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가공은 원래 맛과 보존성을 높이고 가격의 등락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줄이려는 것이 그 목적이다. 그러나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가공품들은 제조회사가 최초의 투자로 최대의 이익을 얻기 위하여 생산 판매하는 것들이다. 여러 가지 화학첨가제로 버무러져 제조. 유통되어 식탁에 오르는 모든 과정을 알고 난 소비자라면 천연덕스럽게 식탁 위에 오르던 가공 제품이 꺼림칙하여 더 이상 먹기 힘들것이다. 나아가 그 동안 소극적으로 소비자에 머물고 있던 자신에 대한 반성이 따를 것이고, 햄. 소시지. 베이컨 등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먹겠다는 의지를 갖게 될 것이다.
그것을 돕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이 책은 소비자에만 머물러 있던 어려분을 새로운 가치를 생산하는 창조자가 되는 길로 안내할 것이다> - 책머리에 중에서
김준권
1948년 생. 농부. 현제 정농회 부회장. 전국귀농운동본부 부본부장. 25년 넘게 무농약 유기농사를 실천하고 있으며 현재는 경기도 포천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정기적인 귀농본부의 귀농 강사일과 더불어 매년 겨울이면 자택에서 햄, 소시지, 베이컨 만드는 돼지 육가공 실습 강좌를 열고 있다.
-추천의 글
-책머리에
[1] 들어가는 글
1. 육식문화를 다시 생각한다
[2] 농가에서 돼지 육가공을 하는 의의
1. 생태농업의 순환고리를 이루는 유축농업
2. 농가의 자립을 위한 육가공
3. 더불어 사는 농촌문화 살리기
[3] 돼지의 해체와 손질
1. 돼지 잡기에 앞서
2. 돼지 잡는 방법
3. 되지 몸에 해체
4. 가공용 고기 손질
[4] 종류별 육가공품 만들기
1. 육가공을 위한 기계기구
2. 육가공의 주요 과정
3. 햄 만들기
4. 베이컨 만들기
5. 소시지 만들기
....
[5] 돼지 축산사례와 육가공 실습 참가기
1. 생태적 돼지 키우기
2. 소시지 가공 사례
3. 나는 이렇게 집에서 만들어 먹었다
4. 육가공 실습 참가기
돼지 잡기에 앞서
돼지 잡는 일은 누구나 하기 싫어하는 일이다. 생명을 죽이는 일을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산 생명을 자기 손으로 때려 눕힌다는 것이 끔찍하고 생각할 것이고, 살기를 느껴 손도 대기 전부터 두려움에 떨며 꽥꽥 소리 지르고 살려달라는 듯이 발버둥치는 돼지 모습을 보면, 이제 내 손으로 맛나는 육가공 음식을 만들어 먹으려던 생각은 어느 틈엔가 멀리 달아나고 만다.
그러니 두 손에 해머나 망치를 들고 이 돼지를 잡아야 하는 생각이야 어찌 두렵고 주저하는 마음이 없겠는가. 몇 차례 겪어본 사람도 막상 일에 닥쳐서는 소매 걷어붙이고 내가 하겠노라 선뜻 나서기가 어려운데, 한 번도 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돼지 앞에서 한참 망설이게 마련이다.
3,4년 전부터 해마다 필자의 농장에서 육가공 실습을 여는데, 마당에 돼지를 둘러싸고 십수 명이 있어도 서로 눈치 보며 망치 잡기를 미루는 모습은 매번 벌어지는 풍경이다.
처음 하늘 일이라 어려운 줄은 알지만 일을 대하는 자세만큼은 실습할 때마다 반드시 꼬집고 넘어간다. 지금 우리 자신이 먹을 돼지를 잡는 것인데 왜 미루고 주저하는가. 밥상에 앉아서 다된 밥만 먹으려 하느냐 하고 한마디 따끔하게 일러주는 것이다. 자기가 먹을 땐 아무 생각 없이 먹지만 결국 누군가가 인간의 밥상에 생명을 올리기 위해 궂은일을 했을 것이란 걸 새삼스레 일깨워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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