치지도 않고 이 놀이를 했던 것을 보면 우리는 실로 창조적이었던 모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