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이나 청각 같은 감각이 매우 직접적으로 받아들여져왔던 반면에 후각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으며 역사는 진행되어 왔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만약 냄새가 없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재미없고 비지성적이 될 것인지를 여러 사례들과 일화들을 들며 보여주고 있다. 또한 냄새 역시 모든 것이 그렇듯이 문화권마다 그 받아들임이 다르며 사회적인 조탁 과정을 거쳐 그것의 쾌, 불쾌가 결정되어 왔다는 것도 밝히고 있다.
피트 브론(Piet Vroon)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의 심리학자
안톤 반 아메롱겐(Anton van Amerongen) 네덜란드의 생물학자
한스 데 브리스(Hans de Vries)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1. 냄새의 역사
2. 후각기관
3. 냄새의 본질
4. 일생 동안의 후각
5. 냄새와 기억
6. 냄새로 유발되는 운동
7. 향수와 후각신분증
8. 후각 이상
9. 결론
냄새와 기억
다른 질문이 한 가지 있다. 어떤 냄새에 이름을 붙이는 데에 그 전에 맡았던 다른 냄새가 영향을 미칠까? 예를 들면 미트볼 냄새를 명명하는 데에 거기 곁들이는 야채 냄새를 먼저 맡는 것이 영향을 미칠까? 오레가노 냄새가 스파게티 소스 냄새를 인지하는 데에 도움을 줄까? 어떤 물질들은 실제로 관련된 물질들을 더 쉽게 인지하도록 도와준다. 아마 그 경우 언어적 참고체계의 도움을 주고 받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후각기억이 얼마나 정확하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양분된다. 후각기억이 얼마나 정확하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양분된다. 후각기억도 본질적으로 시각기억과 다를 바가 없다고 믿는 학자들이 있다. 반면에 인지된 후각은 추상화 과정으로 해석되지 않으며(그렇기 때문에) 세밀하지 못하고 상호 교환이 거의 불가능한 후각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저장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런 견해는 일리가 있다. 후각은 우리 두뇌의 추상화 체계와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으며(후각은 진화론적으로 오래된 감각이다), 후각의 의미는 우선적으로 쾌락적이며 인지적이지 못한 속성이 있다. 두뇌의 전기활동 기록에도 이것이 잘 드러난다. 후각 인지는 주로 우측 반구에서 일어나는데, 이해와 언어능력은 주로 좌측 반구의 몫이다.
<< 후각, 기억과 욕망의 감각 >> [동아일보 / 이광표기자]
“나는 냄새를 맡는다. 고로 존재한다(olfacio ergo sum).” 냄새나 향기가 없으면 이 세상이 얼마나 무료할지, 이 책은 잘 말해준다. 냄새에 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이 책은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아리송한 질문을 던지고 그것에 대해 유쾌한 해답을 펼쳐 보인다.
아이들은 향수를 싫어하는데 왜 그럴까? 어머니가 향수를 사용하는 것은 종종 어머니의 외출을 의미하며 아이들에게 그것은 홀로 남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 아이들이 향수를 싫어할 수밖에.
인간이 구분할 수 있는 냄새는 약 40만가지. 그러나 냄새에 관한 연구는 별로 없다. 그래서인지 인간의 언어엔 냄새를 묘사하는 어휘가 유독 부족하다. 동서양이 마찬가지다. 저자는 그 원인의 일단을 서양의 문화사에서 찾는다. 플라톤은 향수를 우유부단하고 육체적 쾌락을 즐기는 사람들이나 찾는 것이라며 배척했다. 냄새를 멀리해야 할 욕망 혹은 악의 상징처럼 여겼던 것이다. 유럽에서 의사들이 청진기를 개발한 것도 환자들의 냄새를 멀리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한다.
냄새의 ‘복권’이 이뤄진 것은 18세기. 당시 낭만주의 예술가들은 스스로의 감정을 표출하기 위해 냄새(악취도 포함해서)의 중요성을 외치기 시작했다.
