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대중이 우리 시대의 가장 독창적인 연구에 대한 이 입문을 읽게 된다는 것은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이 연구는 이 책의 저자가 작가이자 시인이었고 지금도 그러하다는 점을 결코 잊지 않도록 할 것이다.
미르치아 엘리아데
1907년 루마니아의 부카레스트에서 출생. 부카레스트 대학을 거쳐 1928년 이탈리아 철학 연구로 석사학위, 인도에서 3년간 인도 철학 공부, 1933년 부카레스트 대학에서 요가 연구로 박사 학위, 런던 주재 루마니아 대사관 문정관을 지냄. 1945년 파리 소르본 대학 종교학 객원교수, <샤마니즘>, <우주와 역사>,출간. 1949년 <종교사 개론> 출간. 1956년 비교종교학 분야 책임자로 시카고 대학에 부임하여 이곳에서 30년 이상을 가르침, <세계 종교사상사> 제3권 집필직후인 1986년 4월 22일 시카고에서 타계.
- 조르주 뒤메질의 서문
- 서문
1. "중심"의 상징
2. 시간과 영원에 관한 인도의 상징
3. "결박의 신"과 매듭의 상징
4. 조개의 상징에 관한 고찰
5. 상징체계와 역사
- 주
- 역자 후기
- 신 및 사람 이름 색인
세계의 이미지
원시 전통사회는 주변 세계를 하나의 소우주로 인식했다. 폐쇄된 이 세계의 경계를 벗어나면 미지의 영역, 미형성의 영역이 시작된다. 한편으로는 사람이 살고 조직이 형성된, 우주화된 공간이 있고, 다른 편인 이 친숙한 공간의 바깥 쪽으로는 악마, 원귀, 사자, 낯선 존재들로 두려움을 주는 미지의 영역이 있다. 혼돈, 혹은 사자의 왕국과 동일시되는 황량한 영역이 둘러싸고 있는 소우주와 사람이 살고 있는 세계의 이미지는 중국이나 메소포타미아, 이집트처럼 극도로 진보된 문명권에서까지도 존속되었다. 사실상 많은 문헌에서 국경을 습격하려는 외적을 원귀, 악마, 혼돈의 악령과 동일시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파라오의 적대자들은 "폐허의 자식, 늑대의 아들, 개의 자식"등으로 여겨졌다. 파라오는 용 아포피스를 무찌른 신 레와 동일시된 반면, 그의 적들은 신화의 용과 동일시되었다. 적들은 도시를 습격하여 평온한 생활을 위험에 빠트렸다는 사실 때문에, 악마적 힘과 동일시된다.
그들은 이 소우주를 혼돈 상태로 되돌려 보내려는, 즉 소우주를 말살하려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확립된 질서의 파괴, 원형적 이미지의 소멸은 혼돈으로의, 전 형성단계로의, 우주 발생 이전의 미분화 상태로의 퇴행과 동일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오늘날에도 문명의 어떤 형태를 위협하는 위험을 표현할 때, 여전히 같은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기 바란다. 특히 사람들은 "혼돈", "무질서", "암흑"속에 "우리 세계"가 빠질 것이라고 말한다.
잘 알겠지만, 이런 표현들은 질서, 우주 구조의 파괴와 유동적, 무정형의, 혼돈적 상태로의 재침몰을 의미한다. 적대자를 악의 힘의 화신으로, 악마적 존재의 형태로 파악하는 개념도 오늘날까지 살아남아 있다 .현대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이러한 신화적 이미지를 정신분석적으로 파악해보면 아마도 우리가 스스로의 파괴적 욕망을 어느 정도 "적"에다 투사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 >> [서울신문 / 김종면기자]
고대 크레타인들은 공중을 나는 듯이 보이는 이엽(二葉) 방패와 쌍날 도끼를 왜 벽에 그려놓았을까. 로마인들은 혼자 진동하는 창을 왜 왕궁에 두었을까.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배후에 없다면 그것들은 단지 방패나 도끼, 창에 불과할 뿐이다. 루마니아 출신의 비교 종교학자인 엘리아데는 이 책에서 모든 사고의 언저리에 존재하는 이러한 상징들의 의미를 파고든다.이 책은 `주술적·종교적 상징체계에 관한 시론`이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성(聖)`과 `상징`을 연구의 두 축으로 삼는다. 이것은 엘리아데가 인간을 근본적으로 호모 랠리기오수스(homo religiosus), 즉 종교적 인간과 호모 심볼리쿠스(homo symbolicus), 즉 상징적 인간으로 파악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 책은 `중심의 상징`, `시간과 영원에 관한 인도의 상징`, `결박의 신과 매듭의 상징`, `조개의 상징에 관한 고찰`, `상징체계와 역사` 등 5장으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특히 조개의 상징에 관한 해석은 엘리아데의 다른 저서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리스인에게 진주는 사랑과 결혼의 표상이었다. 아프로디테가 바다 거품에서 태어난 후 다른 장소인 키프로스 섬에서는 아프로디테에게 조개를 바치곤 했다. 또 인도에서는 커다란 조개 껍질을 불어서 결혼식을 알릴 정도로 신성한 것으로 통용된다. 이 조개 껍질은 바로 비슈누신의 2대 상징 중의 하나다. 이밖에 이집트인들은 오랫동안 홍해에서 나온 조개 껍질을 부적으로 삼았다. 이 책은 엘리아데의 대표적 저작인 `종교사 개론` 과 견주어 볼만하다. `종교사 개론` 이 성의 구조와 변증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이 책은 인간과 신성(神聖)의 연대를 가능케 하는 상징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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