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 관한 담화에서 색은 언어로써 설명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색채들은 어떻게, 그리고 어떤 점에서 예술의 담화에서 의미를 띠게 되는 것일까? 저자는 예술과 과학, 주체와 객체, 심리학과 물리학 등등의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서 작업했다. 바로 여기에서 그 문체만큼이나 화려한 색채의 역사가 탄생한다. 독자들도 이 책을 읽고서 저자와 더불어 색을 보고 또 생각하는 법을 배운다면 색채에 걸맞는 애틋하고 비극적인 놀이를 배우게 되리라고 확신한다.
이 책은 기왕에 알려진 저작들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지금까지 미발굴되었던 수많은 고전 문헌들을 섭렵하고 또 그 독해에 기초해서 색채의 의미를 꼼꼼히 짚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실속 있는 읽을거리를 마련해준다.
- 머리말
- 서론
1. 색감과 색의 실체
2. 형상과 운명으로서의 색
3. 색체와 형태
4. 데생. 색채. 회화
5. 색채와 그 질서
6. 행위와 정념으로서의 색
7. 색의 빛깔
8. 색과 색
- 주
- 참고 문헌
- 역자 후기
- 인명 색인
형상과 운명으로서의 색
철학적인 망설임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세계는 소피스트들의 개인적 야심의 결과인, 자줏빛이라는 사회적 자산의 원칙적 수혜자이다. 부와 영광을 표시하는 이 빛깔의 함의는, 국가 속에서 두드러지는 개인 혹은 도시국가라는 사회적 실체와 그 자신에 대한 영향력을 배가시키는 위신의 문제이다. 지중해 전역은 그 색을 생산해낼 기술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매운 다양한 색조로 그것을 보급할 수 있는 수단을 지녔던 페니키아인들의 붉은 자주색에 정복되었다. 이 고급스런 염료(무렉스 트룬클루스, 무렉스 브란다리스, 푸르푸라 해마스토마)는 특이한 종류의 바다달팽이나 뿔고동의 엄청난 양으로부터 극히 미량이 추출된다. 그 염색 효과는 즉각적이지 않아서 특별히 오랜 수세뒤에, 즉 모직을 뜨거운 물에 데쳐서 티루스 해안의 아침 공기에 말린 뒤에야 나타난다. 이 지역은 매우 고운 고대 자주색을 착색시키고 산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 빛깔은 마치 베르길리우스가 자줏빛이라고 부른 고대적 정신의 지나가버린 정조와도 같이 현대에는 더 이상 재생할 수 없는 색조를 띤다. 비트루비우스 또한 다른 종류의 자주색에 관심을 두었지만 고전 저작들을 읽어보면, 저자마다 서로 다르며 심지어 상반된 기법들을 묘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주의 염색기법에 대한 20세기 초의 발견은 이 색조와 보라색 실의 효력에 대한 여담들을 상당한 혼란에 빠뜨린다. 가령 이와 관련해서 16세기 피렌체의 시장에서 대청처럼 당시에 널리 경작되어 퍼졌던 식물에서 추출된 자주색 염료에 무엇인가가 남아 있다면, 그제품을 보장한다는 말의 어원이 바로 그 염료의 이름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 색채사 새로 쓰겠다"는 의욕 넘쳐 >> [조선일보 / 어수웅기자]
색채는 강렬한 유혹이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설명을 시작하는 순간, 색의 이미지는 사라진다. 남는 것은 개념적이고 중성적인 회색의 우중충함. 마치 다채색 나비가 벗어던진 애벌레의 껍질처럼 화려한 ‘칼라’는 사라지고 의미작용의 무채색만 나풀거린다. 하지만 만리오 브루사틴은 역사에 대한 이해와 과학에 대한 지식을 무기 삼아 색채사(색채사)를 새로쓰겠다는 의욕을 이 책에서 선보인다.
그가 기대고 있는 이론적 프리즘은 뉴튼과 괴테. 색채가 빛의 전달작용으로서 이해될 수 있다면, 뉴튼으로 대표되는 물리학은 빛의 분할을 통해 색채와 관련된 지각작용을 분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프리즘의 다른 한쪽 끝에는 괴테가 있다. 그것은 지각하는 주체의 주관성에 대한 인정이다. 브루사틴은 예술가의 재능이라는 부분을 과학 못지 않게 중요시 하며 뉴튼과 괴테를 변증법으로 엮어 ‘색채’라는 화두를 종횡무진 가로지른다.
사실 작가, 유파, 양식 등을 중심으로 기술되는 미술사에서 색을 중심으로 쓰는 역사는 생경하다. 디자인과 시각예술에 있어 기둥과 같은 존재인 색채지만, 대부분은 실용적인 방향의 진술들만 있어왔을 뿐이었다. 이 책은 그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감정, 인상, 기억을 통한 인문학적 설명과 함께 색채라는 형상을 따라잡으려 하고 있다.
<< 그리스 이후' 색 이론 살펴 >> [한겨레신문 / 편집부]
예술이란 측면에서 색은 어떤 언어로 설명될 수 있을까? <색채 그 화려한 역사>(만리오 브루사틴 지음, 정진국 옮김)는 그리스 시대부터 지금까지 색의 이론과 실제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은 책이다. 미술 분야에서 주로 작가나 유파 또는 일정한 양식을 중심으로 기술되어온 색의 면면을 역사적 관점에서 풀어썼다. 이 책은 전통 색채를 비롯해 색채에 대한 학술적 연구와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른바 영상시대에 걸맞는 교양서다. 지은이는 종전에 나온 저작들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지금까지 발굴되지 않았던 수많은 고전 문헌들을 섭렵하고 또 그 독해에 기초해 색채의 의미를 꼼꼼히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