이제, “냄새는 기억과 욕망의 감각이다.” 냄새를 맡는 후각은 감성적인 우뇌와 연결되어 있다. 냄새는 기본적으로 감성적이고 그래서 신비롭고 은밀하다. 냄새는 인간의 성, 동기 부여, 기억 등에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독가스유출과 같이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이 닥치면 그것을 경고하는 기능도 한다.
사람은 잠들어 있을 때도 냄새를 맡는다. 그 때의 냄새는 심장 박동과 두뇌 활동에 영향을 끼친다. 박하 냄새를 풍기면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뇌파 활동이 증가한다. 냄새는 또 사람에게 오랜 기억으로 남는다. 그리고 어떤 기억을 들추어낸다. 분필 냄새는 학창시절의 기억을, 아카시아 향은 사랑의 추억을 이끌어낼 수 있다. 유쾌한 냄새는 유쾌한 기억을 유발한다는 통계 결과도 내놓는다.
냄새는 실생활에도 도움이 된다.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은 청사에 솔잎향을 뿌리고 있다. 어려서 소나무 숲 속에서 길을 잃었던 사람이 아니라면 솔잎 냄새를 맡고 안락함을 느낀다. 바다 냄새를 맡으면 얼굴 근육의 긴장도가 20% 가량 감소한다는 주장도 소개한다.
냄새는 색깔과도 관계가 있다. 만일 체리 쥬스에 오렌지 색깔을 넣으면 오렌지 냄새로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그럼 향수는 왜 대개 노란색 계통일까?
이 책의 저자 3인은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생물학자들. 엄밀한 과학적 분석보다는 통계 자료에 의존한 감이 짙어 아쉬움으로 남는다.
<< 냄새 상식 백과 >>
- 코는 정치를 하지 않는다. 복잡한 관료주의를 견디지 못한다. - 색깔이 있는 것의 냄새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 여성이 남성보다 더 냄새를 잘 맡는다. - 좋은 향수는 세가지 냄새를 연달아 낸다. - 후각 이상(異常)은 미각 이상을 수반한다. - 식사 도중 담배를 피우면 음식물의 냄새를 잘 맡을 수 없다. - 빨래하지 않은 엄마 옷을 옆에 두면 아이들이 덜 운다. - 아기들이 모유를 더 좋아하는 것은 모유를 마실 때 엄마 냄새를 더 잘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어디서 냄새가 나는지 알려면 공기를 짧게 들이키고 고개를 좌우로 돌려라. - 콧수염을 기르는 사람은 유쾌하거나 불쾌한 냄새를 더 오랫동안 느낄 수 있다. - 냄새는 감정적 연상과 기억을 상기시키므로 병원에선 환자 치료를 위해 여러 냄새를 인공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좋다.
<< 지식의 삼림욕장서 맡는 '냄새의 학문 >> [경향신문 / 김중식기자]
여자는 남자보다 냄새를 잘 맡을까. 여자는 땀·숨 냄새만으로 냄새 주인공의 성별을 안다. 그래서 다른 여자의 분 냄새를 묻혀 귀가하는 남편은 아내에게 들키기 쉽다.
왜 그럴까. 여자가 남자보다 무병장수한다는 것의 연장선상에서 후각도 그러하리란 추정이 가능하다. 또 언어를 관장하는 왼쪽 뇌와 후각을 담당하는 오른쪽 뇌 사이의 협조가 남자보다 여자에게 잘 이루어지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진화론의 자연선택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소녀는 자신의 배란을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 그래서 사춘기가 되면 자신의 체취와 집안 냄새에 예민해진다. 반면 소년들은 사춘기가 되면 밖에 나가 노느라 내남의 체취 따위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냄새, 그 은밀한 유혹’(까치)은 냄새에 대한 문화적·과학적 연구 성과를 망라한 무게있는 학술서다.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피트 브론과 한스 브리스, 생물학자 안톤 아메롱겐 등 3명의 학자들이 쓰고 울산의대 이인철 교수(병리학)가 우리말로 옮겼다.
