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저자가 화학과 관련해서 쓴 여러 가지 글을 모은 것이다. 이 중에는 어떤 경험이나 현상에 대한 간단한 소감을 담은 글에서 상당히 깊은 성찰이 담긴 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화학이 무엇이고 화학자가 어떠한 마음으로 화학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를 매우 다양한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화학의 가장 핵심이 되는 분석, 합성, 그리고 매커니즘의 규명을 흥미로운 예와 함께 설명했다. 특히 과학자도 일반인과 똑같은 인간으로 인식되어야 하며 과학자에게 성직자와 같은 수준의 윤리의식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저자의 견해는 눈길을 끈다. 결론에서 화학이 인류사회 민주화에 어떻게 기여해 왔는가에 대한 그의 지적은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는 화학이 우리 사회에서 갖는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로얼드 호프만
1965년 코넬 대학교 화학과에 부교수로 부임함. 1968년 교수로 승진했고, 1974년부터 지금까지 "존 뉴먼 자연과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호프만 교수의 전공분야는 "응용이론화학"으로서, 분자의 대칭성을 기초로 복잡한 분자의 성질과 화학반응을 규명하여 1981년 일본의 후쿠이 교수와 함께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지금까지 약 400여 편의 논문과 <오비탈 대칭 보존 The Conservation of Orbital Symmetry> 및 <고체와 표면 Solids and Surfaces> 등의 전문저서를 저술했다.
- 머리말
[1] 정체 / 핵심문제
1. 쌍둥이의 삶
2. 당신은 누구인가?
3. 물매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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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화학의 표현방법
1. 화학논문
2. 화학논문의 역사
3. 표면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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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분자의 합성
1. 창조와 발견
2. 합성 찬가
3. 큐반과 합성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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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뭔가가 잘못될 때
1. 탈리도마이드
2.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
[5] 도대체 어떻게 일어날까?
1. 메커니즘
2. 살리에리 증후군
3. 정적 / 동적
4. 평형과 섭동
[6] 화학에서의 삶
1. 프리츠 하버
[7] 확실한 마술
1. 촉매!
2. 삼중 해결책
3. 카르복시펩티다아제 효소
[8] 가치, 피해 그리고 민주화
1. 티리언 퍼플, 대청, 인디고
2. 화학과 산업
3. 아테네
....
[9] 이원자 분자의 모험
1. 다양한 모습의 C2
[10] 생동하는 이원성
1. 창조는 어려운 일
2. 또 다른 이원성
3. 악마의 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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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의 글
- 역자 후기
- 용어 찾아보기
- 인명 찾아보기
점심식사
과학자들의 개인적인 활동도 매우 흥미롭다. 이 이야기는 최근에 내가 직접 겪었던 일에서 생각해낸 것이다. 얼마 전에 나는 대규모 화학회사 중역들과의 점심식사에 초대를 받았다. 우리는 개점한 지 얼마 되지 않는 고급 식당에 앉아서 미국에서 요리한 최고급 프랑스 요리를 즐기게 되었다. 가벼운 목재로 만들어진 의자에는 섬세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고, 냅킨은 고급 리넨과 같은 감촉이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꽃꽂이는 일본의 이케바나에서 교육받은 사람의 작품 같았다.
나는 가볍고 평범한 대화와 가벼운 과학 이야기가 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나를 초청했던 사람은 곧바로 그날 아침 기자회견에서 그를 괴롭히던 몇몇 젊은 사람들에 대한 감정의 앙금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식사가 끝날 때까지 계속된 그의 이야기 속의 젊은 사람들은 그 회사가 최근에 발표한 새로운 살충제와 제초제 공장 건설계획에 대한 사회여론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 젊은 사람들은 회사의 중역에게 그 공장에서 생산하게 될 화학물질의 돌연변이성을 충분히 시험했는가 또는 폐수의 배출은 잘 관리될 것인가 등에 대해서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들은 공격적인 태도로 그 회사의 다른 공장에서 있었던 사고를 지적했고, 그 태도는 거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고 한다. 그 회사의 중역은 그들의 비난이 단순한 두려움 때문이고 비과학적이며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해충을 관리하는 자연적인 방법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서인지 해충을 없애기 위한 살충제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 해선안될 일을 하는 화학자들이 있다 >> [한겨레신문 / 이필렬(방송대교수.과학사)]
청소년을 위한 과학책으로 여기 소개하는 첫 책이 내용이나 분량 모두 가벼운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청소년들이 이런 책의 독자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게다가 저자가 뛰어난 과학자로 과학하는 일의 미묘한 재미와 어려움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책임도 외면하지 않는 진정한 과학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으니, 과학하는 즐거움과 과학기술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진 학생이라면 읽는 어려움보다는 읽는 재미를 더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호프만은 화학부문의 노벨상을 받았는데, 시를 쓰고 음악을 좋아하고 과학기술이 일으키는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발언하는 등 연구중독에서 못 벗어나는 다른 수상자들과는 조금 다른 면을 지닌 사람이다. 그는 새로운 분자를 만들어내고, 그 생김새를 결정하고, 이들 다양한 분자들 사이의 섬세한 차이를 아는 것에서 화학의 재미를 찾는다. 호프만의 주장대로 "합성은 화학의 핵심이 되는 멋진 활동으로서, 합성이 있기 때문에 화학은 예술에 가깝게 된다."
그렇지만 화학자의 창조적 활동의 산물인 이들 새로운 분자가 곤란한 문제를 일으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보통의 화학자들은 화학물질의 부작용을 가지고 화학이나 화학자를 비판하는 것에 대해 매우 거북해하고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화학자들은 화학이 환경문제를 낳는다는 비판에 접하면 환경단체나 언론이 화학을 매도한다고 불평하거나, 화학이야말로 환경문데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호프만은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다룬다. 그는 팔천명의 기형아를 낳게 한 탈리도마이드를 합성하고 퍼뜨린 화학자들을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한 사람들이라고 비판하고, "어떤 사악한 활동을 지원하려고 모인 화학 전문가들"이 있음을 지적하고, 화학자들은 변명만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이 지구의 물질순환에 변형을 가져올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까치글방이 펴낸 이 책에서 호프만은 책임의 문제를 놓고 고민하는 균형잡힌 시각의 화학자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것이다.
로얼드 호프만 교수는 이 책에서 화학이 무엇이고, 화학자가 어떤 마음으로 화학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를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예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호프만 교수는 물질과 물질의 변환을 취급하는 화학은 근본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정체"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하며, 물질의 정체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고 그 결과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화학자가 마음속으로 즐기게 되는 다양한 심리현상들을 "대립성"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했다. 그리고 화학의 가장 핵심이 되는 분석, 합성 그리고 메커니즘의 규명을 흥미로운 예와 함께 쉽게 설명했다. 화학이 인류사회의 민주화에 어떻게 기여해왔는가에 대한 그의 지적은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의 화학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보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화학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가 단순히 "화학을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대인이 자신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고 민주시민으로서 사회여론의 결정에 정당하게 참여하기 위해서 필요한 필수적인 상식이라는 그의 주장은 우리 모두가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