하지만 이 책은 냄새의 ‘모든 것’을 정리한 백과사전이자 신선한 지식의 삼림욕장이기도 하다. 해외토픽에서나 나올 법한 신기한 실험결과와 전혀 새로운 지식들이 페이지마다 뿜어나오기 때문이다. 후각은 인간의 오각(五覺)에 대한 연구 중에서 최대의 황무지였던 것이다.
냄새는 동물들에게 최초의 ‘삶’이다. 연어는 모천(母川)의 냄새를 두뇌에 새겨두고는 회귀한다. 아기도 자궁의 양수 안에 번져 있는 ‘삶의 냄새’를 맡는 것으로 세상과 접촉한다.
예컨대 아기 생쥐는 어미 냄새로 젖꼭지를 찾는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쥐도 여러 어미 쥐의 양수를 적신 솜뭉치를 놓으면 어미의 양수를 적신 솜뭉치를 빤다. 냄새는 태어나기 전부터 지니는 근원적인 기억이라는 결론이 가능하다.
‘우리’의 관심사인 성(性)과 코의 관련은 어떤가. 베르길리우스는 로마 건국 이야기를 쓴 서사시 ‘아이네아스’에서 간통을 한 남자의 코를 자르는 장면을 묘사한다. 과학적으로도 후각기관과 성 행위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를 ‘비(鼻)－성기 연합’이라 한다. 실제 발기의 초기에는 종종 ‘비강상피’가 붓고 온도가 올라간다. 호르몬－냄새－후각－성행위－호르몬－후각 순서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건과 코 크기의 비례설(說)’에 대한 언급은 없다. 굳이 연구가 필요없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저자들은 인류사에서 냄새는 주로 제거 대상이었다고 본다. 하수도 인부, 화장실 청소부 등 악취를 다루는 사람들이 사회계층 밑바닥에 있다는 점도 이를 반증한다. 그러나 악취는 문화적 요인에 의해 규정되기도 한다.
냄새에 신경쓰지 않던 서양인들이 악취가 질병을 옮긴다고 믿었던 18~19세기, 악취가 환경문제와 관련있다고 생각하는 요즘에 특히 냄새에 예민한 것이다.
이 책에는 냄새와 관련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상상력을 촉발하는 질문들에 대한 정설과 이설이 흘러넘친다.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불감증에 걸린 코가 벌룽벌룽 열릴 듯하다.
<< 향수의 원래 용도는 배란 감추기 위한 것 >> [중앙일보 / 남진우기자]
때로 제목이 모든 내용을 말해주기 때문에 설명이 별로 필요 없는 책이 있다.'냄새의 문화적 과학적 연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그 전형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냄새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혹은 알고 싶어하는 사실들을 총망라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냄새에 관한 '작은 백과사전'이라 할 만하다.
네덜란드 심리학자 피트 브론이 동료 생물학자.심리학자의 도움을 얻어 저술한 이 책은 저자들의 이력이 말해주듯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의 경계선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서술이 평이해 부담없이 읽어나갈 수 있다. 특히 사람들이 냄새에 대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는 몇몇 대목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예컨대 청진기는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더 잘 '듣기'위해서가 아니라 의사들이 유해악취와 불필요한 접촉을 피하기 위해서 널리 쓰이게 되었다는 사실은 상당한 놀라움을 안겨준다.
또 세상에는 약 40만종에 달하는 냄새가 있으며, 아기들이 느끼는 첫 번째 감각은 자궁 안의 양수 냄새라는 것, 거대한 후각기관을 가진 고래의 후각 능력은 미미한 반면 생쥐의 후각 능력은 뛰어나다는 것 같은 사실은 많은 연상거리를 제공한다.
연어의 장대한 이동을 가능케 하는 것도 후각 때문이다. 흡연자들에 희소식이 하나 있다. 흡연을 하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낮아질 수 있는데 그것은 니코틴에 후각기관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란다.
견딜 수 없는 악취에서부터 상쾌하고 기분좋은 향기에 이르기까지 냄새의 스펙트럼은 무척 다양하다. 그렇지만 냄새는 인간보다는 동물의 특성이라 여겨졌고 따라서 시각이나 청각 같은 다른 감각에 비해 그만큼 무시되고 천대받은 영역이기도 하다.
저자의 지적에 따르면 서양 문화는 "후각을 사랑하는 동시에 증오했다." 그러나 요즘 벌어지고 있는 달콤한 냄새의 비누들.생리대.피부보호제.탈취제.향수 같은 상품을 둘러싼 광고 전쟁을 보면 냄새가 다시 한번 중요시되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여자들이 성적 매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뿌리는 것으로 여겨지는 향수는 애초엔 여자들의 배란을 감출 필요성 때문에 생겼다고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체취보다 더 개성적인 것은 없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만의 고유한 '후각신분증'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사실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언젠가 시간을 내 파트릭 쥐스킨트의 무서운 소설 '향수'를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냄새의 문화적, 과학적 연구. 후각이라는 신비로운 감각에 대한 생리학, 심리학, 역학, 병인론, 역사, 철학을 망라하는 작은 백과사전! 이 책은 우리의 오감 중 항상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후각에 대한 문화적 역사이며 기이한 사실들의 요약인 동시에 일종의 찬사이기도 하다.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피트 브론은 이 기이하고도 놀라운 책을 통하여 우리가 이 세상을 경험하는 데에 후각이 얼마나 필수적이며, 냄새나 향기가 없으면 이 세상이 얼마나 재미없고 비지성적이 될 것인지 보여준다. 뜻하지 않게 독가스에 노출되거나, 고급 포도주의 은은한 과일향을 즐기지 못하거나, 혹은 사랑하는 사람의 냄새가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르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냄새가 없는 세상은 처량하게 축소된 곳일 것이다. 다행히도 세상에는 온갖 냄새가 가득하다. 비록 인간이 개처럼 예민한 코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에게도 나름대로 좋은 코가 있고 냄새에 대한 분명한 견해도 있다. 브론의 주제와 전문 분야는 우리가 냄새를 맡는 과정을 연구하는 것이다. 간략한 냄새의 역사를 통하여 그는 어떤 문화권에서는 정열과 남성다움과 흥분 등으로 연관되어서 고상하게 여겨지는 냄새들이 다른 문화권에서는 퇴폐와 야만의 증거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서양 사회가 불쾌한 냄새와 악취를 매우 철저하게 정화시키는 과정에서 후각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냄새는 기억과 욕망의 감각이다"라고 루소는 말한 바 있다. 냄새와 기억, 냄새와 성, 냄새와 출산 그리고 새로 떠오르는 방향요법 등에 관한 장에서 그는 일련의 기이한 실험들을 소개하며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 책에는 페이지마다 예상치 못한 아리송한 질문들에 대한 해답과 식견이 실려 있다. 이 책을 통해서 후각은 그 모든 경이로움을 독자들에게 드러낸다.
*세상에는 악 40만 가지의 냄새가 있다. *아기들이 느끼는 첫번째 감각은 자궁 안의 "양수" 냄새이다. *우리들은 각자 체취와 구취로 형성되는 개별 향취인 "후각신분증"을 가진다.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후각이 예민하다. *크기는 상관없다. 거대한 후각기관을 가진 고래의 후각능력은 미미한 반면, 생쥐의 후각능력은 뛰어나다. *청진기는 의사들이 환자의 악취에 너무 가까이 가지 않고 진찰하기 위해서 개발되었다. *계몽주의 시대의 의사들은 질병이 혈액, 호흡기, 소변, 대변, 사체 등의 냄새를 통해서 발생한다고 믿었다. *현대식 건물들 안의 냄새는 천 가지가 넘는 물질들(땀, 담배, 양탄자, 세척제, 화분, 잉크 등)에서 나오는 냄새의 "혼합물"이다 *입 안에 음식물이 가득 차 있을 때에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면 코로 넘어가는 소중한 향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